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근 서정시 – 9 월 外
류근
그리고문득저녁이왔다 저녁이왔다 저녁이왔다 공포가,아주부드러운공포가 꽃잎하나가내영혼의어깨위에
옛사랑여기서얼마나먼지
술에취하면나는문득우체국불빛이그리워지고
선량한등불에기대어엽서한장쓰고싶으다
내게로왔던모든이별들위에
깨끗한우표한장붙여주고싶으다
지금은내오랜신열의손금위에도
꽃이피고바람이부는시절
낮은지붕들위로별이지나고
길에서늙는나무들은우편배달부처럼
다시못만날구름들을향해잎사귀를흔든다
흔들릴때스스로를흔드는것들은
비로소얼마나따사로운틈새를만드는가
아무도눈치채지못하는이별이너무흔해서
살아갈수록내가슴엔강물이깊어지고
돌아가야할시간은철길건너세상의변방에서
안개의입자들처럼몸을허문다옛사랑
추억쪽에서불어오는노래의흐린풍경들사이로
취한내눈시울조차무게를허문다아아,
이제그리운것들은모두해가지는곳어디쯤에서
그리운제별자리를밝혀두었으리라
차마입술을떠나지못한이름하나눈물겨워서
술에취하면나는다시우체국불빛이그리워지고
거기서럽지않은등불에기대어
엽서한장사소하게쓰고싶으다
내게로왔던모든이별들위에
깨끗한안부한잎부쳐주고싶으다
꽃이피는순간의감미로운통증처럼
아,경쾌한빗소리처럼
내가나를비우고바람과몸을바꿀때
내안에서뜨거워지는
나무들의순결한심장처럼
내집
앞의작고고요한오솔길처럼
내온몸의세포들을어루만지는
바로그순간,
툭,
떨어져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