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산보를 떠나다(ver. 1.0)
온라인으로간혹’맘맞는’이라할지’통하는’이라할지그런인연을만나게되어

호기심을가지고오프로만나게되면더러는실망할때도더러는더한층깊어지는경우도있지요

다니던커뮤니티에서그런정을오래나눈지인이저에게도있습니다

서로바빠실제로만난횟수는10손가락도남을정도입니다만

그녀는삼청동에서오랜기간직장생활을했습니다…지금도진행형이구요

어느날삼청동이야기를쓰고싶다했는데내내소식이없데요

지금도공부는계속중인30대두아이엄마인데

앞으론또다른전공을택할거라며다부진꿈을가졌으니

얼마나바쁜생활을하는지짐작만할뿐입니다저는…

오늘은그간기다리던글이올라와혼자읽기아까워제블로그에도소개합니다

***

글제목:첫만남

시간:2007-01-19오전10:45:36

글쓴이:유리알

그가앉아있던의자

내가램Lamb의허유씨를처음보았을때그는턱을괴고앉아있었다.서너평남짓한작은숍안에서독특한패브릭을덮어놓은긴나무의자위에비스듬히앉아,그는분명턱을괴고물끄러미골목길을응시하고있었다.

그것이그의첫인상이다.아니,사실은아니다.그무렵그는일주일내내단한사람도그의가게를찾지않기도했던시절들을보내고있었으니,도저히그런자세로는손님을맞을수없었을것이다.그러나내게는틀림없이그모습이그의첫인상이다.첫인상이자,어쩌면그것은인생을바라보는그의자세일지도모른다.

그시절삼청동은그랬다,해맑은수채화처럼골목길은언제든내게이마을에다니러오라고손짓하는듯했고,나는기꺼운마음으로그곳을향하면서내가만나게될고립혹은필연의부름에달콤하게응할준비가되어있었던것같다.그렇게그골목들을누비고,그골목길에놓인봄날의화분처럼예쁜옷가게램을드나든지한참만에,최초로치마한장을구입하게된다.그치마는세일품목만을분류해놓은곳에걸려있었는데,히프라인에각이잡혀있었으며치마의모서리를푸른비로도천으로바이어스처리한기묘한치마였다.그날내가그기발한치마를샀다는것은그전에내가숱하게많은물건들을사들였던것과는큰차이가있다는것을오랜시간이흐른지금에서야깨닫고있다.그것은다시말해서세상에서하나뿐인치마를사는행위였고,그날이후부터그치마가발산하는매력을허유사장과내가공통으로사랑하게되는필연적인사건이었던것이다.

램의메인테마

사소한치마한장이가져다준램과의인연이올해로6년째에접어들고있다.요즘속도로치자면강산이한번변할수도있는시간-실로삼청동은참많이변했다-이기도하려니와,이쯤에서램과나의역사를돌이켜보자니,램의존재가내개인사에서삶과예술의외연을어떻게확장시켰는지한번쯤짚고넘어가지않을수없다는괜한의무감마저든다.꽃이피는건한참이고지는건잠깐이란다.지금삼청동에서피어나고있는문화의꽃마저시든다면각박한서울은어디서숨을쉴수있을까.서울문화의새로운가능성을보여주던삼청동이요즘어쩌면병들어가고있는지도모른다는절박함이나를붙들었다.

2002년그날램의시작은,단언컨대오늘날삼청동거리문화의긍정적인효시였다.

램의디테일,숨소리

고즈넉한이동네가좋았단다.이태리에서의상을공부하는동안단한차례도한국집에들르지않았다는묘한청년허유는,가족들조차가늠할수없는시공간을유럽의이곳저곳을쏘다니며보냈다.더넓고다른차원의세상을탐험하고머리와정신에그것을담아오는일이그에게얼마나매력적인일이었는지는,반드시직접확인하고싶다.아무튼그는학부를마치고귀국했을때삼청동에뿌리를내려야겠다고마음먹게된다.화려하거나세련되거나아니면고풍스럽거나유서깊었을이국의크고작은거리,숨어있는뒷골목까지를수년간지치도록보아왔을그에게,삼청동의단아한낡음은기막힌발견같은것이었는지도모른다.이때는또인사동의갤러리들이삼청동일대로조금씩이동을하던시기와도맞물려있다.인사동의상업화에염증을느껴서였거나또는새로운활로에의모색이었거나,어쨌든그러한미술관들의움직임이허유사장의결심에한편으로영향을미쳤을거라고짐작해본다.

램의디테일,숨소리

그러나그가삼청동을선택한보다더근본적인이유는예술과삶을어떻게조화시킬수있을까를고민했기때문이라고한다.아무도입지못하는옷,아무도음식을담아먹을수없는그릇,아무도이해할수없거나살수없는그림과같이견고하고오만한예술의성역에서그자신부터홀연히걸어나오고싶었다는것이다.그래서자신이만든옷은뚱뚱한사람도키가작은사람도지나치게마른사람도,주변에서만나는우리의어떠한이웃도입을수있는옷이기를바랬고,그러면서도그사람만을위한유일한옷이기를바랬다.나아가자신의감각을이해하고알아주는소박한만남이매일램이라는공간을통해서이루어졌으면좋겠다고생각했다.

우연히이동네를지나던누군가는고요하고한적한주택가의골목골목에아무렇지도않게점같이박혀있는갤러리들에우선감탄을할것이다,그때좀더호기심많은사람이라면길가의어떤가게의쇼윈도가장자리를장식한,가령풍선덩굴과같은깜찍하고재밌는풀을발견할수도있을것이다,거기서보다관심을가지고그안을기웃거리다보면그가게가의상을디자인하는아들을둔치과의사아버지가낸시집같은걸꽂아두기도하는아주묘한차원을지닌공간이라는것까지도알게될것이다.

삼청동의불빛

적어도램의존재는내게그랬다.유연하고기발한창조성,한자연인의정체성과가족사를담은원형성,존재의인과고리를발견할수있는필연성,도시문화의새로운가능성을한꺼번에알게해준의미있는공간이었다.

하지만그런추상성을차치하고라도,지금램은밤이면삼청동의좁은골목길을밝혀주는환하고따뜻한살아있는불빛이다.고흐가그린아를의골목,그밤의카페의환영을,램이밝히고있는골목길에서문득나는만난다.되도록그불빛을오래도록바라보고싶다.혹은더오래도록기억하고싶다.

왜램을쓰기시작했느냐고누가묻는다면이렇게말해주고싶다.처음그곳에간날내가입었던오렌지색바지의기억이몹시도투명해서라고.한없는상실의시대에한없이투명하게스러져가는것들을할수만있다면붙잡아두고싶어서라고.(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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