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의 자격 SK, 9:1 로 싸운 두산, 그리고 선동열 감독

국가대표 전임 감독인 선동열 감독이 사퇴했다. 사퇴 발표장에서의 선감독은 허탈함과 분노에 차 있었다. 발단은 아시안 게임 국가대표 선발 과정이었다.  일부 선수 선발에 대해서 실력과 관계없는 병역 면제를 노린 특혜성 선발이 아니냐는 논란에서 비롯되어져 급기야 아시안 게임 내내 야구 국가대표팀은 비웃음의 대상이 되었다. 다른 나라 선수단은 모두 아마추어임에도 유독 우리만 프로 정예 선수들로 구성되었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병역혜택 때문일게다. 프로 선수들이 굳이 부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아마추어 위주인 아시안 게임에 나설 이유가 그것 말고는 없다. 

손흥민, 황의조 조현우 선수가 와일드 카드로 선발된 축구도 마찬가지였지만 축구는 이러한 비난을 피해 갔다. 자칫 같은 이유로 비난받을뻔했던 당사자였던 황의조 선수의 선발 논란은 압도적인 황 선수의 실력으로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그러나 야구는 그러지 못했다. 논란의 당사자였던 선수는 물론 팀 전체가 졸전을 거듭한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그 금메달은 환영받지 못했다. 선감독도 사퇴문에서 고국에 돌아와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다닐수도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그기까지였다. 야구팬들의 의혹의 소리에 선 감독은 명쾌한 해명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선동열은 우리 야구의 큰 자산이다. 내부적으로는, 의심살 만한 일에는 비난받을수 있지만 비야구인, 야구인을 빙자한 기회주의자에게 모욕당할 대상은 아니다. 뜬금없이 국회에 불려가서 야알못의 표독한 국회의원들에게 능멸이라고밖에 할수없는 모욕을 당하고 왔다. 문제가 되는 사안에 대해서만 논리적으로 추궁당한 것이 아니라 안하무인에 자기가 언제나 옳다고 믿고 싸움밖에 모르는 한 의원에게 어처구니없는 인격적인 모독을 당하고 왔다. 심지어 야구를 조금이라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비단 선 감독만이 아닌 자신에 대한 모독으로 느껴졌던 장면이었다. 

게다가 최초의 국가대표  전임감독으로 선임된 선 감독에게 결정적인 비수가 등에 꽂히는 일까지 일어났다. 정치판을 기웃거리다 야구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뜬금없이 자리에 오른 현 KBO 회장이(아직도 왜 그가 그 자리에 있는지 전혀 납득이 되지 않는다) 국회에 나가서는 바로 그 국회의원 앞에서 실실 웃으면서 전임감독 제도를 반대한다고 밝힌 것이다. 조금이라도 현 상황에 대한 고민과, KBO가 책임을 떠 넘긴 선 전임감독에 대한 배려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내 가족이 잘못을 해서 구성원들에게 비난받을지라도 그것이 밖에 나가서 근거없는 정체불명의 사람들에게 모욕을 당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선 감독의 분노와 사퇴할수밖에 없는 심정에 공감한다. 선 전 전임 감독의 과오와는 별개로, 한 개인에게 근거없이 인격적인 모욕을 준 해당 의원과 KBO 총재의 사과가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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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 게임 이후 국내 프로야구계는 묘한 냉기류가 흘렀다. 팬들의 외면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극복한 것 역시 선수들의 실력이었다. 정규 시즌이 끝나고 포스트 시즌이 시작되면서 연일 펼쳐지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에 팬들은 다시 야구장을 찿았다. 그 중심에 SK 와이번스가 있었다. 보스턴의 일방적인 승리로 싱겁게 끝난 메이저리그와 달리 국내 프로야구는 플레이오프부터 한국 시리즈까지 명승부를 펼쳤다. 외국인 감독 체제의 SK는 정규 시즌을 2위로 끝내고, 준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온 정규시즌 4위 넥센과 피말리는 접전을 펼쳤다. 운명의 마지막 5차전, 9회초까지 9:4로 여유있게 앞서며 승리를 눈앞에 둔 SK, 그러나 넥센은 9회초 한점 한점 따라붙더니 2아웃 2스트라이크에서 간판타자 박병호의 투런 홈런으로 기어이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10회초에 한점을 추가하여 극적인 승리의 기대감에 들떴다. 그러나 시즌 내내 홈런군단의 위용을 뽐낸 SK는 10회말 연속 홈런 두방으로 간단하게 경기를 끝내고 한국 시리즈에 진출했다. 

한국 시리즈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펼쳐졌다. 마지막 6차전, 두산에 3:0 으로 앞서다 3:4 로 역전을 허용하며 7차전 준비에 나서는듯 했던 9회초, 2아웃 2스트라이크에서 SK는 극적인 홈런으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린 후 연장 13회 다시 홈런을 터뜨리며 우승을 차지했다. 플레이 오프 넥센전 마지막 홈런을 친 같은 선수였다.  포스트 시즌 내내 박진감 있는 경기를 펼친 SK 는 비록 정규시즌 2위였지만 우승의 자격이 있었다. 반면 정규시즌 내내 압도적인 1위를 지킨 두산은 힘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패하고 말았다. 더 안타까운 것은 두산 팬을 제외한 나머지 9개 구단의 팬들이 한결같이 SK를 응원했다는 것이다. 그 이면에는 두산 선수단의 오만함, 팬에 대한 예의, 야구에 임하는 자세 등의 경기 외적인 문제가 있었다. 두산은 승부에서의 결과보다 이 점을 더욱 뼈저리게 느끼고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박진감 넘치는 시원한 경기력으로 야구팬들의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준 SK 선수단은 충분히 승자의 자격이 있었다. 또한 넥센과 더불어 야구는 9회부터 보면 된다는 평범하지 않은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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