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눈길/임영란

      서긋서긋한눈발맞으며

      네게로간다

      재빠르게다가온겨울저녁

      어스름속을지나

      속주머니깊이간직해둔

      그리움의주소

      엄지로꼭누르면서

      근엄한얼음덩이로머리묶은산

      그아래어디던가

      네가사는마을에

      네웃음처럼편안하게

      빈몸으로서있을나무들

      겸손하게어깨를기울인담장위로

      서긋서긋눈내리고

      더러는나보다앞서가

      네집문을두드리는눈송이들

      겨울저녁길은길기만한데

      내마음속에갇혀있던얼음덩이들

      모두부서져내려

      세상은온통희디흰화해의말

      내등을토닥이는바람과어울려

      나는한뭉치눈

      한뭉치그리움되어

      네게로간다

      *그림/일석의집(kglee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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