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오케 산업은 1976년 8월 일본의 자동차 오디오 회사인 클라리온(Clarion)이 업무용 가라오케 기기를 시판하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였습니다. 클라리온은 1948년 일본 최초의 카 라디오, 1964년 일본 최초의 카 스테레오, 1968년 일본 최초의 카세트 카 스테레오를 개발하여 시판하며 일본 자동차 오디오 업계를 선도하였고, 1993년에는 일본 최초의 하이브리드 내비게이션을 시판하는 등 자동차 관련 오디오, 내비게이션 업계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1980년대 들어 일본에서 가라오케 산업은 오디오 기기의 발전과 더불어 더욱 성장하였고 1984년 소니는 워크맨의 최초모델인 TPS-L2를 기본으로 하고 가라오케 기능을 탑재한 모델인 ANK-L2를 발매하였습니다. ANK는 ANDA(あんた/당신)와 K(Karaoke)의 앞 글자를 따서 “당신만의 가라오케”라는 의미이고, L2는 워크맨 첫 번째 모델인 TPS-L2의 메커니즘을 계승하였다는 의미입니다.
가라오케 기능이 탑재된 전무후무한 카세트 플레이어 ANK-L2는 기존의 워크맨의 메커니즘에 마이크 단자, 4 채널 보조 및 가이드 멜로디 음량 조절, 가라오케/스테레오/보컬 등 음성다중 선택, 에코효과, 테이프 스피드 조절 등 기존의 가라오케 기기의 주요기능을 거의 망라하고 있었습니다.
이 특별한 기기는 본인이 헤드폰을 착용하고 배경음악이 재생되는 가운데 자기 노래를 부르는 방식이라 자기자신은 기분 좋게 노래를 부를 수 있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배경음악이 들리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보아서는 워크맨을 들으며 노래를 크게 부르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소니는 당시 가라오케 붐에 적절히 대응한 제품으로 기획하였으나 이러한 문제점을 뒤늦게 파악하고 초기물량 2,400대만 생산하고 추가생산을 중단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