내 어머니 의 빈 앨범
내어머니의빈커다란앨범

내어머니는옛날할머니들과달리

잘나시고예쁘시기까지멋쟁이할머니셨다

어떤이는치마두른대장부라고도했고

어떤사람이말하기를할머니는

러시아나미국쪽피가석인것같다고

미국에가시면미국할머니요

일본에가시면일본할머니같다고했었으니

약간노란머리가회색으로물들어가도

두상도예쁘셔서언제나예쁘신데

나는왜어머니머리같이안

되느냐고미장원에가서

말했던적도있었다.

초겨울치고는눈비까지겸한추운날이다

앨범을정리하려고맘먹고거실바닥에

크고작은앨범들은잔뜩펼쳐

놓고생각해본다

내어머니가돌아가신지벌써18년차

지금까지사셨다면102세

요즘100세세대라고

가끔은100세넘게사시는분들도있다는말을

자주듣고보게도된다.

동양란서늘하고바람기가있는곳을좋아하는데거실이

너무훈훈해서이얘들에게는스트레스가되지않을까?

많이올라오는꽃대가걱정이되어자주살펴보게된다

어머니돌아가신후유품을정리하던중

어머니는앨범을자식들차례대로

결혼사진부터그가계를이어

잘정리해두셨던것을

모두들자기집

사진만빼어가고

거이가빈앨범을내가가져와거기에

우리가족사진을채우며살아왔다.

지금은그보다몇개가더있어

너무많아서언젠가는정리

해야지했던날이

오늘인것이다.

지금쯤정리를해도이르지는않다생각하며

많은앨범들을나는두아들밖에없으니

대강두집으로분리를해놓으려한다

본인들사진만가져가는번거로움을

없애기위한다는생각이었는데

그런데처음좋은마음으로

시작한일을내젊음내

아이들자랄때모습과

살아온세월이

고스란히들어있고

다른세대로넘어간가지에또한손주들까지

열리고얼마나신선하고새롭게예쁘던지

내아이키울때와또다른느낌으로

많이도예뻐했었지멀리있어도

겔겔까르르웃는그음성이

들리는듯귀엽고뿌듯한

그때를생각해보고

그런데이건또무엇일까나도모르게

다른내사진만남는걸보는데콧등이시리고

갑자가서글퍼지는것은무슨심사인가

나도모르게살짝슬퍼서도아닌데

잠시눈물이나는것은

그러나잠시뿐​

오래전부터생각했던대로모두정리를하고나니

마치언젠가해야지했던숙제를마친듯

홀가분한기분까지내아이들이

그들의사진첩하나씩들고

갈생각까지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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