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은 詩

길을잃어보지않은사람은모르리라

터덜거리며걸어간길끝에

멀리서밝혀져오는불빛의따뜻함을

막무가내의어둠속에서

누군가맞잡을손이있다는것이

인간에대한얼마나새로운발견인지

산속에서밤을맞아본사람은알리라

그산에갇힌작은지붕들이

거대한산줄기보다

얼마나큰힘으로어깨를감싸주는지

먼곳의불빛은

나그네를쉬게하는것이아니라

계속걸어갈수있게해준다는것을

-산속에서/나희덕『그말이잎을물들였다』中


12월밤에조용히커튼을드리우고
촛불을켠다.

촛불속으로흐르는음악
나는눈을감고내가걸어온길,
가고있는길,
그길에서만난이들의수없는얼굴들을그려본다.

내가사랑하는
미루나무를민들레씨를,강,호수,바다,구름,별,
그밖의모든아름다운것들을생각해본다.

촛불을켜고기도하는밤.
시를쓰는겨울밤은얼마나아름다운축복인가.
-촛불켜는밤/이해인[고운새는어디에숨었을까]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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