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과청계산이양편으로자리잡은우리시에서는해마다봄,가을로기간제산불감시원을뽑는다.
봄은2월에서5월까지이고,가을은11월한달인걸로안다.워낙등산엔취미가없는아멜리에라재작년에혹시나하고사둔등산화한켤레뿐등산복이나장비는하나도없다.거기다산속은도심보다훨추운데날마다온종일산을걸어다니자면얼마나힘들까..지원해볼생각도안했다.그런데나와는달리등산을좋아하고가만히앉아있기보다는몸을움직이는일을더좋아하는친구는이기간제산불감시원일을해마다해오고있다.그러면서올해는꼭나도같이하자한다."좀춥기는해도,운동도되고,수입도되고,좋잖아?"
그래서나도지원을해봤다.
그리고어제면접시험을보러갔다.으와,시청지하에지원자들이잔뜩몰려있다.이사람들이다일자리를찾고있구나!대부분이나이든아저씨들이다.아저씨들할아버지들.아줌마들도많이보인다.
먼저보건소에서혈압부터측정받아오란다.내혈압은정상.그런데맥박이좀빠르단다.왜?
담당자에게혈압수치가적힌쪽지를내미는데..’지금일하고계시죠?”네,’그럼체력시험봐도소용없으니그냥돌아가세요.일하고있는사람은서류에서먼저제외시켜요.”….’
그런데모처럼등산화챙겨신고나왔는데,그냥들어오기가그렇다.’뭐,그래도나도걸을래요…’
체력시험이란것이시청에서시외각의밤나무골까지걷는것이란다.혹시라도모를불상사때문에대부분이중년이상인지원자들이무리해서쓰러지거나하면안되니까.’무리하게뛰거나하진마시고,밤나무골까지가는중간신호등무시하고급하게건너지도마시고,평소속도로차분히부지런히걸으시면됩니다.’주의를준다.
다들열심히걷는다.나보고같이시험보자고한친구가젤발이빠르다.나는내버려두고저만치혼자가버렸다.
나도내페이스대로걸었다.늘자전거를타고움직이다보니걷는일에는영자신이없지만,그래도걷지뭐.날춥지도않고,부슬부슬겨울비가내리는데..걸었다.걷다보니더워져서추울까봐껴입고왔던오리털점퍼는벗어서허리에다두르고또걸었다.내걸음속도는지원자들무리의중간정도수준.생각보다내가영못걷는건아니구나.스스로대견해하면서.시험욕심이아니라순수하게걷는거니까부담없고즐겁다.
사진은마지막도착지점까지갔다가집으로돌아가는길이다.
열심히걸었던사람들의발걸음이느긋해졌다.나도둘레둘레사진몇장찍고,
해마다가을이면밤나무단지인이곳에서시민밤줍기대회도열리는데..왜냐면이곳은평소에는마음대로출입을할수없는지역이다.밤줍기행사가있을때만개방한다.난삼십년가까이과천에서살았지만,밤줍기대회는꼭한번밖에참석을안했다.하긴관악산과청계산을올라간것도몇번밖에안되니.난정말움직이는걸싫어하는사람이다.그런데어제이렇게걸어보니걷는일이무척기분이좋다.평소안걸어다니던다리를썼더니지금다리가뻐근하기는하지만,이건기분좋은피로감이다.앞으론나도자전거만타지말고,따로시간을내서라도걸어야겠다.
새해에는(이제곧설날이니새해맞죠?)데레사님처럼아침마다1시간정도동네를슬슬걸어다녀봐야지.청계산꼭대기는아니어도산밑까지라도걷다가와?아니면대공원을한바퀴돌고올까?난대공원의청계저수지도늘자전거를타고돌았는데..앞으론자전거는입구에세워두고걸어서한바퀴.
걷는동안은집구할걱정도잊고,생활비에대한고민도접고,나무한번쳐다보고관악산한번쳐다보며그저내가잘걸을수있나?이생각뿐이었다.그런데무엇보다걷고난후의기분이좋다.행복하다.이젠나도걸어야지.내속도대로천천히걸어야지.뒤숭숭한내마음이랑잡다한고민들도나를따라걷겠지?그렇게걷다보면내삶의속도도내발걸음을따라정리될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