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이야기( 인사아트 갤러리)
날짜:2003/08/3002:37

산호일당들이복작거릴때는그리도궁금하던인사동이산호가떠난지
한참이지나도록내내못가다가드디어오늘그쪽바람이불었다.

숙제같은샤갈전을봐야할텐데,선갤러리내부구조를잘아는데
도대체몇점의그림을걸어놓고걸작(?)들을전시한다는말인가?

대형타피스트리까지전시한다는소식도있던데
머리에이고전시를하나?주위에있는딴갤러리를빌린단말인가?
그도어려운일인데…참이상하네
게다가입장료가8,000원이면만만찮은데…

이런생각을하며내내미루다가,….
그동안병원다니고어쩌고하느라고맘의여유가없었나?

어쨌거나오랜만에만나는인사동초입,
시늉만공원인제법높이있는공터에는
암놈3000원수놈2000원삐뚤삐뚤
세련되지않은글씨를모조지에써붙이고
제법큼지막한메뚜기,나비를맹글어놓고파는아저씨도보이고
할아버지네분이~~푸른하늘은하수~~를부르며
대낮부터소주잔을들고부어라마셔라…

오…저렇게한번자유로워봤으면…부러워죽겠네…

나라말싸미즁귁에달아…아무리훈민정음을
보도블록에고어체로장식해놔도
왠지낯설어지기만하는요즘의그곳…
진열장유리창엔20~80%까지세일이라는문구와같이서글퍼져온다.
문닫겠단말인지…업종이또바뀐다는말인지…
문화특구에제외되는구역인지원!

맨먼저표적이된전시회를만나러인사아트센타누드엘리베이터를오른다.
문이닫기려할때손사래를치며할머니대여섯분이몰려들어온다
있는힘을다해서멋을부린하얀머리의곱게늙으신멋쟁이할머님한분도같이…
그분들말씨가함경도쎈억양이다.전시회주인공권진규씨동향인가?
입장료5000원지불하고도우미들이유도하는곳으로먼저들어가니
동선동에있었다는아뜰리에를그대로옮겨놓은듯
생전에쓰시던이젤이며녹설은기물들도그대로진열해뒀다.

소지품인염주,돋보기와명동화랑에서의개인전방명록큰화집,스켓치북등등
어떤편지는액자에넣어진체로벽에걸려있다.
무슨편지길래액자까지?
얼른보니朴惠一先生任박혜일선생님?누구시지?
좁은방이라대강보고건너편넓은전시장으로건너려고복도로나오는데
"아…한선생님아니세요?""누구시더라자세히안경을올렸다내렸다하며
"혹시너구리엄마?"맞습네다!맞장구를치며"아…그대로시네선생님은!…
내가보기엔한참늙은할머닌데(지도할머니면서^^)

이더운날노방으로된숄을두른분(아까있는힘을다해서멋부리신)이
선생님인듯한데아무래도비슷비슷하게늙어가는것을서로가느끼는듯했다.

복도벽에주루룩붙쳐둔연보를보고아까
액자에넣었던편지글은유서인것을알았다.

얼글이좀큰어떤분이자료를동행들에게설명하는걸바로옆에서엿들으니
아니나다를까작가의여동생이라신다.

"저어기영희라는작품말씀인데요…혹시…"

"아…네가족이예요…"

"나으예술쩍에피소드또하나더추가하는군…"

전시장의분위기는고분에서출토된조각품을보는느낌이었다,

황토색테라코라에회색으로채색했다는건칠작품은
얼핏보면고분에서출토되어
흙먼지만깨끗이털어낸듯한신라토기딱그것이었다광택도없는…
물론브론즈조각에서부터화강암대리석목조각까지소재도작품종류도다양했지만…

전시장전체분위기도웬지쓸쓸한기운이흐르고있었다.

작가의비하인드스토리를신문에서읽은게전부인데…

황토색테라코타196831x20x36cm
채색한테라코타196832x22x35.5cm

나란히비교전시해둔것이참인상적이었다.

오늘샤걀전은웬지별로일것같은예감이왜들까?

2.
내내무거운기분으로’인사동네거리로향하며갤러리선샤갈전으로발걸음을옮겼다
‘세계명품아울랫경매처리중’이란진열장을코앞에두고
쌓여있는모자를괜히한번만져본다.

여엉바느질이…사지도않을거면서…
맘속으로만생각한다.경매품이아니다이건절대로…

몇발자국안걸어서선갤러리를찾았는데,
어?완전히새로운건물이우뚝솟아있는거였다.

아…그랬구나신축개관기념전이었구나그러면그렇치…
하나하나사라져가는데오히려4층건물로우뚝서다니
역시화랑경력20년다운면모를…왜이렇게몰랐을까?

그러고보니이쪽으로다닌지가꽤오래됐구나
요즘은저쪽풍문여고가있는화동쪽으로많이다녔구먼…

기대를많이안한전시여서인지
내가좋아하는초기작도거의없고

화집으로사이버로너무나많이만나온때문이었는지
요즘은네델란드화가들의세밀화에맘을많이빼앗겨서인진몰라도,

단지캔버스바로뒤에전구를비춘것처럼발광(發光)하는듯한-절대로발광(發狂)아님-
환상적인몇몇작품과4층에있는
타피스트리가없었다면후회했을정도로…

샤갈전을보실분은푸른밤하늘에반드시등장하는
흐릿하지만노란색의초생달은꼭확인하시길…
보신분중에혹시노란초생달을발견못했다면?
말짱헛일이지모….^^

왜이리심드렁하지?귀한원화를만나고도?
이유가뭘까도대체…
권진규전에맘을많이빼앗겼기때문은아닐까

2층에서방영하는55분짜리비디오를볼때도집중이별로안되고
너무많이알려진화가여서신비로움이없어서였을까아니면
아까인사아트갤러리복도에내걸렸던작가연보에충격을받아서였을까?
유서의내용전부는딱한줄

朴惠一先生任

‘최후에만난友人들중에서가장희망적인분이었습니다’

권진규올림

인사아트센타權鎭圭(권진규1922-1973)30주기展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