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출시된 TC-D5는 하이엔드 포터블 카세트 레코더를 구매할 수 있는 40대 이상 고소득 전문직을 타겟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경량화된 헤드폰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고, 다소 무겁고(1.7Kg), 꽤 큰 사이즈에 고가(105,000엔)였으나, 고음질의 포터블 카세트 레코더를 기대하던 음향기기 애호가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모델의 인기를 통해 소니 창업자인 아키오 모리타는 재생전용 고음질 포터블 오디오인 워크맨의 성공 대한 확신을 갖고 상품화를 추진하여 1979년 워크맨을 출시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TC-D5는 소니가 출시한 최초의 포터블 스테레오 카세트 레코더는 아니었습니다. 그 이전에도 아마추어 및 프로용 포터블 스테레오가 있었으나 1970년대 당시 가정용 컴포넌트 데크의 크기였고 메커니즘, 대용량 전원 및 스피커 등이 소형화, 경량화된 포터블 스테레오 기기에 적합하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TC-D5는 처음부터 포터블 기기의 컨셉을 기초로 디자인되었습니다. 이 기기는 배터리(D 사이즈)로 작동되었고 작은 모니터용 스피커가 부착되어 있으며, 특히 가장 중요한 구동 메커니즘이 소형화 기기에 맞게 새로 개발되었습니다. 시그널 프로세싱 회로는 D 사이즈 배터리보다 더 높은 전압을 필요로 하였으므로 DC-DC 컨버터를 채용하여 3V를 12V까지 올려 고성능 앰프, 탁월한 성능의 리미터, 돌비 B 프로세서를 구동하였습니다. 가장 주목할 것은 마이크로폰 앰프로 저소음에 다이내믹 광대역을 재생하여 TC-D5를 야외녹음, 뉴스취재 등 업무에 완벽한 기기로 만들어 줍니다. 또한 흥미로운 것은 페라이트(산화철)로 만든 자기헤드로 이 재질은 매우 우수한 전기적 물성 뿐만 아니라 내구성이 강하여 빈번한 재조정이 필요 없었습니다.
본 모델의 기계적 구조 또한 범상치 않습니다. 포터블 카세트 레코더의 큰 문제점이 Wow 및Flutter(재생 및 녹음 시 불안정성) 및 간헐적인 테이프 속도 변화로 인한 음향 왜곡입니다. 대형 거치식 레코더의 경우 카세트를 구동시키는 대형 플라이 휠과 강력한 모터로 이러한 불안정성을 최소화 하지만, 포터블 기기의 경우 사이즈와 전원의 문제로 그러한 부품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또한 사용이 가능하더라도 기기를 이동시킬 때 대구경 회전방식이 불안정해 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피하기 위하여 TC-D5는 “디스크 드라이브”를 채택하였습니다. 캡스탄 플라이휠은소형이고 구동모터가 90도 각도로 플라이휠의 가장자리에서 맞물려 돌게 되어있는 구조였습니다. 즉, 캡스탄은 가장자리를 베벨기어형 고무 타이어로 감싸고 구동모터에 콘헤드(뿔) 형태의 기어를 부착하여 캡스탄 플라이휠의 고무 타이어 베벨나사와 밀착하여 맞물리는 방식이었습니다. 플라이휠 베어링 내부의 픽업코일은 캡스탄의 회전속도를 측정하여, 이 회전속도 정보를 통해 구동모터 속도를 조정하였습니다. 전자회로가 빠르게 반응하여 테이프 속도를 매우 안정하게 유지시키고 진동, 테이프 마찰, 온도 및 배터리 전압 등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게 되었습니다.
TC-D5의 외관도 포터블 기기의 특성에 맞게 견고하게 제작되었습니다. 전면 패널은 다이 캐스팅으로 손으로 조작이 편하게 작동버튼 아래 부분에 공간을 두었습니다. 상단과 바닥부분은 검은 페인트로 도색된 메탈이고, 본체를 보호하기 위해 뒤쪽 가장자리는 두꺼운 고무블록으로 감싸고 있습니다. 배터리 장착공간은 간단하지만 만일 기기가 충격을 받았을 경우에도 배터리가 이탈되지 않도록 견고하게 마무리가 되어있습니다.
스테레오 좌우의 음량을 표시하며 필요한 경우 조명이 들어오는 아날로그 침 계기판도 상당히 유용합니다. 리미터는 테이프 과부하를 방지하며 크롬 테이프는 자동적으로 감지하여 조정합니다. 기타 돌비 시스템 선택 스위치는 카세트 장착부 내에 위치하고 있지만 카세트 창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 작동 중 실수로 스위치를 건드릴 수 없게 되어있습니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TC-D5는 매우 성공적인 모델로 2000년대 초반까지 무려 20년 이상 기본원형을 유지하며 생산되었습니다. 1980년 발매된 TC-D5M는 매우 인기있는 후속작으로 메탈 테이프 사용이 가능한 센더스트(Sendust) 헤드가 장착되었습니다. 이후에도 전문가용 TC-D5 Pro 및TC-D5 Pro 2가 출시되었습니다. TC-D5를 위해 개발된 디스크 드라이브는 결국 워크맨의 고급기종에도 채택되었고, 소형이면서도 탁월한 안정성을 겸비하여 소니의 워크맨을 여타 유사제품과 차별시키는 중추적 역할을 하였습니다. TC-D5에서 시도하였던 고품질의 포터블 레코더의 기술혁신은 이후 1982년 워크맨 역사상 최대의 걸작인 워크맨 프로페셔널 WM-D6로 결실을 맺어 하이엔드 하이파이 오디오의 포켙 사이즈화를 실현하는 일등공신이 되었습니다.
* 이글을 마지막으로 조선일보 블로그에서의 워크맨 관련 연재는 종료합니다. 하지만 제 네이버 블로그에서 워크맨 관련 연재를 계속해 나가겠습니다. 성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네이버 블로그 : http://blog.naver.com/walkman19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