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자업계의 쌍벽 – 소니의 8mm 캠코더와 파나소닉의 Super VHS-C 캠코더
1) VHS의 성공을 계승하지 못한 후손 – VHS-C
1982년 발매된 최초의 VHS-C 비디오 데크 – 빅터 HR-C3 VHS-C 최초의 제품은 1982년 일본 빅터가 출시한 포터블 비디오 데크 HR-C3로 당시 포터블 비디오의 소형화로 VHS를 앞지른 소니의 베타맥스에 대항하기 위하여 개발한 규격이었으나 이후에 등장한 8mm 비디오에 대항하여 비디오 카메라에도 채용하여 각광을 받았습니다. HR-C3는 GZ-S3라고 명명된 비디오 카메라와 한조가 되어 City Jack이라는 브랜드로 판매가 되었습니다. 기존의 일반 VHS 비디오 카메라와 같이 비디오 데크는 허리에 차고 비디오 카메라에 연결하여 촬영할 수 도 있고, 숄더 후레임으로 비디오 데크인 HR-C3와 연결하여 일체형 캠코더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었으며 당시에는 가장 휴대성이 뛰어난 제품이었습니다.
비디오 카메라 GZ-S3과 한조를 이뤄City Jack이란 브랜드로 판매가 되었습니다.
1982년일본 TV광고
VHS-C의 카세트 사이즈는 일반 VHS 카세트의 약 1/3정도입니다. 당초의 녹화시간은 20분이었으나 후에 40분으로 연장되었고 3배 모드로 2시간의 녹화가 가능하였습니다. 구조상 케이스 중간의 테이프가 늘어지기 쉬워 어린이가 장난으로 테이프를 잡아 빼내는 등의 일로 테이프가 늘어진 상태에서 카메라에 장착하여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후에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제품이 등장하였습니다.
1982년 8월 tape sound잡지 표지에 등장한 HR-C3
포맷은 VHS와 호환성이 있어 카세트 어댑터를 사용하여 일반VHS 카세트처럼 재생할 수 있었습니다. 카세트 어댑터를 사용하지 않으면 VHS와 병용이 가능한 “컴패티블 비디오 데크(Compatible Video Deck /빅터 HR-SC1000)”을 발매하기도 하였습니다.
일반 VHS 비디오 데크에 플레이 할 수 있게고안된 VHS-C용 어댑터
8mm 비디오와의 규격전쟁을 벌이던 중 1989년 소니가 여권 사이즈의 8mm 캠코더CCD-TR55를 발매하여 대 히트를 하자 시장은 8mm 쪽으로 기울어 졌습니다. 이에 대항하기 위하여 VHS-C진영의 마쓰시타는 1990년 “브렌비 NV-S1”이라는 소형 VHS-C 비디오 카메라를 개발하여 히트를 시켰고, “VHS 데크 그대로 볼 수 있습니다.” 라는 광고로 대항하였습니다만 녹화시간이 짧은 점 등의 단점을 극복하지 못해 시장점유율은 하락하였습니다.
1990년 발매되어 히트를 기록한 파나소닉최초의 Super VHS-C 캠코더 "브렌비 NV-S1"
손 떨림 방지기능이 장착된 최초의 캠코더 "브렌비 NV-S1"
또한 일본보다 더 큰 규모의 시장을 갖고 있는 미국에서고 VHS-C 규격이 보급되지 않았습니다. 미국시장에서의 니즈는 카메라의 소형화가 아니라 (오히려 버튼이 작으면 조작이 불편하다는 반응) 대여 비디오 소프트의 재생 기능을 겸비한 풀 사이즈 VHS 규격의 비디오 카메라가 환영을 받았습니다.
파나소닉 "브렌비 NV-S1"의 사용 설명서
1990년대 들어 저렴한 한국산 비디오 데크가 등장하고 대여 비디오 재생은 전용의 거치형 데크로 하는 것이 일반화 되고, 녹화시간이 짧은 것이나 테이프의 늘어짐 문제로 VHS-C가 외면을 받게 되어 8mm 비디오에 주도권을 넘겨주게 되었습니다.
1982년 빅터 카탈로그 표지
1994년 10월에는 파나소닉이 고화질 3CCD를 채용한 S VHS-C 비디오 카메라 “NV-X100”을 발매하여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8mm진영도 소니가 같은 시기에 3CCD 비디오 카메라를 출시하여 8mm 우위의 추세를 뒤집지는 못하였습니다. 결국 1995년경에 VHS-C진영의 수장인 파나소닉과 JVC는 비디오 카메라의 생산을 중단하고 전혀 새로운 포맷인 DV의 개발에 전념하게 되었습니다.
파나소닉 최초의 3CCD 채용 캠코더 NV-X100
2) 베타맥스의 실패를 설욕한 절반의 성공 – Video 8
1989년 출시되어 대히트를 기록한 캠코더 -소니 핸디캠 "CCD-TR55"
1970년대 중반부터 가전업계를 양분했던 VHS와 베타의 치열한 규격전쟁으로 인해 통일된 규격이 없어 피해를 감수해야 했던 일본의 가전업체들은 “8mm 비디오 간담회”를 열어 차세대 비디오 규격을 검토 한 결과 비디오와 관련된 세계 127개사의 의해 통일된 규격으로 8mm 비디오가 탄생하였습니다.
1985년 9월 Popular Science 표지에 등장한 최초의 핸디캠 CCD-M8
테이프의 폭 8mm인 것을 그대로 규격명으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8mm 비디오 카세트는 오디오 카세트와 크기가 비슷하고 VHS와 베타 비디오 테이프에 비해 크기가 크게 줄었습니다. 테이프는 메탈 테이프를 채용하여 고밀도 기록에 의해 당초의 표준모드 120분 기록이 가능하였습니다.
베타맥스 방식의 비디오 카메라
8mm 비디오는 하이밴드화된 상위호환의 포맷으로 Hi8, 테이프 속도를 2배로 하여 디지털 기록을 실현한 Digital8이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Hi8방식의 고화질 기술로서 휘도신호의 주파수 대역을 확장한 XR규격(수평해상도 440본)이 있었습니다.
1985년 출시된 최초의 소니 핸디캠 CCD-M8 (녹화전용)
소니가 8mm 비디오 규격을 구상했던 것은 카세트가 소형으로 취급이 용이하여 가정용 VCR과 비디오 카메라를 소형화하여 가정용 비디오의 기존규격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였고, 각 가전업체가 상품개발에 있어 소형인 카세트 사이즈를 활용하여 카메라 일체형을 생산하였습니다.
CCD-M8과 한조를 이룬8mm 비디오데크EV-C8
1985년 1월 8일 소니가 8mm 비디오 제1호기 “CCD-M8”을 발표하였습니다. 소니는 8mm 테이프의 규격을 제정하는데 후지필름, 캐논, 니콘, 미놀타, 쿄세라, 펜탁스, 리코 등의 카메라 제조업체와 샤프, 산요, 히타치, 도시바 등 가전업체가 새롭게 참여 하였으나 일본 빅터(JVC)와 마쓰시타(파나소닉)를 중심으로 한 VHS진영은 VHS 카세트와 호환성을 가진 VHS-C를 전면으로 내세워 8mm 홈 비디오와 치열한 규격전쟁에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규격전쟁의 결과로 비디오 카메라의 소형경량화가 급속히 이루어져 카메라 본체는 현재와 같은 한 손으로 잡는 스타일을 확립하게 되었습니다.
패스포트 사이즈를 강조하여 대히트를 기록하며 8mm 대세를 잡은 CCD-TR55
종래 가정용 비디오 카메라의 주된 용도는 어린 자녀들의 성장기록이었으나 1989년 소니가 발매한 여권 사이즈의 “핸디캠 CCD-TR55”는 카메라 본체를 더욱 소형화 하여 여행할 때 가지고 가는 컨셉으로 하여 자녀가 없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사실상 캠코더의 표준으로 자리잡게 된 CCD-TR55의 모델번호는 1955년 생산된 일본 최초의 트랜지스터 라디오인 TR-55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CCD-TR55의 명칭은 1955년 생산된 일본 최초의 트랜지스터 라디오 TR55에서 유래하였습니다.
소형화가 용이하고 장시간 녹화를 지원하는 점에서 원래의 VHS-C와 비교하면 8mm는 유리한 점이 많았고 여권 사이즈의 CCD-TR55의 발매 이후 폭발적인 인기로 홈 비디오 시장은 8mm 쪽으로 대세가 기울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1992년에 VHS-C로부터 8mm로 전향한 샤프가 액정 모니터 일체형의 “LCD VIEW-CAM”을 발매하여 대인기를 끌면서 8mm 홈 비디오의 우세가 결정적으로 전개되었습니다. VHS-C 진영의 마쓰시타는 한편으로 유럽 제조업체에 8mm 비디오 카메라를 OEM 생산하고 있었고 언제라도 독자적으로 8mm 제품을 생산하여 판매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핸디캠 CCD-TR55의 내부 메카니즘
한편 미국에서는 VHS 카세트 규격의 캠코더가 우세였습니다. 미국시장에서는 카메라의 크기가 큰 것이 약점이 되지 않았고 또한 블록버스터 비디오 등 VHS 테이프의 대여업의 확산으로 비디오 소프트의 재생기를 겸하는 것이 오히려 장점이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일본의 취향에 맞게 소형화된 캠코더는 미국인의 큰 손으로 조작하기 불편하였습니다.
1992년 LCD 화면을 채용하여 캠코더의 혁신을 가져온 샤프의 "뷰캠"
일부러 미국시장에 맞춘 대형화된 비디오 카메라를 수출하게 된 상황에서 8mm 규격으로 소형화된 제품의 장점을 십분 활용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한국에서 생산된 저렴한 VCR이 대량 보급되기 시작하였고 비디오 소프트의 재생과 비디오 촬영이 별개의 기기로 하는 추세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풀 카세트 규격의 VHS와 호환성을 강조했던 VHS-C의 특징은 그다지 장점을 살리지 못하게 되었고 8mm 규격이 홈 비디오 시장의 대세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로 거치형의 비디오 데크로는 8mm 규격의 제품이 그다지 보급되지 못했습니다. 테이프 사이즈의 소형화로 넓은 보관장소를 필요로 않는 가정용 비디오 데크로서 광고가 나왔지만 8mm 비디오 규격이 발표되었을 당시에는 비디오 데크의 용도는 TV방송의 녹화보다도 오히려 대여 비디오 소프트의 재생이 더 빈번한 상황이 되고 있었고 대여 비디오로 인해 압도적으로 보급된 VHS 규격의 지위를 뒤엎을 수 없었습니다. 또한 8mm 규격의 선봉에 서서 업계를 주도하였던 소니가 베타 규격의 사수를 고집하는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었던 것도 영향이 있었을 것입니다.
1992년 미국 뷰캠 지면 광고
또한 소니는 비디오 대여점에 대해 비디오 소프트의 증가에 따라 보관, 진열 공간의 절약이라는 장점을 들어 8mm 비디오 규격의 비디오 소프트의 보급을 추진했으나 그러한 비디오 대여점 입장에서의 장점은 사용자 측에 있어서는 관계가 없는 일 이었기에 결국 비디오 대여점 측은 점포의 대규모화로 비디오 소프트 타이틀의 증가에 대응하게 되었습니다.
미국 최대의 렌탈 비디오 체인점인 블록버스터 비디오
결국 8mm 거치형 비디오 데크는 촬영한 비디오 테이프의 감상 및 편집용으로 사용되었고 VHS/베타방식의 차세대 규격으로는 자리잡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장 상황을 고려한 소니는 VHS와8mm 비디오 양 규격을 모두 탑재한 더블 비디오 데크를 발표하여 어느 정도는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게 되었습니다. 거치형 데크로는 예외적으로 비행기의 기내 상영을 위한 재생기가 있었으나 어디까지나 업무용이었고 점포에서 판매되지는 않았습니다.
1996년 소니가 발매한 Super VHS/Hi-8 더블 비디오 데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