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건강에 관심이 많아서, 그리고 가족, 친구 중에 의사가 많아서 주워들은 의학지식은 남보다 제법 많다고 자부하나, 이는 전문가(의사) 입장에서 보면 가소로운 소리일 것이다. 그 와중에 일관되게 흐르는 사실은 ‘순리대로’이다. 예를 들어 수많은 다이어트 방법이 출현하고 있으나 덜먹고 (아주)많이 움직이면 다이어트는 성공할수 있다는 것이 진실이고(특수한 체질 혹은 특수한 환경에 처한 사람은 제외), 실제로 경험도 한 사실이기도 하다(아래 나의 다이어트 일기 참조). 실천이 어려울 뿐이다.
연휴기간동안 논란이 되었던 서울대병원에서의 한 환자의 사인, 정확하게 말하면 진단서 논란 또한 순리로 보자면 논란거리가 될수 없는 일인데 왜 그럴까 궁금하다. 한마디로 말해서 담당의사(‘주치의’란 표현은 틀린 표현이므로 정정합니다. 주치의란 일차의료현장에서 환자의 건강과 관련된 모든 것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의사를 일컫는 용어입니다)의 주장은 일반인이 들어도 전혀 납득할수 없는 논리적 오류와 억지스러움으로 가득차 있다. ‘머리 부상으로 내원해서 치료를 받다 가족들의 연명치료 중단으로 사망했으므로 병사다’. 이해가 안 된다. ‘차라리, 환자의 가족들이 내 의견과 달리해서 화가 나서 그랬다’라고 했다면 그럴수도 있겠구나 한번쯤은 납득할수 있을 것 같다.
그 환자를 둘러싼 대립과 갈등을 이야기하고자 함이 아니다. 상식을 이야기하고자 함이다. 일반인조차 납득할수 없는 억측이기에 많은 동료 의사들도 당연히 납득하지 못하고 있고, 해당 사실을 조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위의 위원장인 교수 또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 담당의사에게 자신의 수술은 맡기겠으나 사망 진단서 작성은 맡기지 않겠다는 솔직하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였다. 근거없는 외압설 또한 억측으로 생각된다. 근거없는 억측 또한 고집일 뿐이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때론 말도 안되는 고집에 당황하는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 위험을 사전에 거듭 인지시키고자 주의를 주면, 그렇지 않다고 고집부리다가, 결국 직접 사고를 당하고 상처를 입고서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는 경우가 많다. 대다수의 부모가 이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숙제로 남겨놓고 있을 것이다. 아이의 그 고집은 ‘무지’ 와 ‘경험’의 부족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어른의 그러한 ‘고집’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개인의 철학이라고 치부할수도 있으나 그것이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타인과 얽힌 문제, 사회적 이슈가 된 문제일 때는 개인의 철학보다는 ‘순리’와 ‘논리’와 ‘진실’이 당연히 우선이어야 할 것이다. 누가 봐도 그저 개인적인 고집일 뿐일때는 과감하게 그 고집을 내려놓는 것이 나 스스로와 주변 사람들을 위하는 것일테니.
나는 얼마나 고집을 부리고 있는가. 과연 그 고집이 논리에 맞고 사려깊음에 기인한 것인가. 객관적인 사실이 아니라 내 고집만으로 주변 사람들을 평가하고 사회를 평가하고 있지는 않은가. 내 고집으로 인하여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가.
논리적으로 설명할수 있고, 순리에 맞는 고집이 아니라면 지금 당장 그 고집을 거둬들이자. 논리적이고 순리에 맞는 고집이라면 부지런히 이를 주변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인정받을수 있도록 노력하자. 이도저도 아니라면 그저 고집일 가능성이 크다. 버리는 것이 옳을 것이다.
고집부리지 말자. 아니, 억측과 추정과 감정만으로 쌓아올린 고집은 부리지 말자. 오직 경험과, 상식과, 현상에 기인한 합리적인 고집만 부려보자. 그래야 나의 행복한 삶과 더 나은 사회로 향하는 길이 좀 더 많이, 좀 더 빨리 열리지 않을까. 내가 ‘틀렸다’, 내가 ‘실수했다’라고 고백하고 토로할수 있는 용기. 그 용기 또한 크게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좀 더 일찍 그럴수 있었다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명예와 명성에 덜 상처받고 반등의 실마리를 잡을수 있었던 경우가 너무나 많다. 역사에서도 지금 현실에서도.
journeyman
2016년 10월 6일 at 11:31 오전
그러게요. 눈에 뻔히 보이는 대도 고집 부리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답답하지요.
상식적인 세상이 그리 어려운 걸까 싶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