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정치인 개인에 대한 감정은 없음을 밝힙니다. 정치인은 그를 뽑아준 선거권자들에게 좋든 나쁘던 평가를 받을 의무가 있음에 그저 개인적인 소회를 내비쳐 봅니다.
암울했던 70년대, 80년대 학창 시절을 보냈던 서울대 졸업생들이 부끄러워하는 총학생회장이 둘 있습니다. 심재철 의원과 김민석 전 의원입니다. 요즈음이야 전혀 그렇지 않지만 당시 총학생회장이란 자리는 만만한 자리가 절대 아니었습니다. 군사 정권에 맞서 싸우는 자리이자 전국의 대학들을 아우르며 선동해 나가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는 자리였습니다. 여기서 그 투쟁의 정당성과 당위성에 대한 평가는 고려하지 않겠습니다. 그것은 어차피 역사적 평가와 각 개인의 생각에 따라 달라질수밖에 없는 영역이니까요.
두 사람은 각각 그 상징성으로 인해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유명세를 타게 됩니다. 심 의원은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총학생회장으로, 김 전 의원은 1986-1987년 무렵 총학생회장으로 활동하였습니다. 그 직함과 그 시대적 위치만으로도 세간의 주목을 받을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의 이후 행적 또한 주목받을수 밖에 없었는데요.
먼저 김민석 전 의원은 화려하게 정치에 입문한 후 최연소 국회의원 당선, 30대의 나이로 서울시장 출마등 불꽃같은 정치 인생을 살아갑니다. 그러다 일순간 너무도 허무하게 지고 맙니다. 그 계기는 2002년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노무현 후보를 떠나 정몽준 전 의원의 측근으로 변신하면서부터였습니다. 당시 웬만한 사람들은 제법 충격을 받은 사건이었으며 김 전 의원도 이후 줄기차게 따라다니는 치욕스러운 ‘김민새’ 라는 철새 정치인의 대명사가 된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게 됩니다.
정치인이 자신의 신념에 따라 노선을 정하는 것은 자유입니다. 현재 정치활동을 하는 정치인 모두가 이러한 비난에서 자유로울수 없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결국 그 과정에서 내세운 명분이 그 당시이든 그 이후에든 인정받는냐 못 받느냐에 따라서 그 평가가 극명하게 달라집니다. 김 전 의원은 후자에 속합니다. 그 명분에서 딱히 인정받지 못했을뿐더러 그 선택의 결과 또한 그 자신이 상상하지도 못했던 최악이 됨으로서 이후 그 선택에 대한 비싼 댓가를 치르며 지금도 제대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처럼 조용히 자신이 할 일을 찿아서 지내기를 바랍니다. 너무 많은 사람을 너무 많이 실망시켰기에 말입니다.
그럼 심재철 의원은 어떻습니까. 이 글을 쓰기 전에 트윗 공간에서 돌아다니는 짧은 영상 하나를 접했습니다. 한 드라마에서, 80년 서울의 봄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는 검사의 심문에 동조하며 거짓 증언으로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사형이 선고되는데 일조하였다고 되어 있습니다. 실존하는 인물을 묘사하며 허황된 사실을 묘사하지 않았을 터이니 아마 사실인듯 합니다. 시쳇말로 변절입니다.
변절 또한 그의 선택이고 그에 대한 비난은 스스로 감당할 일이니 더 이상 문제삼을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후 보수정당의 국회의원으로서 꾸준히 명맥을 이어가며 보여준 그의 의원 생활이 너무나 평범하고 때론 기대 이하였던지라 그에 대한 부끄러움은 더더욱 커져만 갑니다. 최근 일어난 일들도 그 사안이 그리 무거워 보이지 않습니다. 그다지 큰일도 아닌걸 가지고 서로 죽자고 싸우는 모습이 참 불편합니다. 가볍다고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 격에 맞는 대응이 아쉽습니다. 부디 사실에 근거하여 본인이 되었던 공격하는 상대방이 되었던 법에 따라 모두가 공평하게 합당한 처벌을 받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럼에도 부끄러움은 그를 아는 사람들의 몫입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두 총학생회장 출신 정치인에 대한 개인적인 소회였습니다. 뜬금없이 소환된 김 전 의원은 다소 억울할수 있겠네요. 한때 당신을 선배로서, 유능한 정치인으로 생각했던 팬심이라고 너그러이 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