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의 벚꽃축제

     진해의 벚꽃축제

 

먼저 날씨를 확인해 본다. 오후 3시까지는 구름이 많다가 개이겠다는 예보다. 그럼 됐다. 비만 오지 않으면 그럭저럭 노니는 데는 문제될 것이 없어 보였다. 보따리를 챙겨 집을 나섰다. 이런 내가 마치 봄처녀가 바람난 꼴 같아 내심 피식 쓴웃음이 배어나왔다. 사실은 정반대의 심정인데 말이다. 울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바람은 필요할 터였다. 비는 내리지 않지만 하늘은 우중충 회색구름으로 푸른 봄을 가리고 있었다.

오늘 역시도 터미널 안은 승차순서를 기다리는 긴 행렬이 대기실 내 면적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무려나 나는 버스표부터 끊었다. 5천원 권을 내밀었더니 백 원 더 내란다. 아니 창원행이 3천8백 원인데 진해가 왜 더 비싸지? 나는 부산에서 보면 창원이나 진해는 거기서 거기라는 관념에 빠져있었던 것이다. 정확한 거리를 모를뿐더러 시외버스 요금체계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도 모르니 달라는 대로 줄 밖에. 요금은 그렇다 치고 이제부터가 대략난감이다. 월요일인데도 진해를 찾는 사람이 이렇게 많단 말인가. 버스에 오르려면 얼마의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한 십오 분쯤 시간이 흘렀을까, A4 만한 종이에 「입석을 원하시는 분」이라고 쓴 알림판을 든 예순 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긴 줄을 스쳐지나가며 눈동자를 굴리는 모습이 나의 시야에 들어왔다. 「진해행 입석을 말합니까?」하고 내가 관심을 표명하자 그렇다고 하면서 자기를 따라오라는 제스처를 쓴다. 앞뒤 잴 것도 없이 나는 그를 뒤따라갔다. 진해까지, 길어야 한 시간 내외겠지. 그 정도면 서서 간들 어때 싶어 냉큼 곧장 출발하려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대기 줄에는 젊은 사람들이 적지 않았는데 제 돈 주고 서서 가기는 싫었던 모양이다. 겨우 여섯 명만 입석으로 올라타고 진해로 향했다.

이렇게 군항제에 맞춰 진해 벚꽃을 구경하게 되었다. 축제라지만 축제의 모두를 본다는 건 무리다. 다만 예년에 들려봤던 벚꽃이 장관인 한두 군데를 돌아보는 것으로 일정을 잡을 뿐이었다. 오랜 시간을 걸으며 축제마당을 훑으며 다닐 체력이 아닌 탓이다. 명불허전이라듯이 역시 진해는 눈에 뜨이는 길거리마다 활짝 핀 벚꽃으로 장식되어 여느 도시와는 차별화된 고장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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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열차의 운행이 정지된 경화역에서.

작년까지만 해도 축제기간 중에는 볼거리로 열차운행을 개시하였었다. 만개한 벚꽃 터널을 지날 때 하얀눈처럼 흩날리던 벚꽃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였었는데 금년엔 그런 볼거리가 없다. 대신 객차 한 량을 고정 배치시켜 낭만적 풍경을 연출한 것이 그런대로 축제의 의미를 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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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나 일본 등 외국관광객들이 적지 않게 눈에 뜨이는데 이제는 무슬림도 심심찮게 우리의 시선을 끌어 모으고 있다. 아마도 국제적으로 이름난 축제임에 틀림없다. 공식 축제 이름은 「제54회 진해 군항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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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은 용감해! 세상이 많이 개방되어선지 요즘은 남의 시선일랑 아랑곳하지 않고 이처럼 대담하게 사랑의 표현을 연출하는 커플들이 적지 않다. 그들의 앞날에 행복만 가득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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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 버스킹도 있고.

 

▼ 진해 벚꽃 명소 중의 하나인 여좌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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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을 뒤로 하고 어린 중학생들이 연주해내는 음악은 그대로 감동이었다. 비록 미숙하여 서툴지만 리듬은 경쾌하게 나의 심금을 자극하였고, 아름다운 선율은 나의 감성을 우러나게 하기에 더도 덜도 아니게 우울한 회색빛 봄날을 기쁨으로 충만하게 하였다.

4 Comments

  1. 데레사

    2016년 4월 5일 at 11:27 오후

    대단합니다. 주최측도 힘들었겠어요.
    저는 어쩌다 보니 벚꿏 핀 진해를 못
    가봤어요.

    내일 비온다는 예보인데 꽃떨어질가봐
    걱정스러워요.

    • 靑睦

      2016년 4월 8일 at 12:28 오전

      어제 밤부터 오늘 오전까지 비가 내렸으니 꽃이 많이 지긴 하겠지요. 피면 지는 것이 꽃의 운명이니 내년을 기약할 밖에요.
      아직 진해 군항제를 못 보셨다니 그 유명지를 아직 가보지 못한 분이 계시겠구나 싶어 안타까운데 살아생전에 한번쯤은 구경해 볼만한 곳이긴 합니다.
      특히 해군사관학교내에까지 개방되어 있어 추억에 길이 남을 곳입니다.

  2. enjel02

    2016년 4월 7일 at 2:32 오후

    입석 버스를 타시고
    진해 축제에 다녀오셨군요
    그 많은 사람들 틈에 많은 축제
    사진 보여 주셔서 잘 보았습니다
    수고하셨어요 고맙습니다

    • 靑睦

      2016년 4월 8일 at 12:35 오전

      나라 안에 흔한 축제가 있지만 진해 군항제는 그 나름의 볼거리가 많습니다. 일제 시대부터 군항지로 쓰였던 곳이니만큼 해군의 역사와 더불어 벚꽃이 진해에 유독 많이 심어진 유래라든지, 이순신 충무공의 역사와 거북선 탑승 등 하루를 충분히 즐길 거리가 많아 권하고 싶은 곳이기도 합니다. 번잡한 곳을 싫어하시는 조용한 성품이시니 사람들에 부대낄 고생이 걱정이 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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