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박물관> – 오르한 파묵

작년까지내이웃이었던작가라록님이꼭읽어보길권하던책중에오르한파묵이있었다.그런데게으른난파묵의대표작인<내이름은빨강>을최근에야읽었고,신비하고낯선세계.중세의터키를그중에서도세밀화가들을주인공으로내세운추리형식의구성과삽화가들의세계를감탄하며탐험했었다.그래서부랴부랴신작<순수박물관>리뷰를신청했었고,고맙게받았는데..책사진과씨름하다이제야리뷰를올린다.

순수박물관(1,2)-오르한파묵/이난아옮김/민음사

이책은처음부터끝까지사랑에대한이야기이다.1975년4월28일부터시작된한남자의30년에걸친집요하고특별한사랑이야기이다.이야기는70년대후반과80년대중반에걸쳐진행되다가사랑의결실은순수박물관이란형태로완성이된다.철저하게개인적인이야기이면서,책장을덮고난소감은퓌순이란한여자에대한사랑이야기이면서더확실하게는작가오르한파묵의청춘시절의고난의터키,이스탄불에대한사랑과고통의역사라고해도과언이아닐듯싶다.

집요하고,처절하고,비열하기도한절대적인사랑-<순수박물관>

유럽의가난한나라터키의이스탄불,부유한집안,잘나가는회사,아름답고교양있는애인과약혼식을앞둔남자케말은우연히애인을위한선물을사려고들어간양품점에서가난한먼친척처녀인퓌순을만나한눈에사랑에빠져버린다.터키란나라는이슬람국가이고,기본적인헌법보다는이슬람율법이지배하는사회에서,혼전순결이필수적인사회가치의기준인사회에서케말은퓌순과잠자리를같이하고,애인인시벨과의관계도지속해나간다.어느사회건마찬가지겠지만,특히나폐쇄적인이슬람국가에서의사회적인잣대란것은결코무시할수가없는데,특권층이라할수있는케말의경우도마찬가지다.세상의비판을두려워하며시벨과의약혼관계를지속시켜나가려하지만,케말이걸린사랑의열병은퓌순이잠적해버림으로써그열병이더심해져만갈뿐이다.

책의뒷표지에써있는대로’한여자와만나44일동안사랑하고,339일동안그녀를찾아헤맸으며,2864일동안그녀를바라본한남자의30년에걸친처절하고지독한사랑과집착’이말그대로읽어가는느낌도지독했다.난이책을읽으며한책을쓰는데거의전생애를걸었던’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의마르셀프루스트가생각나기도했고,한참적나라한성애장면으로화제가되었던일본영화’감각의제국'(오시마나기사감독,1976년작)도떠올랐다.

‘감각의제국’이군국주의=전체주의시대를살은일본의지식인,한무정부주의자의섹스의집착을통한일탈을보여주는것이었는데,이소설의배경이되는터키의70~80년대는민족주의자(이슬람원리주의자)와이상주의자(혹은공산주의자)와의대립,갈등이심각하던시기였고,군사쿠데타도주기적으로일어나는시대였다.그런데’감각의제국’의주인공이섹스에만집착했듯이,케말은오로지퓌순에대한집요한사랑이외에는아무것도관심이없다.퓌순에대한사랑때문에퓌순이만졌거나,퓌순에대한추억을불러일으키는물건들을훔치고,수집한다.이수집품들을모아’순수박물관’을만들지만,케말의사랑이얼마나이기적인지실제의퓌순의생각-영화배우가되고자하는꿈은거의고려하지않는다.이런집착=’순수’하다는면에선케말또한아나키스트적인기질을100%가진사람이라고할수있다.단,다른아나키스트들과의차이도분명하게보여주는데,난이것이터키의국민성인지?오르한파묵개인의특성인지는모르겠지만,이병적이라말할정도인집요한사랑의이야기의결론이행복이란것이다.

"모든사람이알아주었으면합니다.내가아주행복한삶을살았다는것을."-책의마지막문장.

또작가오르한파묵이이스탄불공과대학에서건축학을공부한사람이란것이’순수박물관’이란표제에서먼저드러나고,문장의구성또한실제박물관을짓듯이한문장한문장이벽돌을쌓아가듯이차곡차곡꼼꼼하게,세밀하게쓰여져있다.이런세밀한글쓰기와집요한사랑이진저리나기도하면서,’..이렇게쓰자면무척공을들였겠구나!’나역시오르한파묵이이책을자신의대표작으로내세운다는말이수긍이간다.

어느사랑이건이기적일수밖에없단생각도들고,완전한사랑이란종교적인사랑을제외하면결국완벽하게이기적인사랑일수밖에없지않을까!

인생에서진짜문제는’행복’이다.어떤사람들은행복하고어떤사람들은행복하지못했다.물론대부분은이사이에있다.그당시나는아주행복했다.

-1권,164쪽

"좋은칼럼과사랑의공통점을찾았습니다."

"그게무엇입니까?"

"사랑도칼럼도,물론우리를지금행복하게해줘야합니다.하지만이둘의아름다움과힘은우리영혼에얼마나깊이인상을남겼느냐에따라평가되지요."

"선생님,제발그걸칼럼에써주세요."

-1권,227쪽..유명칼럼니스트와케말의대화

나는사랑에빠졌고,퓌순을위해했던일들때문에파렴치한사람이되었던것이다!

-2권,157쪽

..하지만성냥을식탁에서집어모르는척하며주머니에넣을때느꼈던행복에는또다른면도있었다.집착적으로사랑하지만’소유할수없는’누군가에게서,작지만어떤일부를떼어내는행복이었다.

물론무언가를’떼어내다.’라는말은,사랑하는사람의숭배할만한몸의일부를떼어낸다는의미이다.

-2권,168쪽

터키사람들은자신의박물관에서,형편없는서양그림모작이아니라,자신의삶을관람해야합니다.우리의박물관은부자들이자신을서양인인양느끼게해주는환상이아니라,우리의삶을보여줘야합니다.나의박물관은퓌순과나의모든인생이고,우리의모든경험입니다.

-2권,392쪽

이야기의처음부터끝까지책을읽으며케말과함께걷고,느끼고,추억하는’순수박물관’=퓌순의집이있는이스탄불추쿠르주마거리지도

책속의순수박물관입장권,실제로이박물관이퓌순의집이었던이스탄불의추쿠르주마에곧완공될것이라고한다.순수박물관을보러나도이스탄불을가보고싶어진다.

오르한파묵

1952년터키의이스탄불에서태어나,부유한대가족속에서성장했다.이스탄불의명문고등학교인로버트칼리지를졸업한후이스탄불공과대학에서3년간건축학을공부했으나,건축가나화가가되려는생각을접고자퇴했다.23세에소설가가되기로결심하고1979년부터본격적으로글을쓰기시작했다.

1982년첫소설『제브데트씨의아들들』을출간하여오르한케말소설상과<밀리예트>문학상을받았으며,다음해에출간한『고요한집』역시’마다마르소설상’과프랑스에서주는’1991년유럽발견상’을받았다.또한1985년출간한세번째소설『하얀성』으로"동양에새로운별이떠올랐다"는뉴옥타임스격찬을받으며세계적인명성을얻기시작했다.

1985년부터1988년까지미국뉴욕의컬럼비아대학의방문교수로지내면서대부분을집필한『검은책』(1990)은’프랑스문화상’을받았으며,이소설을통해파묵은대중적이면서도실험적인작가로터키와전세계에이름을알렸다.1994년출간된『새로운인생』은터키문학사상가장많이팔린소설이라는기록을세웠다.『내이름은빨강』(1998)은현재까지35개국에서출간되었고,이작품으로프랑스’최우수외국문학상'(2002),이탈리아’그란차네카보우르상'(2003),’인터내셔널임팩더블린문학상'(2003)등을수상하였다.또한그가’처음이자마지막정치소설’이라밝힌『눈』(2002)을통해서는새로운형태의정치소설을실험했다.

문명간의충돌,이슬람과세속화된민족주의간의관계등을주제로작품을써온파묵은2006년에는"문화들간의충돌과얽힘을나타내는새로운상징들을발견했다"는평가를받으며『검은책』으로노벨문학상을수상했으며,그밖에2005년에는독일’프랑크푸르트평화상’과프랑스’메디치상’을수상하였다.

*오르한파묵과인터뷰중인역자이난아씨

*오르한파묵과이문열의대담

순수박물관1 저자 오르한파묵(OrhanPamuk) 출판사 민음사(2010년05월31일) 카테고리 국내도서>소설
순수박물관2 저자 오르한파묵(OrhanPamuk) 출판사 민음사(2010년05월31일) 카테고리 국내도서>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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