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김염(金焰)을 아시나요?

김염(金焰)을아시나요?

9월초개막하는제4회광주국제영화제에

30년대상하이(上海)에서활약했던조선인배우김염(金焰.본명김덕린.1910-83)의

회고전이특별전프로그램의하나로마련된다.

서울출신으로두살때중국으로건너간그는활황을누리던

1930년대상하이에서여배우완령옥(阮玲玉)과함께톱스타로인기를모았다.

32년상하이의영화신문’전성'(電聲)이실시한독자투표에서’

영화황제(電影皇帝)’의칭호를얻었을정도.

그는이토히로부미암살사건을다룬<애국혼>(愛國魂.감독정기택)이나

항일영화<장공만리>(長空萬里.손유)등에출연해식민지조선인들에게큰위안이되기도했다.

이후김염은계속중국에서살았으며문화혁명기에는농촌하방과수용소생활등을겪기도했다.

이번에열리는’상하이의조선인배우-김염회고전’에서는

<일전매>(1931년)<도화읍혈기>(1932년)<모성지광>(1933)<대로>(1935)<장지릉운>(1936년)등이상영된다.

(서울=연합뉴스)

<일전매><대로>(위부터)

1930년대상하이에서활동을하며명성을떨친조선인배우김염

의사였던아버지를따라2살때북만주로이주한김염은

무협영화감독허우야오를찾아1927년17살의나이에상하이로건너간다.

몇편의엑스트라생활을거친뒤

손유감독의<풍류검객>(1929)으로주연데뷔한김염은

봉건제하에서신분차이로슬픈사랑을하게되는두남녀의영화

<야초한화>(1930)에서부유한음악학도역을맡아유명세에오른다.

이영화에서당대의유명한여배우완령옥은김염의상대역인꽃파는처녀로등장했다.

그뒤로김염은상하이를대표하는배우로서1930년대를풍미했고,

당대식민치하의조선인들에게도상징적위안을주었다.

<일전매>(1931)에서김염은육사장교에서우여곡절끝에빈민을돕는의적단일전매의우두머리가된다.

한청춘남녀의슬픈인연을그린<도화읍혈기>(1932)에서는완령옥과함께출연하여훌륭한연기를보여준다.

부유한미술학도로등장하는<들장미>에서는당시의소녀스타왕런메이와함께연기했다.

이미이때부터일부잡지는김염을두고‘영화황제’라고칭했다.

1933년<모성지광>에서김염은혁명가역을맡았고,

그의대표작으로꼽히는<대로>(1934)에서는항일전쟁중에

군사도로를만드는작업에참여하게되는여섯청년중한명으로출연했다.

이영화에서김염은1인2역으로출연하여화제를모았다.

그리고<대로>와유사하게항일정신을고취시킨영화<장지릉운>(1936)에서는한마을의지도자로등장한다.

참조:<상하이에핀꽃-1930년대영화황제김염>(조복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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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염이30년대최고의인기를구가했던여러가지요인들중,

당시김염의등장은기존의남자배우들과는완전히차별되는

멋지고세련된,백마탄왕자의분위기였다고한다.

당대최고의여배우들이앞다투어김염에게편지를보냈다는말도신선하다.

김염의사진을보면,그말들을입증하고도남음이있다.

그러나김염이더욱매력적인건,

그가그런자신의외모와인기에편승하지않았다는점이다.

"영화라는게여자애들이눈물이나흘리는그런게아니다"라는말,

그는자신의확고한가치관을평생지켜나간인물이다.

항일정신을강하게투영하고있는영화에출연하면서

진취적이고개척적인용감한젊은이상을구축했고,

그의인기를이용해선전도구로삼으려는일본의집요한제안과협박에불응

영화를접고상해를탈출한다.

김염은건축에뜻을두기도했고,

조종사를희망하기도했다.

여러스포츠와미술등을즐기는

그대로다재다능한사람이기도했다.

김염은신중국성립후에도

공산당에가입하지않았다.

그럼에도정부에서그에게영화계고위직을맡긴것을보면

그에대한예우를지켰던것으로보인다.

김염과그의영화에는

중국과한국의굴곡많은현대사가고스란히녹아있다.

좀더자세히살펴보고싶은것중의하나,

한국인으로서의김염의모습이다.

30년대상해에서독립운동을하던한국인들을지원했다는점과

김산을만난적이있다는사실,

그리고50년대에북한에계신어머니를방문했다는사실속에서

그의모습과생각을좀더자세히알고싶다.

물론중국이나한국어느한쪽에서의입장만을견지할수는없다.

그는한국에서태어났고독립운동을하던아버지가계셨지만,또한동시에

중국으로입적하고중국말을사용하고

중국영화에출연하고중국사람과결혼하고

중국에서생을마감했다.

중국과한국을모두사랑했다고볼수있다.

김염은중국영화의황제이기도하고,

말하자면최초의한류스타일수도있으며,

독립운동가의아들이기도하다.

동시에그의행적을따라

우리의현대사를돌아볼수도있다.

좀더많은사람들이알았으면좋겠고,

높은평가와함께적극적인재조명,합당한예우가따랐으면좋겠다.

-<중국영화가로지르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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