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는 국경을 넘어 – 단파라디오, 워크맨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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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파 방송(短波放送, Shortwave Radio)은 단파를 이용하는 라디오 방송입니다. 단파의 전파가 전리층에서 반사되어 원거리까지 도달이 가능한 성질을 이용한 라디오 방송으로 주로 외국의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국제 방송에 널리 쓰입니다. 3MHz ~ 30MHz의 전파를 이용하며 전리층과 지구 표면 사이를 계속 반사하며 나아가 지구 반대편까지도 도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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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년 세계최초의 대륙간 단파통신실험을 했던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마르코니 (1874~ 1937)

1920년대 이후로는 주로 전 세계의 청취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러시아와 중국과 같이 넓은 영토를 지닌 나라에서는 국내 방송에도 이용됩니다. 국경을 넘어 전달되는 특성 때문에 통제하기가 쉽지 않아 전쟁이나 냉전 시기에는 상대국이나 상대 진영에 대한 정치적, 종교적 선전 수단으로도 많이 이용되었으며, 국민을 외부 접촉으로부터 제한하는 독재 국가에서는 지금도 외부 소식을 들을 수 있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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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년 시작된 영국 BBC의 국제 단파 방송 Empire Service


최근에는 실시간 인터넷 스트리밍 오디오 및 팟캐스트와 블로그를 통해 과거 국제 방송이 단파를 통해 국제적 방송 네트워크를 만든 것처럼 세계를 대상으로 방송할 수 있게 되었으며 과거 이러한 단파 방송이 정부 주도였던 것에 비해 개인 혼자서도 할 수 있도록 변모하였습니다. 일부 소규모 방송국에서는 민간 업체로부터 송신 장비를 임대하여 단파 신호를 송출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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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소니의 단파 라디오 WORLD ZONE

단파청취(shortwave listening)는 BCL(Broadcasting Listening; 일본에서 쓰이는 용어), SWL(Short Wave Listening; 영어권 용어) 등으로 불립니다. 단파 방송 청취는 중국, 러시아 등 국토가 넓은 일부 국가들이나 중동, 아프리카 등 개발 도상국에서는 자국 방송을 듣기 위한 일상적 라디오 청취 행위일 수 있지만, 대한민국, 북미, 서유럽, 일본, 중국 등에서는 하나의 취미활동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그 외 국가에서는 다른 문화권의 음악, 소식 등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수단으로 애용되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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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파나소닉의단파 라디오 COUGAR

하지만 국경을 넘나드는 방송 이여서 과거 전쟁 시에나 독재정권하의 국민들은 단파청취행위만으로도 간첩이나 불순분자의 혐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많은 단파 방송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문화적 선전을 위해 단파 방송을 이용하여 외국 대상으로 방송하기도 하였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남북분단의 배경 탓에 다른 국가와 달리 단파청취가 활성화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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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빅터의 단파 라디오 장착 TV 라디오 카세트 M-5

1942년 경성방송국의 한국인 직원 일부가 단파라디오를 자작하여 몰래 미국의 소리(VOA)의 한국어 방송을 듣다 발각되어 옥고를 치른 단파 방송 밀청 사건이 있었습니다.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1948년 4월말 당시의 라디오 등록대수는 156,733대였습니다. 이러한 라디오 등록은 계속해서 체신부의 관할이었고 단파 방송 수신기에 허가제도를 유지하였는데 소위 국가안보의 목적이라는 이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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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아이와의 단파라디오 카세트

1950년 3월 9일 당시 허가된 사람은 외국인을 포함하여 508명이었으며 음악과 교양에 관한 프로그램만을 청취하도록 제한하였습니다. 그러나 무허가 수신자들이 많다는 이유로 체신부 전무국장은 허용된 목적 이외의 단파수신기 사용자 허가를 취소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특히 당시 대한민국 정부는 북한의 방송에 대해 민감하게 대응하였으며, 1949년 7월 23일 장기영 체신부 장관은 불법 무선시설, 단파청취, 무선라디오 등을 제한하고 신원보증이 확실한 자에게만 허가한다는 방침을 발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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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소니의 포켙형 단파라디오 Newscaster

1950년대에는 한국전쟁 당시 단파방송 덕분에 피난이 수월해졌다는 일부 일화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1970년대 당시 단파방송청취 및 수신기의 소유가 금지되자 대한민국 내 단파방송청취는 암흑기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다만, 수출용으로 생산의 일부는 허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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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일반 소비자용 카세트 러디오 제품군에 포함된 단파 라디오 스테레오 카세트WA-8000

남북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 탓에 사람들의 인식 속에 ‘단파청취’ 또는 ‘단파라디오’는 북한 간첩의 대명사로 인식되었으며 당국에서도 심야에 단파방송을 청취하는 사람을 신고하라는 포스터를 배포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단파라디오로 북한 방송을 몰래 수신한 일부가 당국에 적발된 사례도 있었습니다. 아마추어 무선사 만이 자격을 가지고 단파 라디오를 송수신 운용하는 것이 가능했으며 대한민국아마추어무선연맹에서는 준회원들에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SWL멤버 넘버 (예 HL1-1234)를 발급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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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맨 제품군에 진입한 단파라디오 장착 스테레오 카세트 라디오 WA-8000

1993년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단파수신기의 국내 판매가 허용되었습니다. 그러나 인공위성 등 신매체가 등장하였고 단파 청취 자체를 오랜 기간 동안 통제한 탓으로 단파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으며 알고 있더라도 ‘간첩의 소유물’이라는 나쁜 인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 제1차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관계가 진전되는 국면을 맞이했지만 인터넷의 등장으로 단파 청취가 활성화될 기회를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현재 단파청취의 주요 목적으로 외국의 한국어 단파방송 청취, 어학의 목적으로 VOA, BBC의 영어방송 청취, 인접국(중국, 러시아, 일본)의 자국 방송 청취, 원거리 DX 수신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취미로서의 단파청취 활동은 위축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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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소니는 워크맨과 단파 라디오와의 랑데뷰를 시도하였습니다.1986년 발매된 세계 최초의 껌전지 채용 모델인 WM-101의 메커니즘을 채용하고 카세트 개폐도어 창에 AM, FM 및 8개 밴드의 단파를 포함한 총 10개밴드 주파수 패널을 장착시키는 획기적인 디자인에 알람 및 테이프 카운터 기능을 겸한 디지털 시계를 결합하고 양쪽에 고성능 미니 스테레오 스피커를 결합시켜 기념비적인 모델 WA-8800 / 8000 MK II를 개발하였습니다.

이 제품은 워크맨의 수요층과 단파 라디오 청취 애호가층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파격적인 모델이었습니다.이 모델은 스테레오 스피커를 채용한 세계 최소형 단파 라디오 카세트 레코더로 기록되어 있습니다.제품 부피의 제약으로 주파수 감도가 뛰어난 편은 아니었으나 워크맨의 경박단소함을 단파 라디오와 절묘하게 결합시킨 걸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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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맨 매커니즘과 단파 라디오의 랑데뷰, WA-8000MKII

아직 인터넷이 도래하지 않았던 1990년대 초에 내 손안에 세계의 소리를 청취하고 녹음하며 글로벌 시대를 경험하면서 워크맨의 스테레오 음향을 즐기고자 했던 수요층에는 이상적인 모델이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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