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1980년 11월 30일의 추억 : 밤을 잊은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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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1130일 언론 통폐합으로인하여TBCKBS로 넘어가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했던 방송프로그램이 밤을 잊은 그대에게였습니다. 당시 진행자는 지금은 은퇴하여 경기도 헤이리에서 카메라타라는 클라식 음악 까페를 운영하시는 황인용 아나운서였는데 자정이 다가오고 프로그램 종료5분을 남겨두고 울먹이면서 아래와 같이 고별인사를 하였습니다. 당시 방송시간은11시부터 익일1시까지였지만 그 날은 자정을 기점으로TBC의 전파송출을 중단해야 했기 때문에1시간만 진행을 했습니다.

남은5분이 남은5분이… 남은5분이 너무 야속합니다. 10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5분이10분이 될 수는 없습니까? 여러분이 아껴주시던 동양방송은 사라져도여러분의 가슴에 오래오래 동양방송의 기억을 소중히 묻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4분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안녕히 계십시오. 여기는TBC 동양방송 입니다. 여러분의 방송이었던TBC 동양방송 입니다. 다시 만날 때까지 몸 건강히 안녕히 계십시오. 하시는 일이 뜻대로 이루어 지시고 하느님의 가호가 항상TBC 가족이셨던 여러분과 함께 하기를 빌면서 물러갑니다. 저도 이제 헤드폰을 벗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정이 든 제7스튜디오를 아니 동양방송은 이제 떠나겠습니다. 이제 동양방송은3분입니다. 끝으로 동양방송의 호출번호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알려드리겠습니다. 여기는 … 육백 삼십 … 구 킬로헤르츠…HLKC 동양 방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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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TBC 장수만세로 스타 아나운서가 된 황인용 선생님

제가 중학교3학년이었던1980년 봄, 학교에서 치른 모의고사에서 반2등을 하자 아버님께서 지금은 없어진 파고다 공원 아케이드에서 당시 가격으로49,500원인 에로이카 라디오 카세트를 선물로 사주셨고, 이 라디오 카세트로 가장 애청했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팝송을 접하게 되었고ABBA, BeeGees, Carpenters, Olivia Newton John, ELO등 기라성 같은 뮤지션들의 음악에 심취하게 되었고 공테이프가 늘어지도록 이 프로그램의 팝음악을 녹음해서 듣곤 하였습니다.

그렇게 애청하던TBC 동양방송의 간판 아나운서였던 황인용씨의 밤을 잊은 그대에게가 신군부의 언론 통폐합으로19801130일 자정을 기해KBS로 넘어가게 되면서TBC TV의 방송은 오후11시 반에 종료되었고 황인용 아나운서가 진행했던 이 프로그램이 동양방송의 마지막 프로그램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 당시 어린 나이에 언론 통폐합의 본말은 잘 몰랐지만 애청하던 프로그램의 마지막 방송을 들으면서 눈시울을 적셨던 기억이11월말이 다가오면 늘 생각이 나곤 하네요. (사진은1981년 발매되었던Sony ICF-E10 AM/FM 라디오로 스피커 없이 이어폰으로만 청취 가능한 모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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