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books 를 읽고 당장 산 冊

그러나여태밑줄만긋고다못읽고있는冊…

한꼭지씩야금야금읽고있는冊

[안대회의옛글읽기]베개맡에서엮은수필

안대회·영남대한문교육과교수

입력:2004.09.1717:2536′

들로나가보니논에는벌써누런빛이짙다.날씨도선선하여가을이완연하다.그무덥던여름도언제그랬냐는듯홀연가버렸다.

휙지나가버리는무상한것은돛을단배와사람의나이와봄,여름,가을,겨울이라고한세이쇼나곤(淸少納言)의말이그럴법하다.

날이선선해지면서계절분위기에어울리는정취(情趣)있는책을골라읽고싶다.

“가을이란하늘의별다른가락이라”고말한장조(張潮)는“제자백가서(諸子百家書)를읽기에는가을이마땅하니그운치가남다른까닭이다”라고말하기도했으니말이다.

<‘내가사랑하는삶(幽夢影)’,정민옮김,태학사>책이계절과무슨관계가있겠는가마는,별다른가을에남다른맛을주는책을접하는것도운치있는일의하나이리라.

행복하게도올가을에는그런책을만났다.십여일전출간된‘마쿠라노소시(枕草子)’(정순분옮김,갑인공방)가바로그책이다.

저자자신이“할일없는시골생활중에,눈에보이고마음속에생각한것을설마남이보겠나하고써서모은것”이라고고백한수필집이다.

지금으로부터꼭1000년전에지어진일본고전수필의효시로서,세이쇼나곤이란고위직상궁(尙宮)이지은이이다.한여성이관찰한인생이야기300가지를잔잔하고담백하며독특한문체로써나갔다.

1000년전일본여자의삶과는아무런교섭도없는내게이수필집이곰살맞게다가오는것은정말이상하다.담백하고도예민한감각,여성적시선과언어가발산하는멋이매력적이고,인생에대한통찰이생동하여이틀만에다읽기는했으나너무빨리읽은것같아종내아쉽다.

그녀는인생의아름다움을발견하는방법을알았던것같다.그윽한멋이풍기는인생사를몇가지드는데“방한쪽구석이나장지문뒤에서들을때,식사중인지젓가락소리와숟가락소리가섞여서들리는것.그런때주전자손잡이가탁하고옆으로넘어가는소리또한마음이끌린다”라고쓰기도했다.

젓가락달그락거리는소리나주전자손잡이가넘어지는소리에마음이끌리고그런데시선을두어글로쓰는것이1000년전사람의감각으로어떻게가능할까?

그예민한감각이신선하기도하고놀랍기도하다.작은것의아름다움에대한포착은그녀의장기다.“두세살짜리아기가막기어오다가작은티끌하나를발견하고그조그만손으로집어서어른한테보여줄때는정말이지귀엽다”고앙증맞고귀여운것을포착해냈다.

인생살이순간순간에맞닥뜨리는우연하고찰나적인행위에서행복과멋을발견하여담담하게자분자분말하듯이전해준다.생활에서발견하는유현(幽玄)한삶의미학이그의수필에는번득인다.

“남몰래만나는애인목소리를항상만나는곳이아닌다른곳에서들었을때나누군가그사람얘기를화제로올렸을때도가슴이조마조마하다.원래가슴은조마조마하게마련인가보다.어젯밤에왔다간남자가아침에편지를늦게보낼때도,그게설령남의일일지라도조마조마하다”라고남자를기다리며가슴졸이는사연을묘사할때도,

“급한병자가생겨수도승을부르려는데마침자리에없어하인이여기저기찾아다니다가겨우불러와한숨돌리고기도를올리게했더니,요새장사가잘돼서자주불려다녔는지앉자마자다라니경읽는소리가반쯤조는소리인것도정말밉살스럽다”라고분위기썰렁하게만드는일을들때도인생에대한그녀의시선은따뜻하다.

▲안대회·영남대한문교육과교수

뿐만아니라인간심리와세태에대한날카로운이해가보인다.

‘마쿠라노소시’는그동안읽어왔던한국이나중국,

나아가서구의수필과는멋과맛이다르다.우리에게익숙하지않은별다른맛이지만깊이음미할만하다.

운치가남다른계절에지금껏경험하지못한새로운정취의수필집을읽는것도특별한즐거움이다.

마쿠라노소시:침초자(별책부록포함)
세이쇼나곤저/정순분역|갑인공방|2004년08월

22,000원→19,800원

『겐지이야기』와함께일본고전문학을대표하는『마쿠라노소시』가국내최초로번역출간되었다.

일본헤이안시대의고위궁녀가천황비인중궁을보필하면서체험한일과개인적인감상을써내려간글로,일본수필의효시로알려진작품.

저자는중궁과시를주거니받거니하며풍류를즐길정도로학식과감각이뛰어났으며,그녀의말과글은당대의정형화한미의식을깨고새로운미적감성을선보인것으로유명하다.

일본헤이안시대의풍습,궁궐안에서벌어지는내밀한이야기를접하는재미가있으며,무엇보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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