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첫사랑 이야기 外

청매화 차

 

자정향/정진규

모든사물들을실물크기로그리고싶다내사랑은언제나그게아니된다
실물크기로그리고싶다사랑하는자정향(紫丁香)한그루를한번도실물
크기로그려낸적이없다늘넘치거나모자라는것이내솜씨다오늘도너
를실물크기로해질녘까지그렸다.어제는넘쳤고오늘은모자랐다그게
바로실물(實物)이라고실물들이실물로웃었다

 

#영인문학관문학스크랩展

 

참고로자정향은수수꽃다리,또는라일락이라고이자작시를정진우교수님이낭송후설명했습니다.시작의배경과뒷이야기들…이를테면고등학교시절한여학생을절대적위치로격상시키고싶은욕망도약간표출해보고싶었다는고백은미련을남기며짧게끝내고존경하는김춘수시인의봄에어울리는시세편으로자신의어줍잖은작가노트는생락한다며직접가지고온시집에서북마크를찾아낭송해주시더군요.

오늘봄비오시는날평창동으로봄맞이겸영인문학관에서20년대부터70년대까지의문학스크랩전오프닝행사에다녀왔습니다.평창동까지간김에날씨는불순했지만문신조각작품도구경하고다소…아니많이쇼킹한또다른전시회는덤으로…자세한괴발개발후기는내일올리겠습니다.-아올리는중에오늘이-안녕히주무세요

 

***

4월10일오후에다시정리합니다.

 

언제나처럼사회자의인사가제일먼저조용한모습의강인숙관장으로부터,가끔쓸쓸할때스크랩북을뒤적거리며아…이런기사도있었구나…’경험한세대는회상을,모르는세대에겐인포메이션차원으로…’스크랩전을하게된동기를간락하게소개했고전시회를하기까지는친척되는수집가강범우씨의자료와박인경씨(고암사모님)가독일에서한국신문을거의다모아왔는데이번전시회를위하여일부러문학기사만따로스크랩해서보낸주신게큰힘이되었다며비오시는날임에도불구하고와주셔서고맙다는마음은친절한도우미들이수시로茶를배달해주는정경으로이해가되는부분이었구요(작년에도비가몹시왔는데…)

 

거의백발에짧은커트머리의박인경씨의소개가있었고그외다른문인들이자신들의개인스크랩북을제공한것도도움이되었지만아쉬운것은물자절약시대를거친세대들이라전시를목적으로하지않아서뒷면은전시를할수없어유감이라는설명을강조했구요강범우선생님은스크랩하다일부분실된최재서씨의자료들은일부러세필로필사까지해서보관한진열장을본우리모두를놀라게했습니다.이번기회가없었으면영원히사장될지도모를뻔한일을강인숙관장님과친척되신다는그분은호명되자마자호주머니에서칼을하나집어내보이면서지금도그버릇을못고친다며피란시절목숨부지도어려운시절엔식솔들로부터많은핀찬도받았다는일화를들려주시데요지금도계속하는이유는이세상하직후후손들이”참부지런하게도모았다”는그말만들어면좋겠다해서환호를받아내기도…

 

#한여류작가의첫사랑이야기

 

두번째순서로작가박순녀씨의’만세교’가…실물도처음뵙고장편을한권읽은기억은나는데도대체제목도안생각납니다저는…데스크에서나눠준인쇄물대신책을직접낭송하고좀더추가한부분도끝나자약간의어색한침묵이흐른뒤(솔직히저는큰실수라도하실까봐맘이조마조마)…그런중에도H.P은수시로터지더군요참고로지팡이짚고오신김남조시인도,바로제곁의무척안면은많은데얼른이름은안떠오르는모여류작가도…음악회가아니어서별지장은없었지만본인들은상당히미안해하시더군요어딜가나문젭니다요즘은이동전화…옛날에는없이도잘만살았는데…

 

흔한이름만큼별특징없는외모의노여류작가의첫사랑이야기를지금부터하겠습니다.이북이고향인이작가의어린시절동네엔강폭이500m정도되는강위에’만세교’가있었고동갑네기중학생은여학생보다집이멀어서자전거를이용하고이다리를건너다니는데만세교에서이남자동창이여학생을만나면가슴이두근거려서자전거로그냥못지나가고자전거에서내려조용히뒤따라오더랍니다.여학생이자신의행동을알건모르건…그렇게해서만세교가끝나는부분이오면남학생은왼쪽으로여학생은오른쪽으로말없이헤어지곤하는데문제는만세교초입에서여학생을만나는날은틀림없이지각을한답니다.’그럼에도불구하고’이남학생은초입에서부터만나도자전거에서내려설설뒤따라걷다가만세교가끝나고갈림길에접어들면다시자전거에올라씽씽달려가곤했답니다.

 

그러고또약간의침묵이흐른뒤이소설을완성한후에는작가들이흔히느끼는탈고의해방감을느낄수없었노라는고백을하시데요작품을잘썼거나못썼거나일단락지으면다소간의해방감을느끼는일이상례인데그이유를생각해보니두고온산하랑만세교그리고그곳에서정들었던초등학교그동창생을아무리애를쓰도못만나서는아닐까하시더군요T.V를보면외국에서도더러만나는경우를보는데용기내어t.v에도한번나가고싶다고별로높낮이도없이그대로써온원고를다소건조하게읽어내리셨는데그정경이왜그리오래도록기억이났을까요

 

숨막히는기승전결도없이끝이나고사회자의산회가있는후제바로뒤에서”저…잠깐만요…이어령선생님한말씀듣고끝내시는게어때요”하는시인김남조선생의제의가있자아주겸연쩍게일반석에앉아있던이어령선생이원고도없이유창하게한말씀하시데요…솔직하게집사람이랑은같이공부하며같이학위받고나름대로는똑똑한사람인데저에게가려강인숙이란이름은없고항상이어령부인이라는이름을매달고다녀서정말미안해서이영인문학관일만큼은뒤에빠져있고싶은데또이리불려나왔노라며솔직하게이번전시회제목부터촌스러웠노라고…제가누굽니까88올림픽월드컵등등큼직큼직한이벤트를얼마나많이치뤄냈는데…이를테면[디지털시대에만나는아날로그전]이런제목이라도좀멋지게지어보라했지만늘그릇보다작게낮게살아가는사람이저사람이라며집안에서도온갖첨단장비를다이용하는저랑은달리저사람은’조선족’하고만어울린다며칭찬인지핀찬인지멋있게마무리를하고또다시박수를받대요

 

장관은아무나하나…혼자조용히되내이며정성껏준비된다과를몇개집어먹고녹차잔을든채로아무리봐도싫증안나는박완서선생의노리다께커피잔-나목에피어난꽃같기도하고새로돋은여린꽃잎같은무늬의이잔은꼭어머니의성품같다는따님의설명을달고있는-이들어있는진열장에눈을한번더주고연대별로종이의색갈도틀리고이곳저곳다돌아봐도정든기사들로다닥다닥붙어있는(뒷면에는어떤기사들이스크랩되어있는지알바없어유감이지만…)예를들면큰눈의김수영,강신재작가의별세기사에서부터애띤정연희작가의난지도앞에선모습이나간간히보이는옛날광고만화등도그시절을회상하기충분했기에…아참!오마샤리프랑쥴리크리스티의닥터지바고한장면도발견됐고…여하튼제가수고한노력에비해많은것을-특히문향-얻어온뜻깊은전시회였습니다.우리집분서갱유사건이없었다면저에게도꽤나많이모였을텐데…하지만아쉬워하지는않고비바람부는고지대(?)평창동의봄꽃들을보면서총총저자거리로내려와버렸습니다.

………………………

 

지난토요일다녀온이후로나흘이나지난지금까지건망증중증인나에게아직도뚜렷하게기억되는일은이어령전직장관의달변도,시낭송을멋들어지고세련되게해주신시인도아니고오히려중간중간어색한공백으로실수라도하실까봐-솔직히제대로끝내기나하실까-제맘을한없이졸이게하며큰숙제하듯치뤄내고자리로고요히들어오시던노여류작가의첫사랑이야기더란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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