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오는 법도 배우자 -서초 일가족 살해범에게

나는긴시간을내려오는법만배워온것같다.

강남서초일가족살해사건을지켜보면서바로나자신과비교하게된다.

나도상류층까지는아니어도경제적으론부족함이없이살았다.(아니그렇게살았던시절이있었다.)

지금의내모습을보면내가변했다.변해도너무변했다.

어떻게하면적은돈으로알뜰하게살아갈까..하는것만생각한다.

일가족을살해한40대가장과내가공통되는점이하나있다.나는빌릴줄을모른다.

누구에게도돈빌려달란소릴못한다.빌린다는건언젠가갚겠다는건데,갚을자신이없으니까빌리지도않는다.갚을수없는돈을빌리는건사기니까.

나역시도날마다절망하며산다.

밤마다포기하고싶다.암흑의빗장을밀며다그만둬버릴까….그런데도버티고있다.

친한블로거들이야다아는이야기지만,나는근10년을공공근로를하며받는최저임금으로살아오고있다.해마다기간제나다른일자리에지원서를내보지만,나이가많다는이유와뚜렷한경력이없다는것과(구성작가경력은경력으로쳐주지도않는다)나보다더어려운사람들이있다는이유로취업도안된다.

이런형편에길고양이들을돌보느라저축은꿈도못꾼다.아파도병원도못가고,외식은꿈도안꾸고,한겨울에도보일러가얼정도가아니라면난방안틀고지낸다.김장한번담은적없고,왠만한물건은주워오거나얻어서쓰지만,의료보험료도연금보험료도장기간연체된상태.

그런데도살아간다.

못났다.내가참못났다.어제는집으로돌아오는길에도서관셔틀버스를타려고했는데,또놓쳤다.

우리시가돈이없단다.재정이바닥난시.지금시나정부나돈이없다는건비슷하다.

그래서도서관셔틀버스도1월말까지만운영된다고한다.

딱한번셔틀버스를타고서,"아저씨,이차55분에출발하는거잖아요?그런데왜늘1-2분일찍출발하세요?저번번이이버스를못타고한시간을걸었어요."

기사는미안하다는말한마디없이

"난이일당장이라도때려치우고싶은사람이니까.몇분일찍출발했느니뭐니따지지마세요."오히려역정을낸다.

참삭막하다.

기사입장에서야,버스회사랑계약기간이남았으니까..재계약할거라고예상하고들어온일자리였나보다.

그런데달랑한달이라니울화통이터지는건알겠지만,그래도거친대꾸에기가막혔고,

"저내일도이시간에이버스탈거거든요.시간지켜주세요."당부하고내렸건만,

또시간전에출발해버린버스.

날은춥지.다리는아프지.천천히걷다가달걀이떨어졌으니달걀을살겸따뜻한마트로들어갔다.

마침L마트의’미친데이’다.L마트에서매달한차례씩수십가지품목을왕창세일하는날.

(솔직히나는한달에한번이날만장을보기로작정하고있다.한꺼번에장을봐야배달도시킬수있으니까.)

작은마트안이북적이고,오래근무한마트직원들이야내얼굴을아니까.

"저게싸저걸잡아.저계란몇판안남았으니여기다둬.카트가져올동안내가맡아줄게."

세일하는우유도사고,코다리도한손사고,좋아하는물미역과파래도샀다.물미역사면서옆에잎파리떨어진것까지주워담는날보더니.판매원아주머니혀를차신다.

"참알뜰하다.혼자산다면서떨어진것까지주워가."

"아니떨어진잎파리들은쓰레기가되니까환경을생각해야죠."

돌아서면서낯이뜨겁다.나왜이렇게살지?

내가떨어진잎파리들을주워담은것보다.아주머니큰목소리가민망했다.

그러면서생각이..나는언제부터내려오는법을배운것일까?

아마기본은되어있었던것같다.외조부모님이무척이나근검절약하는분이셨다.

무슨물건이든지한번장만하면수십년을고쳐가면서쓰시는걸보고자랐으니까.

할아버지안경은렌즈만바꿨을뿐안경테하나로평생을쓰셨다.30대에장만한안경을92살로돌아가시는날까지고쳐가며쓰셨으니까.할아버지야물건아끼란말한번하시지않으셨지만,보고배우는게무섭다.

나보다는몇배몇십배나여유가있는40대가장이가족을살해하고자살하려했단다.

왜이런최악의선택을했을까?이사람을송파3모녀자살사건과비교하니외계인처럼보인다.

상대적박탈감이라..상대적박탈감은내인생이아니었나?내친지들은다부유하다.난왕래를하지않고지낸다.도와달라고청을넣느니굶고말지.그리고대부분의여유있는사람들도각자나름의이유로늘급박하다.자식공부시키느라힘들고,또결혼시키려면돈,하다못해노후대책으로오피스텔이라도하나장만해두느라고도힘들다.

상대적박탈감은이해가된다.공감도되고,하지만그렇다고부인과아이들을살해한것은이해할수가없다.용서도안된다.

우리는위로올라가는방법만배웠지.내려오는방법을배우지못한것은아닐까.사실나도내려오는법을제대로배운건아니다.처음엔동사무소를찾아가도일자리를달란소리가안나와몇차례나그냥되돌아나왔다.

지금이야이것도후회가된다.차마도와달란말을못하고,스트레스로길에서기절하기나하면서넋이빠져지낸기간을후회하고있다.관공서에다일찍도움을청했더라면,더나은방법을찾았을지도모르는데..몇년전부터는이공공근로일자리조차도해를걸러야차례가온다.-나머지1년은어떻게버티라고?

관공서라고제대로일하는것도아니다.관공서는서류만으로심사를하니까.다그런건아니지만헛점이많다는이야기다.정년퇴직한시청직원들이공공근로로용돈벌이를하거나,재산을자식이나친지명의로바꿔놓고생활보호대상자로된사람들도봤으니까.

공공근로를하면서보니까하나같이다들나보다형편이낫다.이사람들은경쟁사회에서살아남는방법과내려오는방법을나보다훨빨리터득한사람들이다.이사람들이살아가는모습은무섭기도하다.

가끔은진짜어렵고,힘들게살아가는사람을만날때도있다.내가나눠줄게없을까애쓰게되는사람들.내가진짜이웃이라고생각하는사람들이다.

나처럼추락하는현실에맞닥뜨린이들에게꼭당부할말이있다.내려서는일을부끄러워하지말자.

이런과정으로내몰린자신의무능력을무기력함을자책하는건당연하다.

하지만,내가족이라도폐끼치는일을해서는인간이란근본조차상실하게된다.

손벌리기부끄럽다면스스로해결할수있는최선의방법을찾아보는거다.방법을못찾겠어서살아갈여력이없다면조용히혼자죽어라.

우리는자라면서위로올라가는방법만배웠지.내려오는방법을배우지못했다.

내무능력이무기력함이내려가는길밖에못찾았지만,40대는절망하기엔너무이른나이다.

아빠손에죽어간어린딸들을생각하면마음이찢어질듯이아프다.

누구도어린생명들을해쳐선안된다.행여라도가족살해범에게관용을베푸는일이없기를.

또다시이런일이일어나지않도록,가족이전에살인이다.그것도3중살인.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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