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코드의 처리문제를 개선한 이어폰 내장형 모델은 코드를 본체 내부에 수납하여 언제든지 코드를 빼내 청취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청취 중에 코드가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단 한가지 이어폰을 “무선화”하여 본체와 완전히 분리하는 방법 이외에는 없습니다.

이러한 워크맨 사용자의 요구가 반영되어 이어폰을 본체로부터 완전히 분리한 Wireless 리시버를 채용한 최초의 무선 워크맨이 1988년 등장합니다. (WM-505 32,000엔) 이 모델은 무선화를 실현시키기 위해서 이제까지 본체에서 사용해왔던 껌전지를 무선 리시버의 전원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이러한 무선 제품을 만들기 위해 건전지를 사용했을 경우 약이 금새 닳아 버리지 않게 전력의 생력화(省力化) 및 무선 리시버의 소형화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과제를 동시에 실현 시켰습니다. 또한 헤드폰 볼륨과 DBB회로 컨트롤이 무선 리시버 측에 부착되어 손쉽게 조작할 수 있었습니다. AA사이즈 건전지와 충전식 껌전지를 동시에 사용할 경우 최장 9시간 연속재생이 가능하였으며 본체에 껌전지를 넣은 채로 충전이 가능한 스탠드 충전기가 부속으로 제공되었습니다.

무선 리시버는 전원 끄는 것을 잊어 버리는 것에 대비하여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2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전원이 차단되었습니다. 특이하게도 무선 리시버의 이어폰 잭에 다른 이어폰을 연결할 경우 두 사람이 음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본체에 이어폰을 연결한 상태에서 무선 리시버는 음악을 수신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비행기 내에서는 통신전파의 간섭을 일으킬 수 있는 관계로 사용을 절대 하지 말 것을 취급 설명서에서 명시하였습니다. 또한 잡음 간섭을 피하기 위해 본체와 무선 리시버를 금속물체 가까이에 두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 Couch Potato의 탄생 – Zenith가 주도한 무선 리모컨의 역사

초창기의 리모컨은 유선으로 조작하는 것이었습니다. 1955년에 미국의 음향기기 메이커인 Zenith사의 유진 볼리에 의해 세계 최초의 가정용 리모컨인 “플래시매틱” 리모컨이 발명되었습니다만 가시광선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태양광에 의해 오작동하는 결점이 있어서 제품화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단점을 보안하여 1956년에 Zenith사의 로버트 애들러에 의해 초음파 방식의 TV 리모컨인 “SPACE COMMAND”가 제품으로 개발되었습니다.

초기의 TV 리모컨은 TV 본체의 로타리식 채널과 같은 인터페이스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 이후 버튼 방식이 채용되었으나 당시의 TV 조작에는 복잡한 기능이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채널을 바꾸기 위한 업다운 버튼과 음량조절용 버튼만 가진 단순한 형태였습니다.

Zenith는 1918년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아마추어 라디오 장비를 생산하는 소규모 업체로 설립되었습니다. ‘Zenith’라는 회사명은 창립자의 라디오 호출부호, 9ZN에서 기인하였습니다. 1923년 “Zenith Radio Company”로 개명하면서 주식회사로 발전하였습니다. Zenith는 첫 휴대용 라디오를 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리모컨과 FM수신기, 평면 음극선관, MTS방식의 아날로그 텔레비전을 개발하였으며 최초로 디지털 HDTV시스템을 개발한 회사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1980년대에 들어서서 일본 전자제품 업체의 미국 시장 공략으로 Zenith는 재정난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1979년 히스 컴퍼니를 인수함과 동시에 히스 컴퍼니의 컴퓨터 제작 자회사를 “Zenith Data Systems”로 개명하였으나, 1989년 HDTV 개발 연구비 확충을 위하여 그룹 불(Groupe Bull)에 히스 컴퍼니와 제니스 데이터 시스템스를 매각하였습니다. 1984년 Zenith는 라디오 사업을 접은 지 2년 만에 유선 텔레비전과 컴퓨터 사업에 뛰어들면서 “Zenith Electronics Corporation”로 개명하였습니다.

1990년에 이르러 재정난이 더욱 심화된 Zenith는 타 기업들에 의해 적대적 인수의 주 목표물이 되었고, 이를 타계하고자 LG 전자에 주식의 5%를 매각하고 기술제휴계약을 채결하였습니다. 당시에는 아날로그 텔레비전이 미국 시장 전체를 장악한 상태였기 때문에 Zenith의 전망은 어두웠습니다. 결국 LG 전자는 1995년 Zenith의 주식 55%를 매입하여 경영권을 인수하였습니다. 1997년에 촉발된 IMF 구제금융사태와 미국 시장에서의 일본 전자제품의 점유율 상승, 심화된 재정난으로 인하여 Zenith는 1999년에 파산신청을 하였으며 LG 전자는 Zenith의 채무와 주식을 교환하자고 제안하였습니다.

1999년 Zenith를 최종 인수한 LG 전자는 기업회생 계획을 미국 법원에 신청하며 구조조정을 진행하였습니다. 미국 일리노이주 멜로스파크 텔레비전 공장을 필립스에 매각했으며, 멕시코에 있던 공장 4곳도 정리한 후, Zenith는 전문 연구 개발 기업으로 재편되었습니다.

오늘날 Zenith의 HDTV 기술이 미국을 비롯한 캐나다와 멕시코의 디지털 텔레비전의 표준기술이 되면서 특허료가 주 수입원이 되었습니다. 모기업 LG 전자는 ‘Zenith DTT-900’와 ‘Zenith DTT-901’를 비롯한 디지털 텔레비전 세트톱박스와 Zenith의 회사명으로 LCD 텔레비전을 생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