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존엄한 익명성에 대하여

존엄한익명성에대하여

여름이다가기전에

며칠전잠시갠날빨래를너는내게옆집아주머니가말을건넨다.

우리동생이죽었어…

아주머니가말하는동생이란먼친척동생으로이집에가사도우미처럼

일주일에한두번씩드나들던여자분이다.

이름도모르고어디사는지도모르지만얼굴을아는사람이죽었다니,

마음이싸아해진다.아직젊은분인데…

남편과아들도있다는데,

사연인즉,

남편모르게알뜰하게모은돈일억을사기당하고뇌출혈을일으켰단다.

돈이사람을죽였다.사는일이뭔가돈이뭔가,

바로열흘전에도눈마주친사람이죽었다니,

돈이이렇게쉽게사람을죽이는구나.

돈을잃어도사람이살아야지,

평범한,아니다어느정도는참하게생긴여자분이었다

자그마하고다부진몸매에,동그란얼굴,조용하고모나지않은성격이었던걸로기억한다.

내가빨래너는마당과옆집수도가나란히있으니

지나다눈마주치면인사한다.

그렇게몇년을본사람이다.

나도돈때문에죽을뻔한적이있다.

오랜일도아니고,바로2년전이다.2년전에난내전재산이랄만한돈을다잃었다.

돈과함께오랜친구와후배도잃었다.부도내고잠적해버린두사람,

전재산을문학잡지에다투자하는바보는나밖에없을거란다.

현실감각이제로라는얘기다.

한동안실어증과지독한고립감에빠져허우적대다가

이젠어느정도벗어난것같지만,모르겠다.내머릿속도어느부분이터져있는건지도.

산다는것은가볍게맘먹기라고다시나를달랜다.

돈에서받는스트레스가어떤건지아니까이죽음이내겐경귀처럼다가오나보다.

그래도지금은조금지나면난이여자를잊겠지하는사실이더슬프다.

이름도어디사는지도모른다.

기억에남아있는건나를편한사람으로대했다는것,

그집감나무잎이전부내현관으로떨어지는걸보고는자기가치울테니

담너머로던지라고말한것이나

우리형부가너무착하니나보고도옆집아저씨같은남자를찾으라고덕담해준것.

배추가달다며담너머로날불러배추속대를뜯어준일정도이다.

아마도단배추속대를먹게되면불현듯생각날지도모르겠다.

억울한돈에대한건잊어버리고,살아있는동안행복한일들추억하기를,

그녀의남편과아들이그녀를오래기억하고그리워해주길바래본다.

내가조각가라면,

그래서알렉산드로스대왕의동상을맡았다면,

동상발치에새기는내서명은맨마지막에새겨넣을것이다.

맨먼저태산만한대리석을선별해자르고작업한

카바토리의이름들을새겨넣을것이다.

그리고대리석에윤곽을잡아준가공업자들의

이름들을새겨넣을것이다.

그리고그아래에,육포를말린사람들과로즈마리를공급한사람들,

빵을만든사람들,토스카나의시원한포도주를만든사람들의

이름들을새겨넣을것이다.

독자들이여,…

그들의존엄한익명성을높이사주십시오.

-루이스세풀베다의<소외>에서-

*사진은두번째것만겐조님것이고나머지는보니님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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