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그대의 의자
그대의의자

다니엘님의방에서가져온의자들입니다.

유럽의어느공원에있는이아름다운의자들사진을보니

나도저기가서앉고싶습니다.

저의자는누구의소유도아니지요?

잠시쉬고싶은사람누구나와서앉을수있는공원의의자입니다.

조용히앉아사색에잠길수도있고,

연인들이앉는다면사랑의의자가됩니다.

저렇게공원벤취에앉아책을읽고,

가만히지나가는시간의풍경을바라보고싶습니다.

가을은공원벤취에앉아있기가장좋은때지요?

나도가끔씩책한권들고근처공원으로나갑니다.

낮에도불을켜야하는내방이답답할때,

도서관의침묵이갑갑하게느껴질때,

햇빛과바람이그리울때,

집앞놀이터나중앙공원으로가기도하고,

조금더멀리는자전거를밀며서울대공원까지갑니다.

거기호숫가의자에앉습니다.

어떨땐그냥잔디의자나작은바위의자에앉기도합니다.

거기서는책을읽기보다는물을바라봅니다.

오리가족들이유유히줄지어지나가는걸바라봅니다.

청계산자락으로슬금슬금어둠이내리는걸지켜보기도합니다.

머릿속은비워둡니다.온갖사념들이물처럼흘러가게내버려둡니다.

멍하게바보같이앉아있는동안나는바보같이행복합니다.

시간이,온갖욕망이하찮게느껴지는한순간이지만,

내겐그한순간의느낌이소중합니다.

해가지고,

산그림자가내려오기시작하면,

울보인나는눈물글썽이며일어납니다.

슬퍼서가아니라그시간이행복해서눈물이나는겁니다.

건너서울랜드의화려한불빛들이빛나기시작합니다.

이제내작은방으로돌아갈시간입니다.

요즘엔도시한가운데도누구나앉을수있는의자들이많이있습니다.

작은공간이라도쉼터로꾸며져있는곳도많습니다.

의자에앉아서잠시쉬어가십시요.

아무생각없이,그냥이가을만바라보아주십시오.

여기,그대의의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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