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통영의 바다를 보았다. 사실 통영이 처음은 아니다. 십몇년전 혼자서 한산도를 갔었던 기억이 어렴풋하다. 그때의 통영과 지금의 통영은 인지도 면에서 확연히 달라졌다. 그리고 이젠 혼자가 아니다.
추석 다음날 아침 일찍 나선길, 첫 목적지는 외도였다. 장모님과 아내의 모처럼의 모녀 여행이었다. 그러나 출발 후 10분만에 외도행 유람선의 출항 취소 문자가 날아들면서 모든 일정은 뒤바뀌고 말았다. 외도를 대체할 여정을 급히 짜야 했고 거제도 바람의 언덕이 선정되었다.
예전에는 육로를 통해서, 통영을 거쳐야만 거제도를 들어갈수 있었지만 지금은 거가대교가 개통되면서 부산을 지나 바로 거제로 들어갈수 있다. 게다가 거가대교의 일부는 해저터널이다. 세계최대 수심의 도로라고 한다. 수킬로 남짓한 도로의 통행료는 만원, 추석 다음날이라 무료로 이용하는 기쁨이 쏠쏠하다.
일찍 출발한 덕에 바람의 언덕까지는 무난한 교통 흐름이었다. 유람선 운항이 취소될 정도로 바람이 거세었기에 바람의 언덕은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한 여행지였다. 그 앞에서 판매하고 있는 바람의 핫도그의 무지막지한 가격만 빼고는 다 좋았다. 마치 제주의 한 바닷가 언덕에 와 있는것처럼.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별 생각 없이 통영으로 들어서자마자 도로는 온통 차들로 꽉 차 있었고, 백 미터를 이동하기가 쉽지 않았으며 주차장을 찿는 것도 전쟁을 치러야했다. 겨우 통제영 주차장에 차를 대고 늦은 점심과 통영 꿀빵, 동피랑 둘러보기로 통영 여행을 급히 마무리하고 다시 나선 길, 뻥뻥 뚫린길, 아뿔사 돌아오는 길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대참사의 시작이었다.
예전부터 한번 가 보고 싶었던, 통영 이에스 리조트에서의 바닷가 조망이 목적이었다. 지도상으로 보면 이에스리조트가 위치한 곳은 반도의 끝으로 통영 시내를 통해서만 오고갈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가는 길이 뻥 뚫린 이면에는 이미 돌아오는 차들로 반대편 차선은 꽉 막힌 상태. 되돌리기에는 이미 늦었다.
수년간 마음속으로 그리던 그 바다였다. 꿈꿔 왔던 그 모습 그대로. 고저녁한 저녁 바다. 잔잔한 파도, 올망졸망 박혀있는 섬들. 사실 이에스 리조트에서의 조망보다도 그 직전에 위치한 통영수산과학관 주차장에서의 조망이 더 시원하고 멋있었다. 갈길에 대한 걱정을 통째로 날려버린 아름다운 바다 구경이었다.
돌아오는 길, 900미터를 한시간 반만에 지나는 지옥같은 여정을 거치며 그래도 돌아올순 있었다. 계획에 없었던 통영항의 야경은 덤이라고나 할까.
통영 여행, 교통상황을 미리 예상하고 체크하고 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