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외국에서도착했다.
구식이된거리의실내악.
집잃은사람은구라파로가고
목련이구름처럼피어기가질리던
그계시의영상을믿기로했다.
목련의색깔은더엷어지고
시계초침소리는더빨라지고
나는몸을감추기시작했다.
단번에칼처럼매워지고싶었지만
정신나간목련은계속피면서지고
여름이되기전에맨발이되었다.
나는가벼운물에떠돌기시작했다.
당신이같이걸어주어서
내길이얼마나험했는지
나는끝까지모른다.
가슴으로,배로,그밑으로
상처자국의다리를쓸어내려도
황막하게슬프지않은곳어디있으랴.
젖어서시리지않은곳어디있으랴.
기억나니?오래전
그큰나무그늘에서나를부르던
미열의연보라색눈동자.
이제는말하지않아도
다알수있게되었다.
당신이혹시쉬고있는목성과토성사이.
아무리울어도표나지않는
비오는날에보는목련꽃벗은몸.
평생을어딘가에취해살았다.
행방이묘연한내살림살이.
꽃을먼저피워날리고난후에야
뒤늦게나뭇잎을만들어달고
꽃씨간직할방도마련하기전에
아이들은차를타고제각각
어색한언어의나라로떠났다.
가까운친구는병이들었고
일요일에는낙엽이날렸다.
낙엽은나무의눈물,
쌓인눈물을다씻어낸뒤에
당신에게들어가열매가되었다.
모두모여한데사는일(구약시편:133)
그래도서둘러내잠깨운창밖의새는
누가잃어버린추운인연일까.
나는그래서매일아침몸이아팠다.
내하던일도내려놓는다.
앞이보이지않는일상의일탈
국경의저쪽에당신침묵이보인다.
죽은꽃나무짊어지고산정을향하는
당신연민의옆얼굴이밝아온다.
몸부림하던문들이열린다.
세상의모든아름다운말과글이
당신의몸에눌려질식하고
땅과바다는다걷혀가버렸다.
그시절에는나도가슴이뛰었다.
기적같이당신의극치에왔다.
세상에필요한단하루의아침에
내게확신의눈길보내준당신과함께.
마종기시집<새들의꿈에서는나무냄새가난다>
큰소리를내듯이
아,하고나도모르게소리치면서
그렇게만나고싶다,당신을
구름이구름을갑자기만날때
환한불을일시에켜듯이
나도당신을만나서
잃어버린내길을찾고싶다
비가부르는노래의높고낮음을
나는같이따라부를수가없지만
비는비끼리만나야서로젖는다고
당신은눈부시게내게알려준다
-비오는날/마종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