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년전 KIKO 사태로 중소기업들이 천문학적인 피해를 입고 회사마저 존폐 기로에 섰던 일이 있었다. 한마디로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던 사건이었다. KIKO 사태는 기업들이 가입한 상품에서, 환율이 박스권 안에 있으면 기업들이 약간의 이득을 보는 반면 환율이 급등 급락하면 기업들이 끝없이 손해는 보는 상품이었다.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에게 절대 판매해서는 안되는 상품이었지만 누군가의 탐욕에 의해서 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버젓이 일어난 황당한 사건이었고. 소송을 비롯하여 그 피해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최근 일어난 독일국채금리 연동 DLS 사태도 이와 판박이인 사건이다. 개인들에게 판매된 이 상품은 독일 국채금리가 일정 수준 아래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6개월 단위로 연 5% 수익률을 올릴수 있는 상품이라고 한다. KIKO 와 마찬가지로 파생결합 상품으로 당연 원금보장은 안된다. 더욱 황당한 것은 지금 독일국채금리는 -0.7% 수준으로 해당 상품의 수익률은 -100%라고 한다. 원금을 모두 까먹은 것이다. 만기일까지 이 상태가 유지되면 한푼도 건질수가 없다는 것인데. 어떻게 이런 상품이 버젓히 개인들에게 판매된 것일까 의문이 들수밖에 없다.
해당 상품을 판매한 은행(2군데)들의 변명은 한심하다. 이렇게 될줄 몰랐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 일어나버려서 그렇다는 것이다. KIKO 사태를 눈앞에서 목격한 은행들이 내놓을 변명이 아니다. 최대 수익은 +5% 이고 최대 손실은 -100%인 상품을 개인들에게 판매한 것이다. 비슷한 일은 10여년 전에도 있었다.
파생 이라는 단어가 붙은 금융상품은 일반적으로 현물이 아니라 특정 수치에 돈을 거는 도박같은 것이다. 원금 보장이 안된다는 것이다. 상품을 판매하는 은행 직원에게 원금보장이 되냐고 물어봤을때 멈칫하거나 쭈뼛거리거나 보장은 안되는데 절대 그럴 일은 없다거나 하면 지체없이 그 자리에서 일어나야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금융 상품에 원금보장은 없다. 은행 예금도 5천만원까지만 보장이 되고 그마저 이를 보증한 국가가 망하면 보장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집에 현금을 보관하면 더 위험하다. 화재 도난의 위험이 있다. 그래서 일본, 독일의 금리는 마이너스이다. 보관료를 받는 개념이다. 그럼에도 우리 주변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원금 보장의 의미는 우량 은행의 예금, 저축은행의 5천만원까지의 예금, 국채, 아주 우량한 회사의 채권, 약관에 원금 보장이 정확히 명시된 금융상품이다. 특히 파생이라는 단어가 붙는 상품은 아에 쳐다보지 않는 것이 좋다.
우리가 수억을 준다고 해도 러시안 룰렛 게임을 하지 않는 것은 내 목숨을 확률로 계산할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DLS 사태는 누군가에게는 목숨과도 같은 자산을 확률이라는 이름으로 러시안 룰렛 게임장으로 몰아넣은 은행의 무지와 무책임함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이런 상품들은 지금도 버젓히 판매되고 있다. 물론 판매하면서 그 위험성과 손실 한도를 정확하게 설명하고 판매하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금융 당국과 금융 기관의 책임있는 자세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수립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