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KBS의 ‘명견만리’라는 프로그램에서 진대제 블록체인협회장이 나와서 강연을 하였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쉬운 설명, 가상화폐 투자를 해야 하는지 등등. 비교적 강연을 직접 듣는 사람과 시청자의 눈높이에 잘 맞춰서 강연을 한듯 했다. 진대제가 누구인가. 80년대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을 시작하고 곧이어 일본을 넘어설때 진두지휘했던 사람이다. 무협지로 치자면 강호의 명장중의 명장이다. 이제는 뒤로 물러나 이런 협회의 얼굴마담 정도의 역활만 하고 있으나 한때는 공대생의 우상이었다.
그런 분이 강연에 나서서 직접 분명한 메시지를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바로 가상화폐에 관해서다. 강연 청취자가 지금 가상화폐에 투자해야 하는냐라고 물었을때, 신중하게 해야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받아넘기고 말았다. 가상화폐의 미래에 대해서 논하자는게 아니다.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해 분명히 구분하여 메시지를 던져주자는 것이다. 누군가는 그렇게 해야 한다. 화폐는 기술의 영역이 아니라 경제의 영역이다.
가상화폐는 블록체인이란 기술을 테스트해본 것으로 이해한다. 일종의 종이화폐, 모조화폐다. 이것에 덧붙여 그럴듯하게 이것을 사고파는 시장까지 생기면서 소꿉놀이가 완성되었다. 내가 산 가격보다 더 비싼 가격에 물건을 사 줄 사람이 있다면 그 시장은 계속 존재하고 커질 것이다. 가상화폐라는 장난감이 이런 유행을 탈걸 미리 예상하고 사 모은 사람이 있다면 그 역시 선견지명이라고 인정할수밖에 없다. 그 선택에 동참하지 못했다면 이제부터라도 혜안을 길러야 한다.
어느 시장이든 먼저 들어가 이익을 챙기는 사람을 욕할수는 없다. 범죄행위가 아닌 다음에는. 다만 시중 뉴스에 나오는, 사설 도박장을 운영하여 수백억을 챙기다 쇠고랑을 찬 것과 실체도 없는 가상화폐거래소를 운영하여 수천억을 번 것과는 기본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예로부터 가장 확실한 돈벌이는 하우스(도박장을 칭하는 말)를 운영하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범죄로 규정하느냐 안 하느냐의 차이일뿐. 어쩌면 가장 중요한 차이이겠지만. 담배나 술 판매를 지금 당장 범죄로 규정하여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듯이.
25년전 인터넷 열풍이 시작될때 회사 이름에 인터넷만 집어넣으면 주가가 수십배 오르면서 투기판이 벌어지곤 했다. 그 많던 회사들 중 대부분은 사라지고 반대로 인터넷의 진정한 수혜를 입고 시장의 강자로 성장한 몇몇 회사는 수십배 수백배 성장했다. 불과 15년, 20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며 이름만 대면 다 아는 회사들이고 누구라도 그 회사의 주인이 될수 있었던 회사들이다. 우리 바로 옆에 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요는, 기술과 산업과 기업은 단기간에 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기간에 큰 이익을 낼수 있는 것은 불법과 도박뿐이다. 그 살벌한 곳에서 살아남을 자신이 있다면 말릴 이유는 없으나 어디까지나 자신의 착각일 뿐이다. 만약 지금의 종이화폐(가상화폐)가 정말 그 가치를 인정받고 성장한다고 믿는다면 지금 투자해도 좋을 것이다. 다만 그 시기는 당장이 아니라 제법 먼 시일이 될 것이다. 실체없는 도박에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말고 기술과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 맞다. 누군가는 단호하게 그렇게 이야기해주어야 한다. 10년뒤 15년뒤 인정받을 기술, 인정받을 회사를 지금부터 눈여겨보고 골라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