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기행1.2권-후지와라신야(藤原新也)지음.김욱옮김-청어람미디어
이책사진은찍지않기로했다.아니찍을수가없다.기껏해야이인상적인책의이미지를흐리게할것만같다.부끄러운이야기를하자.난이책을작년에도도서관에서대출받았던적이있다.늘책욕심이앞서는지라다읽어내지도못하면서한꺼번에8권을대출받아놓고는결국가벼운읽을거리부터손대느라읽지못하고그냥반납해버린것.
이번에도또그럴까봐조바심이났다.난누구의서평이나추천같은것은염두에안둔다.그때그때내가직접책을앞뒤로만져보고아무페이지나펼쳐몇줄읽어보고집어드는식이다.쉽게잘읽히는책을좋아하고,반대로아니면아주감각적인문장을좋아한다.문장이너무아름다웠던책..<잉글리쉬페이션트>나<휘트먼의천국>..
후지와라신야의문장은특별히아름답지는않다.화가의시각답게풍경이나사물을색으로표현한것이색다르다면색다르다.그런데이책이여지껏내가읽어본여행기가운데가장인상적인여행기인것은확실하다.
동양의어느나라사물이나풍경을바라보는것에그치는것이아니라사람을만나고,그사람들속으로어울려들어가길원하는여행자.말그대로이사람은사람이사람을찾는여행을한다.인간적이고진솔하기그지없는여행기의어느부분부분은눈물겹기까지하다.사람을찾는다는일,터키의지저분한환락가에서본사진한장으로그사진속의여자를찾아나선이야기라든지,인도에서여행중에도수행을하듯히말라야로침묵의혹독한사원을찾아들어가기도한다.오지의산속깊이틀어박힌사원,그냉기어린곳의어린스님의눈물과재가같이말라붙은꾀죄죄한얼굴.여행기를읽는나도그어린구도자의눈물이말라붙은얼굴을쓰다듬고닦아주고싶어졌다.
…동양인들의삶은개인적인생활과는거리가멀다.그들의삶은길가에버려져있다.집집마다대문이열려있다.개인적이어야할공간이사람들면전에그대로노출되어있다.8년전캘커타를방문했을때는아이스크림을먹으며어느가정집을지나가다가출산장면을목격한적도있다.
웃음이터질것만같다.나는그래서동양을사랑한다.몇년전부터나와똑같은혈액이물결치는동양의자태를머리끝에서발끝까지분명하게바라보고싶다는열망에휩싸였다.좋아하는부분만선택하는게아니라모든장면을있는그대로의모습으로바라볼것.선악과아름다움과추함이뒤섞여있는그거리에세계가있었다.나는그모든것을바라볼뿐이었다.-1권겨울해협-이스탄불,49쪽중에서
한마디로여행이란어떠해야하는것인지를보여주는책이다.우리는작가의시각에따라동양의거리를걷는다.(*이책의원제목이’全東洋街道’이다.)그것도천천히느린걸음으로402일에걸친이여행은한나라에서적어도한달이상을머물렀다는이야기이다.거리만보기위해서사람냄새를맡고,사람을느끼기위해서,화가의눈으로보는여행기라색에대한느낌이많다.사실모든것이시각적이다.관념조차도시각적이다.
“소만있으면여동생들도,남동생들도잘먹일수있다면서나한테여러번애원했어요.두달정도는계속싫다고했어요.하지만보름달이뜬밤에남동생과여동생을데리고그소를몰래보러간거예요…….예쁜소였지요.젖도많이나오고,눈도예쁘고,털도예뻤어요.나보다훨씬예뻤어요.널빤지가갈라진틈으로그소를보고있으니나도모르게눈물이나오더라구요.그날밤결심했지요.뒤를돌아보니소곁에서가족들이쓸쓸하게이쪽을보고있었어요.나는웃으면서손을흔들었죠.”-1권동양의재즈가들린다-캘커타,268쪽중에서
이이야기를읽다가한참울었다.가족에게소를갖게해주려고자신을소와바꿔창녀가된소녀의이야기이다.
12장주홍빛꽃·검은눈―한반도
시베리아한랭기단이뒤덮은이국에서의하룻밤,
낯선거리에서여자의월경을목도하던중
여자의어깨너머로검은눈雪을보았다.새벽녘의파란미광이하늘에반사되어그림자를갖게된함박눈이소리도없이내리기시작했다.
후지와라신야씨가여행했을때와는지금30년이넘는시차가있다.그런데..한반도-우리나라역시그는색으로표현한다.’주홍빛꽃,검은눈’이라고.그는어느나라를가든보통의여행자들은가지않는곳.하층민들의주거지거나싼숙소를택한다,그래서한국에서도그런곳,청량리를찾아간다.그리고그유명한윤락가골목에서한국을느낀다.이런사진을어떻게찍었을까싶은그야말로온돌에두툼한주홍빛꽃무늬가있는이불이깔린온돌방같은것…내짐작으론제목의주홍빛은이이불과우연히목격한창녀의월경이미지인것같다.
후지와라신야의여행은이런식이다.잘꾸며진관광지가아니라그나라의서민들이사는곳을찾아가바로그국민성이랄지사람냄새를맡고,같이엉겨보는것이다.
저자는어느면에서는구도자적인풍모를많이보여주기도한다.단순한종교적인구도자는아닌데,버마(미얀마)나태국한국에서편안함을느낀걸보면아무래도이곳들이다불교문화권이란것.자신만의삶의스타일,여행스타일을만들어냈고,이오랜여행기를올해서야읽은나도이유니크한여행스타일리스트를잔뜩흉내내고싶어졌다.
후지와라신야藤原新也
1944년후쿠오카현출생.도쿄예술대학미술학부서양화과학부중퇴후,20대부터30대까지10여년간인도,티베트,중근동등여러나라를방랑했다.1977년『소요유기逍遙遊記』로제3회기무라이헤에사진상을,1982년『동양기행』(전2권)으로제23회마이니치예술상을수상했다.이후사진가로활동해왔고,주요저서로『인도방랑』,『티베트방랑』,『메멘토모리』,『도쿄표류』,『아메리카』,『시부야』,『바람의플루트』등다수가있다.1998년첫소설『딩글의후미』와2000년에는자전소설『기차바퀴』등이출간되었다.
옮긴이김욱
서울대신문대학원에서공부한후서울신문,경향신문,조선일보,중앙일보등에서30여년간기자생활을했다.지은책으로『세계를움직이는유대인의모든것』이,옮긴책으로『지적생활의방법』『니체의숲으로가다』『아름다운영혼의고백』『톨스토이,길』『아미엘의일기』『데르수우잘라』『여행하는나무』『노던라이츠』등다수가있다.
인간의빙점을녹여주는것은인간이다.인간의체온이다.어쨌든그들과사귀어야만한다.“인간은고깃덩어리예요.감정이제일중요해….”이스탄불에서만난창녀도르마가멍청한표정으로내게불쑥말을걸었을때처럼녹아내리는것이다.늙음과무관심으로부터나를되살려준동양에서살아가는‘인간천재’들에게경의를표한다.
-‘동양기행’에필로그에서..
동양기행1
저자
후지와라신야(藤原新也)
출판사
청어람미디어(2008년10월11일)
카테고리
국내도서>비소설/문학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