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위의 작업실 – 김갑수



<텔레만을듣는새벽에><나의레종데트르>의저자이자방송진행과강의,원고집필등다채로운활동을하고있는김갑수의작업실안쪽이야기.저자가경향신문과신동아에연재했던글로,숨가쁜현대인의로망을일상으로포섭한한남자의일상,오로지작업실에서만벌어지는일상을담았다.

저자는’기가막히게재미있는순간도,뭔가보람을느끼는일에참여해도집요하게남는부분’에공허함을느끼는이들에게,또한’땀구멍하나하나까지명명백백한’이세상에서너무나’멀쩡하게’살아가는이들에게삶의다른가능성을꿈꾸라고,조금씩은미쳐달라고부탁한다.그리고이에대한저자의결론은작업실이다.

책은모두4부로구성되었다.1부에서는한평생작업실을추구해온저자가난생처음작업실이라는세계에발을디딘순간부터시작해서현재의작업실’줄라이홀’을완성해가는과정을담았다.2부에서는저자에게작업실의중요한일과중하나인커피를내리는일에대해서이야기한다.

3부에서는일목요연하게정리한음악사와현대거장들의음반에관한이야기들을펼쳐놓는다.또한턴테이블을통해흘러나오는LP의아날로그적인감동에대해서속삭인다.마지막4부에서는저자가고수와일합을겨룬에피소드를비롯해서’하이엔드’오디오세계의일면을엿보는즐거움을선사한다.

출처;알라딘–more
도대체왜사는지,무얼하며살아야하는지,이런사춘기적질문들과마주하느라작업실이있는것같다.하지만실제로이루어지는행동은커피볶아마시고,오디오건사하고,LP닦아트는일인데그걸로도한생애가흘러간다.이책에담긴작업실의일과는일테면‘어쩔수없이현실세계에속해있으나현실을멀리멀리떠나가고싶은사람의생활보고서’라고나할까._프롤로그에서

아무것도잘못되지않았다.조금씩미쳤지만멀쩡했고,멀쩡하지만멀쩡함의생채기로약간씩은미쳤다.차라리유쾌하지않은가.이렇게꼬물꼬물살아서중학생시절의두려움을다시두려워하는마음이.결국아무것도파멸하지않았으면서파멸의예감으로진저리치던시간들이.어디선가읽었던한구절이떠오른다.“`간절하게,두려움없이.”그렇다.여기이지하실에서간절하게,두려움없이.

하루키는남들에게굳이마라톤을권하지않겠다고말했다.그에게마라톤은온전하게자기자신에게만귀속되는행위다.그렇지만나는멀쩡한사람들에게작업실을권유하고싶다.미쳐달라고.텅빈우물속에서제발조금씩은미쳐버려달라고.다만간절하게,두려움없이._p.279

세상의회사원들에게대단히미안한말이지만,아니나만그랬는지모르지만,쪼글쪼글하고누글누글하고나른한게회사원생활이었다.일과는꽤나바빴는데도존재는나른했다.익명인탓이기도했다.조그만회사라김갑수씨는금방지나가고과장이어서김과장으로불렸고차장이어서김차장으로불렸다.부장쯤이되고나니까이름은완전히실종됐다.

이제는꽤나거대회사가돼버린웅진출판주식회사.지금그곳의현역들은학생운동권출신만으로구성되었다던80년대편집부를무슨출판운동팀쯤으로환상의나래를편다고들었는데아서라회사는회사,업무는업무였다.그래서나른했고존재는막막절벽이었다.
몇가지홀로고집은있었다.한번도저축을하지않았다.돈모을여유도없었지만어쨌든매달완전히다썼다.회사생활초창기,의무적으로재형저축을들어야했던날길을걸으며눈물을쏟았다.그당시혐오의의미로자주쓰던표현인‘`이스태블리시먼트(기성인)`’가결국되나보다하고(그러고보니나름순수의시대였다).중도에깰수있다는걸알고그적금을곧장깨서턴테이블을바꿨다.또하나중요한홀로고집이있었다.
몇몇친한동료가있기는했지만퇴근후회사근처호프집이나대폿집에여럿이모여왁자지껄술마시고떠드는자리를극력피했다.나중에사진작가윤광준이입사하여둘이단짝으로세운대학(세운상가오디오숍들을이렇게불렀다)깨나어울려다녔지만어쨌든저녁이면종로통회사근처에서멀리멀리달아나고봤다.그리고다른곳으로다시출근을했다.아침에회사로한번출근하고저녁에또한번출근하는이중생활이었다._pp.19-20

중요한건혼자숨쉴공간이었다.멍하게면벽하고시간죽이는것도작업이다.나만의비밀공간에틀어박히는것.누군가는그것을현대인의로망이라고표현했다.나는로망의사명을지니고이땅에태어났음에틀림없다.하지만방문객들의경탄을위해얼마나닦고조이고기름쳐야하는지,그일상을말해야한다.실은나자신이언제나내작업실의방문객이다.문을열고발을디디는순간탄성과탄식,감동과회한,그런감흥이일지않으면그것은작업실이아니다.그런점에서작업실은추억의공간이다.당장의한순간한순간이추억의시간이다.작업실에서살아간다는건추억을생산하며살아간다는뜻이다._p.28

콩을고르거나커피를볶거나드리핑해내리거나,LP를닦거나말리거나라벨링을하거나직접틀거나모든것이혼자서시간을소비하는일이다.정신의허기로하루하루가고달팠던이십대시절백양사청류암의상좌승청호가도량뒤켠하지감자밭의김을매면서내게가르쳐줬던비의다.혼자서하염없이시간을소비하는일.사람없이,사람으로부터멀어져서사람처럼사는일.그렇게혼자시간을보내며정성스레만들어놓은원두를나는사람들에게선물하고싶어한다.좀웃기지않는가.그러나나는웃기지않는다.지금줄라이홀은혼자를견디는작업을하는작업실이다.

아,집에들른지너무오래됐다._p.98
출처;교보문고<–more

8 Comments

  1. 김선경 보나

    08/07/2009 at 02:25

    아침에…
    아이들둘학교보내고,먹고치우고,
    어머니모시고보건소가서혈압약타드리고,다시모셔드리고,
    새로뚫린고속도로타고와서내책상에안착해서야한숨~

    작업실…
    원두커피한잔하고참나무님글읽고…

    잘계시지요…?   

  2. 도토리

    08/07/2009 at 02:26

    늘관심의한줄기인김갑수씨께서책을또한권쓰셨군요..
    읽고싶은책목록에올립니다..^^*   

  3. 참나무.

    08/07/2009 at 04:10

    저도점심먹고커피일잔하는중입니다
    달마이어선물받은커피선물을받았답니다

    사업도글쓰는역량만큼잘하시리라믿습니다
    따뜻한비지니스..말만들어도기분좋은…^^

       

  4. 참나무.

    08/07/2009 at 04:16

    행복의조건에하나더추가할사항있어요

    ‘조블팡팡잘열리는거’…^^

    글이란게휠이팍올때콕콕해야는데…

    당췌제홈에제가들오기힘이듭니다요…어제오늘…;;

    내일예당11시음악회겨우예매완료…
    피아니스트박종훈…방송진행솜씨는여엉파인데
    연주솜씬어떤지확인차…;;   

  5. 데레사

    08/07/2009 at 08:39

    조블뿐만아니고많은사이트가해킹을당했다고뉴스에나오고
    조블도운영자가사과문까지올렸네요.
    성질베리기딱좋은수준입니다.참나무님.   

  6. douky

    08/07/2009 at 12:35

    내일쯤책주문하려했는데…
    이책도추가해야겠습니다…

    오늘오전의먹통사태가저희집만의문제가아니었군요…
    바이러스체크도여러번,인터넷서버문제체크도여러번…
    그래서저도참나무님께서추가하신행복의조건에충~~분히공감합니다~^^   

  7. 참나무.

    08/07/2009 at 13:59

    네저도종이신문에서보긴했어요
    그래서컴닫고다른생산적인일로하루를자알보냈답니다…
    그러니맥이끊어져글쓰기도싫어지고…게으름피우게되네요…^^
       

  8. 산성

    09/07/2009 at 00:26

    새벽부터벌써두차례나운전을하고왔습니다.
    여섯시무렵은차량들은뜸하지만,
    폭우속에서도속도내는차들때문에…식은땀
    일곱시반무렵은
    이미출근차량들로꽉~막힌길조심조심따라가느라….
    장대비속의힘든아침이었습니다.

    숙제밀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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