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이열리는기간동안본의아니게(?)좋은영화들을많이보게됐다.동계올림픽실황중계를보자면,초저녁에잠깐자고바로한밤중에일어나티브이앞에앉아야하고,그러다다시잠자기도애매한시간이되면이리저리채널을돌리다가대중적이지않아서개봉관에서는별재미를못본(반면에작품성은높은)영화들을보여준다.그래서이영화도보게되었는데,아주잘만든영화고,오래전에읽었던존르카레의원작도되짚어생각해보기도했다.

스파이영화라고해서우리가흔히아는<007시리즈><본시리즈>를염두에둔다면이영화는재미없는영화이다.화려하고스릴넘치는액션장면은없다.지극히현실적인첩보활동스파이의세계를보여주는영화고,이야기자체도복잡하게얽혀있으니집중해서감상해야한다.그래서보기만하는스파이영화가아니라머릿속으로이야기를정리해가며보는재미를느낄수있는영화이다.

이영화를얘기하기에앞서존르카레의원작에얽힌이야기부터해야겠다.어제올린포슽의조르주심농이문학적인범죄소설을쓰는장르작가라면,존르카레의첩보소설도심농처럼보수적인영국문인들의지지를얻은첩보소설이다.말하자면존르카레의작품들은스파이세계를그리면서도문학적인진지함과깊이도느끼게해준다.

소설의배경에는한때세상을떠들썩하게했던영국MI6내부의이중스파이스캔들케임브리지5인조사건이있다.영국의상류층이자최고지성인의산실이라는케임브리지의출신의젊은이들5명이소련을위해이중스파이노릇을한것.그야말로냉전시대의세계를경악시켰던스캔들이다.

1963년에발각된케임브리지5인조라는간첩조직은킴필비(KimPhilby),도널드맥린(DonaldMaclean),가이버지스(GuyBurgess),앤서니블런트(AnthonyBlunt),존케인크로스(JohnCairncross).이들중소비에트정부에게가장성공적인스파이가바로킴필비였다.-킴필비는발각되기직전소련으로망명.훈장도받고영웅대접을받았으며자서전도쓰고했지만,말년은알콜중독자로사망했다고함.

이사건은영화로도만들어졌고,미니시리즈로도다큐멘타리로도만들어졌던걸로기억한다.이실화이야기만해도포슽을다채울것같으니까..이정도로.

영화의원작자인존르카레가바로MI6에서근무하면서이런이중첩자가려내는일을했었다고한다.존르카레는필비사건으로계기로MI6를관두고작가로전업했다.이런작가의경력과문장력이이제껏창조된스파이중에서가장현실성이있는인물조지스마일리란캐릭터를만들어낸것.

존르카레가소설속에묘사한스마일리는,

..조지스마일리씨는빗속을달려가는일은잘하지못할사람이다.그것도한밤중에는더더욱말이다.그는어린빌로치가나중에크면그렇게될법한예고편인물이었다.키가작고땅딸막한데다중년의신사인그는외관으로보아큰상속재산은있을것같지않은,영락없는런던무지렁이였다.

다리는짧아서걸음걸이는전혀민첩하지못했고옷은비록값비싼것이지만몸에잘맞지않았으며게다가비에푹젖어있었다.약간홀아비냄새를풍기는그의외투는습기를잘흡수하도록디자인된검은색느슨한천으로만든것이었다.소매는너무길거나아니면그의팔이너무짧거나둘중하나였는데로치가비옷을입을때그렇듯이외투소매가그의손가락을다가리고있었다.

진지한스파이(?)스파이소설역사상가장현실적이고지성적인스파이가바로바로영국첩보부에근무했던경력을가진작가존르카레가창조해낸조지스마일리이다.

(난어느날울집마당에나타난턱시도고양이에게이멋진이름을턱하니붙였다.지적이면서민첩하고(몸이아니라머리가),점잖기도한스마일리를닮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