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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은‘3무(無)’동네라고불린다.편의점,
프랜차이즈가맹점,네온사인이없다는뜻이다.
“편의점이요?한때있었지요.그런데장사가안돼결국나갔어요.대신동네구멍가게가꽉잡고있죠.프랜차이즈는도심에널려있는데굳이여기에까지있을필요가없지않습니까.”(삼청동월전미술관유영석학예연구원)
1920,30년대에지은일본식개량한옥이처마를나란히하고들어선모습이흔하다.
오래된목욕탕,페인트칠한간판을단쌀집은1960,70년대서울의옛골목풍경이다.
‘세탁소+슈퍼’,‘부동산중개업소+쌀집’식으로장사하는가게들도심심찮게볼수있다.
삼청동길끄트머리‘재즈스토리’라는가게에들어서면‘저축은국력이다’라는박정희전대통령의휘호가걸려있다.
그런가하면동네어귀에서는빨간티셔츠의여자가지붕위를걷는모습이보인다.미국의현대작가조너선보로프스키의조각작품이다.
○스토리를판다
서비스산업은3차산업으로분류된다.삼청동은여기에감성을덧입힌‘3.5차산업’으로경쟁력을높였다.
삼청동을포함한북촌일대에있는미술관은57곳에이른다.서울명동의쇼윈도에번쩍번쩍한상품이전시된다면삼청동쇼윈도에는옹기그릇,유화,설치미술작품등이자리잡고있는것이다.범상치않은가게주인들의이력도삼청동의매력포인트다.
‘트래블러스행아웃-연(緣)’의이인식(30)사장은대학다닐때인도티베트등으로배낭여행을떠난경험을살려지난해이곳에가게를냈다.책장에는여행책자인‘론리플래닛’영어판이수십권꽂혀있다.
부엉이와관련된접시,그림,조각등2000여점을전시하고있는부엉이박물관배명희관장은중학교때부터부엉이와관련된것이라면뭐든지수집하다결국박물관을차리게됐다.
‘북카페내서재’정은주사장은외국계은행프라이빗뱅커(PB)로일하면서지친몸을달래려고
삼청동을찾다가결국결혼자금을털어가게를낸경우다.안창모경기대건축전문대학원교수는
“조선시대양반의거주지로600년이상의역사를담고있는삼청동에현대문화가유입되면서
‘스토리’는현재진행형”이라면서“단순한물리적공간이아닌의미있는공간이라는점에서삼청동은더매력적”이라고말했다.
○‘골드미스’들의거리
삼청동의독특한공간미학은20,30대여성들에게강하게어필한다.인터넷소모임인
‘삼청동을사랑하는사람들’의회원1만2000여명가운데1만여명이여성이다.
삼청동에서남자들끼리다니면어색해보인다.
특히경제력을갖춘20대중반∼30대중반의‘골드미스’들에게삼청동은특별한곳이다.
“삼청동식당들은‘테이크아웃(take-out)’커피의대명사인스타벅스에서미국냄새를
빼고한국특유의분위기를적신곳이라고표현할수있을까요?
배낭여행을갔을때파리뒷골목에서나느끼던기분이에요.”(최윤미·30·공기업사원)
“청소년이나대학초년생이주로모이는종로,대학로같은데는시끄러워서안가요.초라하게놀고싶지않은데조용한분위기를원한다면단연삼청동이에요.‘소박한럭셔리’를바라는거죠.”(김예슬·25·CJ인터넷사원)
제일기획브랜드마케팅연구소유진형책임연구원은“삼청동의여유롭고조용하고한국적인전통이주는단아함은세련된강남에서는찾아볼수없다”며“삼청동은구매력을지닌젊은여성들이대학생들과‘구분짓기’를할수있는공간”이라고말했다.
○역설의경제학
비오는날삼청동을걸어본사람은안다.‘지옥’이다.보도가좁아우산을펼치고는두사람이도저히지나다닐수없다.차를끌고가기도힘들다.주차공간이마땅치않아동네를뱅뱅돌기일쑤다.주차장이딸린식당도거의없다.주차는‘알아서하라’는식이다.‘알짜상권=교통좋은곳’이라는등식이적어도여기서는통하지않는다.규모의경제나효율성도여기서는안먹힌다.
삼청동에서50평이상되는제법큰가게는‘삼청동수제비’,‘지화자’,‘더레스토랑’등손에꼽을정도다.대부분은20평안팎,좌석도많아야20여석이다.한옥보존지구로묶여가게를확장하기어렵지만굳이넓히려고하지도않는다.그런데도삼청동은사람들로북적인다.삼청동을찾은비씨카드회원들이이곳에서카드로쓴돈은2004년57억6600만원에서올해1∼11월77억3700만원으로급증했다.
삼성경제연구소전영옥수석연구원은“삼청동의좁은도로와낮은건물은인간이가장편하게생각하는규모(human-scale)를잘보여주는장소”라며“‘걷는맛’이있기때문에사람들이모여들고,소비로이어지는것”이라고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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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영기자abc@donga.com
김상훈기자sanhkim@donga.com
집값폭등…평당3000만원선
거리풍경하루가다르게현대화
삼청동은변하고있다.매우빠른속도로변한다.변화를반기는사람도있지만안타까워하는사람도많다.
10년후삼청동은어떤모습일까.기대와우려는교차하고있다.
○치솟는몸값
사람들이몰리면서집값이뛰고음식값도비싸졌다.이곳부동산중개업소에따르면가게를내기
알맞은길가의집값은평당3000만∼3500만원선.서울강남의웬만한아파트값수준이다.
삼청동에서20여년간부동산중개업을해왔다는단골사부동산이재복(72)대표는“평당600만∼700만원하던집값이4,5년만에5배로뛰었다”며혀를내둘렀다.밥값도올랐다.1인분에5000∼7000원인삼청동수제비나소머리국밥은그나마매우싼편이다.거리풍경도달라지고있다.하루가다르게현대식건물과양식레스토랑,영어식간판이늘고있다.뒷골목곳곳에는와인바가들어섰다.한와인바사장은“원래는강남이와인바집결지였는데요즘은와인바하면삼청동을떠올릴정도”라고말했다.
○사나워진인심
삼청동원주민들은변화가달갑지만은않다.동네인심이사나워졌기때문이다.거주자우선주차구역에여기저기서차를갖다대면서주민과가게주인들간의싸움이그칠날이없다.소규모잡화점주인강연복씨는“외지사람들이들어온다고장사가잘되는것도아니다”며“오히려세탁소등꼭필요한편의시설만없어졌다”고불평했다.
김인회(66)전연세대교육학과교수는1970년대중반까지20년간삼청동에서살았다.잠시이곳을떠났다가2002년에다시돌아온그는‘요즘삼청동’에숨이막힌다고했다.“차가너무많아오가기힘든데다공기도탁해졌어요.주민이적은동네라마을버스배차간격도긴데,길까지막히니마을버스기다리는것도보통일이아니에요.”
이방인이라고변화를반기는것만은아니다.와인바‘로마네꽁띠’성우진사장은“전과는달리너무상업적으로바뀌고있다”며“삼청동을좋아했던사람으로서심경이복잡하다”고말했다.
○삼청동의미래는
서울시는2001년부터삼청동일대의한옥을보존하기위해각종지원책을펴고있다.그러나‘껍데기’가아니라‘속살’을살려야한다는지적이많다.북카페‘엔’을관리하는우병남삼청교회부목사는“비싼가게가많이생겼고최근엔임대료가너무높아져가게를접고삼청동을떠나는사람도많다”고말했다.갤러리카페‘빨강숲’정연우사장도“인사동은개발에밀려특유의격조높은분위기가사라졌다”며“삼청동은그전철을밟지않았으면좋겠다”고안타까워했다.
반면변화를자연스럽게받아들여야한다는목소리도나온다.팥죽으로유명한‘서울서둘째로잘하는집’
김은숙(67·여)사장은“사람들이원하고,젊은이들이원하는것을어떻게인위적으로막느냐”며“우리는‘6·25판잣집문화’지만바로옆에초현대식문화가공존하는것도나름대로매력”이라고말했다.과거와현대가뒤엉킨분위기가또다른복합적인매력으로다가서고있다는얘기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김상훈기자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