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도박에 빠져있다. 예상하겠지만 가상화폐 이야기다. 말이 가상화폐지 가짜화폐다. 물론 그 기반기술 자체는 분명히 의미가 있다. 시일이 흐르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것이다. 하지만 수천종이 난무한다는 가짜화폐는 그저 도박이다. 게다가 그런 도박판을 누구나 차릴수 있고, 가입자에게 피해를 입히고 망해도 별 책임도 없다.

우리나라에서 도박판을 차리거나 하면 바로 철창행이다. 예외가 있긴 하다. 정부가 용인하는 도박판이다. 그렇게 될려면 두가지 조건중 하나가 맞아야 한다. 정부가 용인할만큼 정부에 이익이 되는 도박판이거나, 정부가 그 실체를 잘 모르거나여야 한다.

최근에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인터넷 게임 업체가 있다. 그 회사의 대표가 광고 모델로 데뷔하면서 한번 화제가 됐었고 뒤이어 너무나 비극적인 사건으로 또한번 화제가 되었었다.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서는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런데 그 사건 전에 대표가 모델로 등장한 광고는 다소 황당했었다. 2편까지 방송되다 뒤이은 비극적인 사건으로 중단되었는데, 1편 광고의 주 내용은 인터넷 게임 안에서 도박을 하는 내용이다. 게임 속에서 자기가 쌓아올린 일정한 점수를 담보로 내놓고 뽑기를 해서 공짜로 점수를 더 쌓든지 홀라당 날리던지 하는 내용이다. 당연히 확률은 게임회사편이다. 그것도 너무나 편향적으로. 명백한 도박이다.

게임을 빙자한 도박광고가 공중파로 버젓히 방영된 것이다. 정부는 왜 이런 도박 광고를 용인했을까. 위에서 언급한 두가지 이유가 다 해당된다. 도박이 가미된 인터넷 게임이 국가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일자리 창출 혹은 수출을 통해서 말이다. 하지만 분명한건 도박산업의 이면에는 희생자가 따르게 마련이다. 특히나 게임산업의 특성상 그 희생자는 청소년들이 많다. 같은 맥락에서 그러한 인터넷 온라인 게임 안에서의 도박을 허용한 이유는 그 실체나 폐해를 정부가 잘 모르기 때문이다. 뒤이은 비극적인 사건에 달린 댓글을 한번이라도 주의깊게 보았다면 그러한 게임을 빙자한 도박의 폐해와 이러한 도박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을수 있을텐데.

자고로 인류 역사상 별 노력 없이도 반드시 성공하는 사업 아이템이 세개정도 있다. 도박 산업이 그중 하나이고 나머지 두개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예상할수 있을 것이다. 엄청난 매출과 이익률을 창출하는 일부 인터넷 게임 업체의 비밀은 바로 그 도박성에 있다(큰 폐해 없이도 즐거움을 주며 적당한 수익을 창출하는 게임회사도 우리 곁에는 있다). 정부의 규제를 교묘히 피해다니면서.

최근 광풍이 불고 있는 가짜화폐 거래소도 결국은 정부가 이게 도박인지 기술인지 잘 몰라서 우왕좌왕하는 틈을 타서 버젓히 도박장을 열고 돈을 긁어모으고 있는 것이다. 위법임에도 불구하고 규제의 헛점을 잘 포착해서 타인에게 위험을 모두 짊어지게 하고 쉽게 돈을 버는 것이다. 똑같은 도박인데 어떤 것은 가혹하게 처벌하고 어떤 것은 용인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정부가 할 일을 안하고 있는 것이다. 그 댓가는 의외로 클 것이다.

어쨋든 누군가는 반드시 희생되거나 댓가를 지불해야 하는 도박판이 여기도 저기도 버젓히 주위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유감이다. 그것도 청소년까지 누구나 그다지 큰 수고 없이도 접할수 있는 곳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