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겠습니다.1981년 2월 중학교 3년간 적금으로 모은 5만원으로 할머니께 선물 드렸던 라디오입니다. 가로5cm, 세로6.5cm, 두께1.8cm의 크기로 스피커가 장착된 소형 AM, FM 라디오로 지금은 같은 크,기의 MP3 플레이어라도 신기할 게 없지만 당시로서는 매우 놀라울 정도로 작은 사이즈의 라디오였습니다.그래서 제품명도 MICRO 007로 불렸습니다.
이북이 고향이셨고초등학교 때 백범 김구 선생님께 교육을 받으셨던제 할머니는 할아버지께서 40대에 돌아가시자 제 어머니와 외삼촌 3명의 생계를 책임지셔야 했습니다. 당시 보통 여자답지 않았던 특유의 수완으로 황해도 남포에서 잡화점으로 큰 돈을 버셨는데 6. 25 전쟁 중 자녀들을과 함께 수송선으로 월남을 하셔서 다시 서울에서 장사를 하시며 집안을 일으키셨다고 합니다.
제가 태어나면서부터 같이 사시게 된 할머니는 제게 너무나 많은 사랑을 주셨습니다. 제가 중학생이 되어 할머니를 위해서 뭔가 평생 남을만한 선물을 드려야겠다고 생각하였고 3년 동안 모은 적금을 찾아서 라디오를 즐겨 들으시던 할머니를 위해 당시로서는 고가의 라디오를 선물로 사드렸던 것입니다. 어머니와 함께 집안일을도맡아 하시던 할머니께서는 천주교 신자로 기도드리는 일 외에라디오를 들으시는 것이 취미이셨습니다. 할머니는 그 후15년간 돌아가실 때까지 이 라디오를 애지중지 잘 들으셨습니다.
이제 할머니의 유품이 되어 다시 제가 보관하게 되었습니다.이제 그분은 이 세상에 안 계시지만 이 라디오를 꺼내 볼 때마다 갓난 아기 때부터 결혼 할때까지 작은 것 하나까지 일일이 챙겨주시던 그분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