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개인적인 생각을 기술한 것으로 전혀 근거가 없습니다. 현 남북관계의 화해무드를 반영하여 모든 인물에는 공식 명칭을 사용합니다.
드루킹의 블로그처럼 허무맹랑한 소리 같지만 몇년전부터 끊임없이 품의왔던 의문이었다. 최근 인터넷 상에는 비슷한 류의 소설이 등장하고 있기도 하다. 과연 남북한의 실권자는 누구인가? 개인적인 느낌이었지만 2012년부터 남북한 공히 어딘가 자연스럽지 않은 통치행위가 느껴졌었다. 물론 당시에는 전혀 근거없는 느낌일 뿐이었지만 불행하게도 우리 입장에서는 이것이 일정 부분 사실로 판명되었고 그 부분에 대한 심판이 현재진행형이다.
국가나 어떤 조직이나 숨은 실권자가 있다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이는 눈에 보이는 권력자가 무능력하다는 것이며 합리적인 판단에 취약하다는 의미이다. 더구나 그 숨은 실권자가 눈에 보이는 권력자보다 더 무능력할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역사에 수도없이 기록되어져 있다. 우리 입장에서 이 부분을 조기에 바로잡은 것은 현 정권을 지지하고 아니고를 떠나서 어쨌든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후 절차도 법에 따라 국민이 선택한 것이니 불만이 있더라도 이견이 없다.
문제는 북한이다. 김정은 국방위원장 허수아비설은 몇년전부터 품어온 개인적인 의심이었다. 북한의 3대세습이 워낙 일사천리로 이루어졌기에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지금까지는 군부 혹은 전면에 드러난 인물 혹은 일부 언론에서 거론했듯이 어떤 특정 집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번 4.27 남북정상회담을 보면서 유력한 인물이 눈에 들어온다. 개인적으로 이런 의심을 하는 몇가지 장면이 있다.
첫째, 장성택의 처형 사건이다. 장성택은 김정은 국방위원장에게는 고모부다. 말이 고모부이지 고모와 동급인 것이다. 사실상 고모를 처형한 것이다. 아무리 권모술수와 당리당략이 난무하는 정치판에서도 핏줄(의 배우자)을 극형으로 내모는 경우는 흔치 않다. 우리 역사에서 보면 태종 정도이다. 더구나 태종도 친형제는 아무리 잘못을 해도 극한의 인내로 목숨은 거두지 않았다(조카나 친형제를 죽인 수양대군 세조의 경우 사람이라고 칭하기 어려운 참 특이한 케이스로 생각한다).
그래서 장성택 처형 사건이 있었을 당시, 북한의 실세가 누구인지 일부 언론에 거론되었던것 같다. 장성택 처형 다음날 정치회의에 참석한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술에 취한든 홀린듯 풀어진 쾡한 눈동자는 당시 큰 화제였었다. 핏줄을 처형할수 있는 사람이라면 장성택과 핏줄 관계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혹은 또하나의 가설은 그 사람이 남자가 아니라 여자가 아닐까 하는 것이다. 남자들은 의의로 말그대로 독한 결정은 잘 내리지 못한다. 치고받고하더라도 정에 약해서 사람과의 관계를 잘 끊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자들은 감성적이고 사람과의 관계를 끝까지 유지하려 하지만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경우에는 뒤돌아보지 않고 끊어버리는 능력(?)이 있다. 그래서 최고 권력을 가진 여자라면 핏줄이라도 그럴수 있지 않을까.
둘째, 최근 몇년간 공개된 북한 방송 화면에서 아주 기괴한 장면이 계속적으로 포착되었다. 북한이라는 나라가 워낙 기괴한 나라이니 사실 그 입장에서는 기괴한 장면은 아닐지 모르겠으나 정상국가에서는 상상도 못할 장면이었다.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정치행사에서 연설을 하는 도중에 뒤에 숨어서 빼꼼히 내보내는 사람, 그 뒤를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사람, 뒤에서 까르르 웃는 사람. 모두 동일 인물이었으며 누가 감히 국가최고지도자 옆에서 이런 모습을 보일수 있는지 참 이해하기 어려운 이상한 장면이었다.
셋째, 이번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의 스스럼없는 모습과, 행사 진행에 있어서의 파격, 그리고 이후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일련의 조치들 … 과연 처음 만나면서, 전혀 친분이 없는 상태에서 이런 장면이 나올수 있는 것인가라는 의심이 든다. 이미 두 정상은 구면이 아닐까… 그것도 첫 만남에서 상당한 친분을 쌓은 관계가 아닐까…
이 세가지 장면에 모두 부합되는 인물은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이다. 실제로 지난 평창올림픽때 방남한 김여정 제1부부장은 내려올때의 긴장한 모습과는 달리 돌아갈때는 우리 정부측 인사들과 스스럼없이 작별인사를 하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특히 마지막 날, 합동공연 관람시 문재인 대통령 옆에 바짝 붙어서 크게 웃는 모습, 두 손을 꼭 잡는 모습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우리 정부의 환대가 나름 성과를 거뒀구나 하는 촌평을 개인적으로 한 바 있다. 그리고 모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보도했지만 당시 한밤중에 북한으로 귀환했을때 의장대까지 동원해서 대대적인 환영행사가 열렸었다. 그 대상은 명목상의 국가 수반인 김영남 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었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서두에서 밝혔듯이 이는 전혀 근거없는 개인적인 추론에 불과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상당한 합리적인 의심이라고 생각하며 적어도 김여정 제1부부장이 단순히 최고권력자의 여동생만의 역할이 아니라 그 이상의, 상당한 영향력이 있을 것이라는 부분은 이미 정부에서도 파악한듯 하며 그런 차원에서의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상대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협상에 임하는 것은 꼭 그러해야할 훌륭한 전략이다.
우리는 이미 2000년, 2007년 두번의 감격적인 남북 정상의 만남을 목도한바 있다. 그러나 가시적인 성과가 있다가도 다시 되돌아가는 것을 경험한 바 있다. 그래서 그 가치가 없다? 이제 다시 속지 말자고? 그렇진 않다. 애초에 추구했던 목표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고 아직도 유효하다면 그래도 이어받아 계속함이 옳다. 아주 어려운 일에 있어서 목표에 도다르는 길은 직선이 아니다. 무지막지한 굴곡과 가파른 낭떠러지, 심지어 80프로의 여정이 마지막 20프로의 시간동안 이루어지기도 한다. 결국 그 앞 팔십프로의 시간을 인내하고 버텨온 사람만이 목적지에 도달한다. 이는 투자행위에서는 절대적인 진리이다. 물론 실패하고 무너질 가능성도 항상 있다. 하지만 이는 그 어떤 행위에도 마찬가지다. 가능성과 선택의 문제다.
4.27 남북 정상회담이 잘 짜여진 각본에 볼거리를 많이 제공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섣불리 큰 기대를 가지기에는 그동안의 세월과 좌절이 너무 크다. 그래도 덕분에 앞으로 다시 닥칠지도 모를 절망과 추락을 견딜 지혜와 인내는 훈련이 되었다. 그간의 수많은 원통한 죽음과 불합리함에 희생된 사람들, 지긋한 인내와 절망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럼에도 평화와 공존이라는,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우리 세대의 가장 큰 선물에 끝까지 투자함이 옳다. 어려운 시작에 이어서 적어도 절반 이상의 세월은 인내한듯 하다. 지나온 길보다 다가오는 길이 더 짧다면 힘이 날 일이다.
황당한 소설같은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누가 실세며 실권자이면 어떠랴. 목표만 달성할수 있다면. 그래도 가슴 속에는 지금이 긴 여정의 80프로이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