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근 서정시 – 9 월 外

그리운우체국


옛사랑여기서얼마나먼지
술에취하면나는문득우체국불빛이그리워지고
선량한등불에기대어엽서한장쓰고싶으다
내게로왔던모든이별들위에
깨끗한우표한장붙여주고싶으다
지금은내오랜신열의손금위에도
꽃이피고바람이부는시절
낮은지붕들위로별이지나고
길에서늙는나무들은우편배달부처럼
다시못만날구름들을향해잎사귀를흔든다
흔들릴때스스로를흔드는것들은
비로소얼마나따사로운틈새를만드는가
아무도눈치채지못하는이별이너무흔해서
살아갈수록내가슴엔강물이깊어지고
돌아가야할시간은철길건너세상의변방에서
안개의입자들처럼몸을허문다옛사랑
추억쪽에서불어오는노래의흐린풍경들사이로
취한내눈시울조차무게를허문다아아,
이제그리운것들은모두해가지는곳어디쯤에서
그리운제별자리를밝혀두었으리라
차마입술을떠나지못한이름하나눈물겨워서
술에취하면나는다시우체국불빛이그리워지고
거기서럽지않은등불에기대어
엽서한장사소하게쓰고싶으다
내게로왔던모든이별들위에
깨끗한안부한잎부쳐주고싶으다

류근

2002-09-02오전11:05:20출처:oisoo.co.kr

*

9월

그리고문득저녁이왔다
꽃이피는순간의감미로운통증처럼
아,경쾌한빗소리처럼

저녁이왔다
내가나를비우고바람과몸을바꿀때
내안에서뜨거워지는
나무들의순결한심장처럼
내집
앞의작고고요한오솔길처럼

저녁이왔다

공포가,아주부드러운공포가
내온몸의세포들을어루만지는
바로그순간,

꽃잎하나가내영혼의어깨위에
툭,
떨어져내린다


류근

2002-09-12오후4:30:25출처:ois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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