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나라를 구한 민초들의 전쟁, “그냥 넘어가지 마라.”

‘만원사례’,옛날영화관에는관객이많이들면입구에이런문구를써붙였다고합니다.복합관형태의지금으로서는상상하기어려운정겨운풍습입니다.일요일오전즉흥적으로개봉5일째에접어든’명량’을보러가고자예매를시도하다깜짝놀랐습니다.9:20에시작하는’조조’에자리가거의없다는사실.혼자가기로한터라자투리로남은좌석을겨우예매해서영화를보았습니다.러닝타임120분,영화는묵직한감동과쓰라린여운을남기며제목그대로’명량해전’만을보여주며불친절하게시작해서냉정하게끝이납니다.

<사진출처:네이버지도서비스>

어쩌면굳이친절할필요가없었을것입니다.역사적인사실인’명량해전’을모르고영화관을찿는사람은없을테니까요.영화는그렇게역사적인한사건을시간대순으로보여줄뿐입니다.고마운것은,과장이나비약이나무언가보여주려는과다한의욕없이최소한의상상력만동원하여그저보여준다는것입니다.’이순신’이라는인물을굳이영웅으로그릴필요도없습니다.왜군의수장을악의화신으로만들이유도없습니다.승리의주역인조선수군들을나약한존재로그리지도않고,그렇다고승리를갈망하는용감한군인으로도그리지않습니다.그저순간순간공포를느끼며목숨을보존하고자하는인간으로있는그대로보여줍니다.지도자를믿을수도없고믿지않을수도없는갈등의순간,그리고마지막순간에지도자의솔선수범에본능적으로공포를극복하고동참하는지극히개인적인인간으로그릴뿐입니다.

그것입니다.귀에못이박히도록듣고또듣고,드라마에서도보고또봐왔던역사적인사건.그사건을보고자영화관을찿는사람들이바라는것은영웅담도,헐리우드영화에서나오는스펙타클한전쟁씬도아니라,세계적으로유례를찿아볼수없는기적적인전투를과거의그시간으로돌아가서있는그대로내눈앞에서보고자하는갈망입니다.어쩌면역사의하루중당신이가서직접볼수있는기회가주어진다면,그날을하나만택하라면,많은사람들이택할그날이명량해전의날이아닐까요.비록내가그전투에동참하진못할지라도가족을위해,그리고그가족이사는터전인나라의존립을위해몸을바쳐싸운선조들의헌신을간접적으로나마목도하고자함입니다.

배우들모두빛을발합니다.주연을맡은최민식씨가스스로밝혔듯이이순신장군을그저흉내내려한것이주효한듯합니다.이순신장군을연기하려했다면오히려부담스러웠을것입니다.많이드러나지않은역할에도충실했던류승룡씨의연기도명불허전입니다.개인적으로는,목이잘려이순신장군의대장선에걸렸을때의장면이최고의연기가아니었나싶습니다.어쩌면’명량’이라는역사적인사건을기술하고자함에있어서배우들의개인적인역량은오히려드러나지않을수밖에없습니다.그것까지감수하며열연한주연배우들의헌신에감사드리며,군사한명,백성한명의역할에충실하며혼신의힘을당한모든배우들의역할이똑같이드러나지않았나생각합니다.’명량해전’이이순신장군의혼자만의싸움이아니라장군을따르던군사들개개인,백성들개개인의싸움이었기에당연한것이라고할까요.흥행을위해서라면좀더자극적이고좀더작위적이고좀더친절하고좀더과장되게영화를만들수있었음에도담담하게500년전의사실을있는그대로보여주려한감독과제작진의사심없는모험에도찬사를보냅니다.

이순신장군도그저나약한한사람이었을뿐입니다.왜군의수장보다능력이많이뛰어나지도않았을겁니다.그저조금더백성을위했고,조금더신중했고,매순간에어떻게행동하는것이더올바르고바른길인지를조금더고민하고자신을희생하여그길을가고자했을뿐이었을것입니다.그사소한차이가모여서실로기적이라고부를만한엄청난결과를만들어냈습니다.민초들의공포를다독이고추스려서전장으로이끌고나갈수는있으나그공포를용기로쉽게바꿀수는없었습니다.지도자,리더의솔선수범,진심,희생이그것을이끌어낼뿐입니다.

혹자는과연13:133,혹은13:300아니사실상이순신장군의대장선과왜적의1:300의승리가가능한가라고묻지만이는예전의전쟁역사를보면충분히가능한것으로생각됩니다.어릴적읽었던’삼국지연의’에서의전쟁씬은참으로단순했습니다.대군이서로맞서고있다가각진영에서장수한명이나와서합을겨루다가한장수가승리하면그장수가속한진영이밀어붙이고다른진영은두려움에도망치면서싱겁게끝이났습니다.’로마인이야기’에서도로마군과다른군대와의싸움도비슷한경우가많았던걸로묘사되고있습니다.전쟁에서물리적인전력만큼,병사개인의공포와두려움과사기는큰역할을합니다.두려움은나보다훨씬더강한상대에게도언제나있게마련입니다.상대방의그두려움을공포로바꾸는것,그것이관건입니다.

영화는마지막까지불친절합니다.승리의여운을음미할시간은고사하고,해전이끝난뒤5분만에이순신장군과그아들’회’의한마디대화로끝을냅니다.울돌목조류의변화를,적선을집어삼킨회오리물살을진정예측하고전쟁에임했는지아들은묻습니다.그에대한장군의대답은’천행이다’입니다.그’천행’이울돌목조류가가져다준행운인지,마지막순간에장군을도와승전을이끌어낸군사들과민초들의극적인심리변화인지는끝내밝히지않습니다.어쩌면천행은이미그전에있었습니다.선조임금이마지막순간에장군의목숨을거두지않고장군을다시수군통제사에임명한것,원균에게곤장을치며출전을독려하여칠천량패전의빌미를제공했던도원수권율이,장군의’명량’출전을마지막까지말리지않고출전하여죽도록내버려둔것,이것이천행이었습니다.

기적적인승전의역사가깃든그해역에서멀리떨어지지않은바다에서,죄없는아이들과국민들이아무런도움도받지못하고수장되었습니다.어쩌면그때받은국민들의상처는,강도는다르겠지만칠천량해전에서일만의조선수군이몰살되었을때의충격과같은종류일것입니다.그러기에사후에라도이를수습하고그상처를잘달래주길기대하는것입니다.그역할을국민들은집권여당에일임하였습니다.군에보낸소중한아들이동료들에게24시간이나두들겨맞다가목숨을잃었습니다.충격입니다.국민의두려움을용기로바꿔야할지도자들이이사건을어떻게해결하는지두고볼것입니다."그냥넘어가지마라",그냥대충얼버무려넘어가는그순간이땅의국민들의두려움은,이순신장군에대한두려움에자기들선봉의패배에도지원을주저하고두려워하던왜군들의그것처럼절망으로,그리고새로운분노로변할것입니다.두려움과절망과공포와분노가만연한그런사회에희망은없습니다.영화’명량’은그렇게지금우리를시험대에올려놓고있습니다.

명량대첩조선을구하다.<http://blog.chosun.com/jhk0908/7098157>

칠천량해전<http://blog.chosun.com/jhk0908/7082817>

한산대첩그화려한승전의역사<http://blog.chosun.com/jhk0908/7090163>

운명!노량에지다.<http://blog.chosun.com/jhk0908/727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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