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사였던 그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컴퓨터 공학도에게 우상이었다.
누구나 선망하는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하고, 의사의 길을 가다,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여 무료로 보급하여 우리나라를 자국의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시장을 지켜낸 세계에서 몇 안되는 나라로 만들었다.
의사와 벤처 창업가, 지난 20여년간 누구나 꿈꿔왔던 두 길을 성공적으로 걸어온 그는 지금도 여전히 우상이다.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에서 자신이 세운 회사를 거금에 인수하고자 했을때, 한마디로 거절한 결기는 아무나 하기 힘든 것이었다.
그가 무료로 보급한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은 사람의 생명을 살리듯, 수많은 컴퓨터를 살려냈다. 그가 창업한 안랩(구 안철수 컴퓨터 바이러스 연구소)은 위기의 순간을 잘 견디며 어였한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다. 청소년들의 피를 먹고 자란 여느 게임회사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적어도 지금까지 그가 사회에 공헌한 부분은 차고 넘친다. 지난 총선때 그와 지역구를 다투었던 시덥잖은 학벌 말고는 사회에 공헌한 바가 아무것도 없던 철부지와는 비교 자체가 안된다.
그가 왜 갑자기 정치에 뛰어들었는지는 그만이 알 것이다. 자신이 사회에 기여한 부분을 대중의 인기로 보상받아, 시간을 뛰어넘어 대선 후보의 길로 직행 열차를 탔고 그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정치에 뛰어든 이후 그가 받은 수많은 비난과 독설은 사실여부를 떠나서 감수해야 할 통과의례였다고 생각한다. 그 통과의례를 한달도 견디지 못하고 남탓만 하며 낙상한 후보에 비하면 이제는 중견 정치인으로 대접받을만하다.
하나 아쉬운 것은, 의사로서, 프로그래머로서, 사업가로서 걸어왔던 자신만의 길을 지금 과연 그때처럼 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지금은 웬지 자꾸 무언가가 되기 위해 가고 있는것처럼 보여진다. 그 과정에서 절대 가지 말아야 할 길까지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직도 그를 우상으로 여기는 많은 사람의 눈에는 걱정스러움으로 비춰진다.
지역감정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자신의 이익을 도모함은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추방해야 할 악덕으로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음에도 지금 그의 모습은 아쉽게도 그 한가운데에서 그것에 의지하여 무언가를 이루고자 하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의도했던 하지 않았던, 그의 탓이든 다른 누군가의 탓이던, 그의 의지였던 누군가의 꾐에 빠졌던, 아쉽고 또 아쉬운 부분이다. 과거에 비하면 초라하게 내려앉은 지지율도 대중의 그 아쉬움의 결과는 아닐까.
그에게서 받은 혜택은 전혀 갚지 못했지만 이런 걱정스러움으로 그 빚을 조금이나마 갚고자 한다면 이 또한 너무 뻔뻔한 것일까.
journeyman
2017년 2월 3일 at 5:47 오후
정치인 안철수의 등장은 시대적인 요구이기도 했습니다.
오른쪽과 왼쪽으로 나눠져 있던 시절 중도층이 지지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했고 당시로서는 신선한 이미지의 안철수가 적당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서울시장 선거와 대통령 선거에서 중도층의 바램과는 다른 길을 선택하면서 기성 정치인의 길을 갔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지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박찬종과 문국현을 찍었던 저로서는 상당히 안타깝더군요.
다른 정치인과의 차별성이 보이지 않아 앞으로의 행보는 힘들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