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놈’ 신태용 감독의 반복되는 실패

그리 안심되지 않았다. 청소년 월드컵 한국팀이 예선에서 난적 아르헨티나를 이기고 2승을 거두며 진작에 16강을 확정지었는데도 말이다. 이승우 백승우라는, 메시가 뛰고있는 바르셀로나 프로팀에서 탐내고 있고 조만간 그 팀에서 뛰게 될 유망주들을 가지고 있음에도. 냉정한 국제 스포츠 도박사들이 한국의 우승 확률을 대폭 올렸음에도. 그건 바로 신태용 감독에 여러번 당한 경험이 있어서다. 나름 큰 대회이고 우리나라에서 개최되고 있음에도 공중파를 장악한 중계를 애써 외면한 것도 그 이유에서다.

신태용 감독 스스로는 자신을 ‘난놈’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선수 시절이나 K 리그 감독 시절 나름 큰 성과를 거두었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이해할수 있다. 이를 뭐라고 할 사람은 없다. 스포츠에서 자신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니까. 그런데 신태용 감독의 이 자신감이 자만감과 혼돈되는 모습을 여러번 보았었다.

그 백미는 수년 전, 세계 대회에 출전할 팀을 뽑는 청소년 축구 아시아 지역 예선전에서였다. 일본과의 결승전, 두 팀은 본선 진출을 확정하고 1, 2위를 다투었었다. 전반전 2:0 리드. 선수들 구성이나 게임의 흐름상 무난한 승리가 점쳐졌다. 신태용 감독의 무리수가 두어지기 전에는. 그 무리수는 스스로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 그대로 국민들의 일본에 대한 응어리를 풀어주고자 5:0 승리를 노렸단다. 그래서 2:0 상황에서 수비를 등한시하고 공격에 집중했단다. 결과는 3:2 역전패. 이제보니 그때 그런 황당한 인터뷰를 할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그게 큰 전략적 오판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지 못했던 듯 하다.

스포츠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그때의 신태용 감독의 황당함과 무모함에 치를 떨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스포츠에서 실력이 엇비슷한 팀의 실력차라야 종이 한장 차이이다. 정신력, 조그마한 전술의 변화, 자신감이냐 자만감이냐에 따라서 그 종이 한장 차이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더구나 아직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청소년 팀에서는 그것들을 다독이고 조화시키는 것이 감독의 큰 몫이다. 그때 일본은 극적인 승리에 환호했으며 앞으로 30년동안 자국의 스포츠 사에서의 명승부전 화면으로 사용할 거리를 확보했다. 그 전까지 우리가 스포츠에서 일본에 거둔 극적이고 통쾌한 여러번의 승리의 의미를 반감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그 전해에 국제 야구 경기에서 자만심으로 가득찬 일본 야구팀을 극적으로 물리치고 우승까지 차지했던 통쾌함을 한방에 날려버린 일대의 사건이었다. 스포츠는 스포츠이니 그 결과야 그럴수 있다 치더라도 그 결과가 감독의 잘못된 선택과 오만과 자만때문이었으니 큰 교훈을 얻기를 바랬다.

그 이후 한국 축구계는 큰 아픔 하나를 겪었다. 청소년 팀들을 육성하기 위하여 전략적으로 키운 감독 한명을 잃었다. 이광종 감독이다. 어린 축구 선수들을 차근차근 육성하며 같이 부대끼며 키워오다 마침내 28년만에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큰 성과를 거두었다. 아마도 이번 대회의 감독도 그였어야 했다. 그러나 아시안 게임에서의 금메달 소식 이후 얼마되지 않아 올릭픽을 준비하던 이광종 감독은 급성백혈병으로 쓰러졌고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잠시 감독직을 떠났다. 그리고 그는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이광종 감독의 빈 자리를 이어받은 게 바로 신태용 감독이다. 손흥민이라는 스타를 데리고 올림픽에서 선전했지만 8강에 만족하고 온두라스에 불의의 일격을 당하고 돌아왔다. 그때도 그랬던것 같다. 자신감과 장미빛 전망으로 가득했던…

우리나라에서 열린 이번 청소년 월드컵에서도 자신감으로 가득차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스타선수들을 데리고 4강이니 우승이니 하며 언론까지 가세하여 떠들썩했었으나 신태용이라는 이름 때문에 애써 관심을 두려 하지 않으려 했다. 큰 기대 이후의 실망감의 그 뭐같은 감정을 잘 아니까. 예선 2경기를 이기고 진작 16강 진출을 확정하자 세번째 경기에서 주전을 일부 빼고 경기에 임했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였다. 게다가 상대는 유럽의 강호인 잉글랜드. 잉글랜드를 상대로 실전에서 훈련을 하다니. 어린 선수들의 자만감이 어디까지 갔을까… 일단 대회가 시작되면 매 경기가 마지막인것처럼 임하며 최선을 다해야 하는게 기본이다. 의미 없는 게임은 당연히 없다. 그리고 어린 선수들의 승리에 대한 집념을 계속 유지시켜줘야 하고 자칫 자만에 빠지지 않게 잘 관리해야 하는 게 실력 이외의 중요한 변수들이다. 결국 우왕좌왕하다 잉글랜드에 지고 16강에서 포르투갈을 만나 처참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만약 잉글랜드와 비기기만 했어도 그래도 우리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북중미 팀과 경기를 했을텐데 아쉬운 부분이다(결국 대회 우승은 잉글랜드가 차지했다).

< 포르투갈과의 16강전에서 1:3 으로 패한뒤 아쉬워하는 선수들, 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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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이길수도 질수도 있다. 게다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어린 선수들이니 승부의 결과에는 구애받지 말고 훌훌 떨쳐버리고 성장했으면 한다. 하지만 감독직은 다르다. 최선을 다하다 진 것이 아니고 매번 같은 패턴으로 자만과 오판으로 대응하다 결정적인 승부에서 허망하게 지곤 하는 신태용 감독의 허풍에 이미 축구팬들이 많은 상처를 입었다. 나는 축구팬은 아니지만 언론을 통해 드러난 신태용 감독의 이력에 계속 관심을 가져온지라 변하지 않는 그의 자신감과 오만에 우리 어린 선수들의 성장이 꺾이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그들에게는 자만이 아니라 겸손과 노력이 훨씬 더 필요할 테니까. 큰 관심이 없었음에도 다시 똑같은 과정 속에서 들려오는 패배 소식에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그래서인지 전임 고 이광종 감독이 더 생각나는 날이다. 예선을 가뿐하게 통과한 것만으로도 박수를 받을만했던 어린 선수들이 감독과 언론의 잘못된 장미빛 전망과 설레발 때문에 큰 비난을 받고 있다. 선수들은 충분히 박수받을만하다.

비슷한 일은 다른 분야에서도 비일비재하다. 금융 시장에서의 머니 게임도 그렇고 정치에서도 그렇다. 현 정부는 자신들이 잘해서 정권을 잡은게 아님을 한시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말로 표현할수 없는 비참함 속에서 다른 대안이 없기에 국민들이 선택한 것이다. 과거 자만감과 독선으로 실패한 경험을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약육강식의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는 마음가짐 하나 만으로도 언제든지 한방에 갈수 있다.

신태용 감독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은 없다. 그 정도로 축구에 관심이 있지도 않다. 또한 일각에서는 그의 공격축구 신바람 축구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그간 대회에서 이룬 결과도 나쁘지는 않다. 다만 어린 선수들이 가진 역량을 최대한 끌어냈다면 매 대회마다 한단계 더 성과를 낼수 있었고 그랬다면 선수들이 사진에서처럼 저렇게 슬프하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바램이 있다면 전략적인 면과는 별개로 좀더 성숙되고 진지한 감독이 되어 어린 선수들을 이끌어주기를 바란다. 같은 실수가 반복된다면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닐까. 끝으로 다시 한번 고 이광종 감독의 명복을 빈다.

< 환호하던 고 이광종 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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