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많은비내린다.봄이지나여름을부르는비다.이장대비에모란은다져버리겠구나아쉬운마음에그간찍은모란꽃사진을찾아보았다.
올봄은참유별나기도했다.봄에눈이이처럼많이내린걸한번도본적이없었던것같다.4월에내리던폭설이라니!올해는늦게까지계속된추위에모란도뒤늦게피기시작했고,이번엔피자마자모란의아름다움을제대로감상할여유도없이바로여름이다.
모란이피기시작하면나의찬란한슬픔의봄도시작되고,…모란이피기까지는나는아직기둘리고있을테요찬란한슬픔의봄을..그렇다.이비그치고,모란꽃잎들다떨어져내리겠지.떨어진꽃잎보면내게도슬픔이,섭섭한마음이내년봄까지계속되리라….모란이지고말면그뿐내한해는다가고말아삼색예순날하냥섭섭해우옵네다.
모란이피기까지는
나는아직나의봄을기둘리고있을테요
모란이뚝뚝떨어져버린날
나는비로소봄을여읜설움에잠길테요
오월어느날그하루무덥던날
떨어져누운꽃잎마저시들어버리고는
천지에모란은자취도없어지고
뻗쳐오르던내보람서운케무너졌느니
모란이지고말면그뿐내한해는다가고말아
삼백예순날하냥섭섭해우옵네다
모란이피기까지는
나는아직기둘리고있을테요찬란한슬픔의봄을
김영랑의시<모란이피기까지는>은내고교시절은사이신이병하선생님이가장애송하던시이다.선생님은경북안동이고향인분으로서울대사범대학출신이시다.고교1학년첫국어수업시간막우리학교로부임한선생님은교과서를열기전에’이반에임영란이란학생이있다고들었는데,누군가?’하셨다.당황스러웠지만,찾는이유를금방이야기해주셨다.학교신문에실린나의짧은독후감’도스토옙스키의<죄와벌>을읽고’를인상적으로읽었다고,그정도글솜씨이면어느지면에실어도좋을만큼잘썼다는칭찬이셨다.(나의사춘기는그야말로읽을만한책을찾아헤매다니던나날,그만큼책읽기에몰두했던시절이다.또한참도스토옙스키전집을읽기시작했던때.)그러면서바로첫수업을도스토옙스키의작품에대한해설로연결해서이야기하듯들려주신것이다.
지긋한연세시지만(교장선생님과동기이신걸로기억한다)멋진외모에목소리도좋아지금도지긋이눈을감고,’한국시에있어서정미학의절정을보여주는시’라고추앙하시며이시를낭송해주시던그음성이귀에생생하다.’아,선생님께선저시를그렇게좋아하시는구나!’나도선생님만큼이시가좋아졌었다.문학에대해궁금한어떤것이라도묻고싶으면교무실로찾아오라던선생님.김영랑과에드가알렌포우와<폭풍의언덕>을빛나는보석처럼,그보다는이런작가들을본받아넌예술가의길을가라는뜨거운낙인으로내머리와가슴에새겨주신선생님.모란은찬란한슬픔,서정의절정이자나의선생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