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초 콤팩트 카세트 워크맨이 전세계 시장에서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게 되자 소니는 또 한번의 혁신을 꾀합니다. 사무용 등으로 주로 사용되던 마이크로 카세트를 스테레오 워크맨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었습니다. 와이셔츠 주머니에도 쏙 들어가는 스테레오 플레이어를 만들기 위해서는 마이크로 카세트가 그 주인공이 되어야 했던 것입니다.
1980년대 초반에는 마이크로 카세트가 콤팩트 카세트를 대체하는 차세대 휴대용 음향 미디어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고, 당시 최고급 클래식 음반을 전문으로 생산하던 독일의 음반회사인 도이치 그라모폰(Deutsche Grammophon, 1898년 창업)도 마이크로 카세트로 음반을 내기도 하였습니다. 이에 발 맞추어 일본의 산요, 히타치 등은 하이파이 마이크로 카세트 데크를 생산하기도 하였습니다.
1981년 밀리언셀러인 WM-2가 나오고 시도된 첫번째 마이크로 카세트 스테레오 레코더가 2B 데크(M-1PD)였습니다. 하지만 이 모델에는 워크맨이라는 이름이 붙지 못했습니다. 이 모델이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자 소니는 본격적인 고품질 마이크로 워크맨 개발에 들어갑니다. 1982년소니가 최초로 생산했던 스테레오 마이크로 카세트 플레이어 "2B 데크"
1981년 9월 Popular Science에 게재된 스테레오 마이크로 카세트 레코더
1982년 출시된 전무후무한 마이크로 카세트 워크맨 (M-50)은 당시 마이크로 카세트가 휴대용 스테레오 음향기기의 크기를 획기적으로 축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출시되었습니다. 재생전용의 마이크로 워크맨은 고급스런 알루미늄 바디에 날렵한 디자인과 마이크로 카세트 플레이어로는 드물게 Metal / Normal 테이프 셀렉터가 장착되어 있었습니다.
여기에다 또 한가지 주목을 받은 것은 당시 타의 추종을 불허하던 소니의 축소 기술력이 응집된 마이크로 카세트 사이즈의 FM 스테레오 튜너였습니다. 당시에는 일반 카세트 워크맨에도 스테레오 튜너를 장착할 기술이 미진하여 일반 카세트 크기의 FM 스테레오 튜너를 장착하여 라디오를 청취하던 시기였습니다. 따라서 마이크로 워크맨 출시를 위해 일반 카세트 크기의 약 1/4에 불과한 마이크로 카세트 크기의 바디 안에 스테레오 튜너 회로를 집어넣은 제품을 개발 것은 반도체 집적기술의 미래를 보여준 의미심장한 사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의 기대와 소니 등 마이크로 카세트를 차세대 워크맨으로 기획하였던 일본 전자업체들의 바램과는 달리 마이크로 테이프가 가진 태생적 음질의 한계 및 수율 문제로 인한 높은 가격으로 사전 녹음된 마이크로 테이프의 판매가 확대되지 못하자 마이크로 워크맨 프로젝트는 중단되었고, 반면 보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일반 카세트 워크맨의 업그레이드에 주력하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큰 기대를 모았던 마이크로 카세트는 스테레오 음향기기 매체로서 꽃을 피우지 못하고 다시 업무용 녹음 매체의 자리로 돌아와야만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