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선비들의파초사랑도유난했다.파초는남국의식물이다.겨울을얼지않고나려면월동마련이여간성가시지않았다.하지만폭염아래서파초는푸르고싱그러운그늘로초록하늘을만들어눈을씻어준다.그래서파초의별명이녹천(綠天)이다.이서구(李書九)의당호는’녹천관(綠天館)
옛선비들은파초잎에시를쓰며여름을나는것을운치있는일로쳤다.여린파초잎을따서그위에당나라왕유(王維)의’망천절구(輞川絶句)’시를쓴다.곁에서먹갈던아이가갖고싶어한다.냉큼주면서대신호랑나비를잡아오게해머리와더듬이,눈과날개의빛깔을찬찬히관찰하다가꽃사이로불어오는산들바람을향해날려보낸다.이덕무(李德懋)의《선귤당농소(蟬橘堂濃笑)》
이런운치말고도옛선비들이파초를아껴가꾼것은끊임없이새잎을밀고올라오는자강불식(自彊不息)의정신을높이산까닭이다.송나라때학자장재(張載)는파초시에서이렇게노래했다."파초의심이다해새가지를펼치니,새로말린새심이어느새뒤따른다.새심으로새덕기름배우길원하노니,문득새잎따라서새지식이생겨나리(芭蕉心盡展新枝,新卷新心暗已隨.願學新心養新德,旋隨新葉起新知)."잎이퍼져옆으로누우면가운데심지에서어느새새잎이밀고나온다.공부하는사람의마음가짐도늘이렇듯중단없는노력과정진을통해키가쑥쑥커나가는법이다.
워낙크기도했지만파초는소선지가제일좋은거름이란말을듣고선지는물론이요생선씻은물,깻묵물같은것을틈틈이주었더니작년당년으로성북동에선제일큰파초가되었고올봄에는새끼를다섯이나뜯어내었다.그런것이올여름에도그냥그기운으로장차게자라지금은아마제일높은가지는열두자도훨씬더넘을만치지붕과함께솟아서퍼런공중에드리웠다.지나는사람마다“이렇게큰파초는처음봤군”하고우러러보는것이다.나는그밑에의자를놓고가끔남국의정조를명상한다.
파초는언제보아도좋은화초다.폭염아래서도그의푸르고싱그러운그늘은,눈을씻어줌이물보다더서늘한것이며비오는날다른화초들은입을다문듯우울할때파초만은은은히빗방울을퉁기어주렴안에누웠으되듣는이의마음위에까지비는뿌리고도남는다.가슴에비가뿌리되옷은젖지않는그서늘함,파초를가꾸는이비를기다림이여기있을것이다.
“거저큰파초파십시오.”한다.
“팔다니요?”
“저거이전팔아버리셔야합니다.저렇게꽃이나온건다큰표구요.내년엔영락없이죽습니다.그건제가많이당해본걸입쇼.”한다.
“죽을때죽더라도보는날까진봐야지않소?”
“그까짓인제둬달더보자구그냥두세요?지금팔면올엔파초가세가나저렇게큰건오원도더받습니다…….누가마침큰걸하나구한다니요그까짓슬쩍팔아버리시죠.”
생각하면고마운말이다.이왕죽을것을가지고돈이라도한오원만들어쓰라는말이다.
그러나나는마음이얼른쏠리지않는다.
“그까짓거팔아뭘허우.”
“아오원쯤받으셔서미닫이에비뿌리지않게챙이나해다시죠.”
그는내가서재를짓고챙을해달지않는다고자기일처럼성화하던사람이다.
나는,챙을하면파초에비맞는소리가안들린다고몇번설명하였으나그는종시객쩍은소리로밖에안듣는모양이었다.
그는오늘오후에도다시한번와서
“거지금좋은작자가있는뎁쇼……..”하고입맛을다시었다.
정말파초가꽃이피면열대지방과달라한번말랐다가는다시소생하지못할는지도모른다.그러나내마당에서,아니내방미닫이앞에서나와두여름을났고이제그발육이절정에올라꽃이핀것이다.얼마나영광스러운일인가!그가한번꽃을피웠으니죽은들어떠리!하물며한마당수북하게새순이솟아오름에랴!
소를길러일을시키고늙으면팔고사간사람이잡으면그고기를사다먹고하는우리의습관이라이제죽을운명의파초니오원이라도받고팔아준다는사람이그혼자드러나게모진사람은아니다.그러나무심코바람에너울거리는파초를보고그눈으로그사람의눈을볼때나는내눈이뜨거웠다.
“어서가슈.그리구올가을엔움이나작년보다더깊숙하게파주슈.”
“참딱하십니다.”
그는입맛을다시며돌아갔다.
참나무.
09/11/2009 at 09:43
파초우(芭蕉雨)-조지훈
외로이흘러간
한송이구름,
이밤을어디메서
쉬리라던고.
성긴빗방울
파초잎에후두기는저녁어스름
창열고푸른산과
마주앉아라.
들어도싫지않은
물소리기에
날마다바라도
그리운산아.
온아침나의꿈을
스쳐간구름
이밤을어디메서
쉬리라던고.
shlee
09/11/2009 at 09:49
소리울님이만났다는
고두현시인님께물어보세요.
무서록갖고있는게분명해요.
수연산방에서-『무서록』을읽다
고두현
문항루에앉아솔잎차를마시며
삼면유리창을차례대로세어본다
한면에네개씩모두열두짝이다
해저문뒤
『무서록』을거꾸로읽는다
세상일에순서가따로있겠는가
저밝은달빛이그대와나
누굴먼저비추는지
우리처음만났을때
누구마음먼저기울었는지
무슨상관있으랴
집앞으로흐르는시냇물앞서거니뒤서거니
뒤에앉은동산도두팔감았다풀었다
밤새도록사이좋게노니는데
시작끝따로없는
열두폭병풍처럼우리삶의높낮이나
살고죽는것또한
순서없이읽는사람이
먼훗날또있으리라.
*수연산방:소설가상허이태준이살던서울성북동옛집.
*무서록:이태준의수필집.순서없이엮은글이라하여붙인제목.
이태준그분의파초는식물같지않고
동물같아요.
먹는것도그렇고…
자랑스런파초~
파초잎에떨어지는빗소리
한번들으면도저히
정말잊을수없을것같네요.
상상만으로도~~~
옛날분들멋부리는게
너무부럽네요.
참나무.
09/11/2009 at 09:52
이거완성할시간이없어이제사제우시…^^
타이밍제까닥인답글입니다…많이고마워요
봉쥬르
09/11/2009 at 12:32
무서록..파초..제마음에와락다가오는수필!
근데여기객쩍은소리를만나네요.
어제시부적객쩍은소리를괴발개발기리놓았는데..
아이–덧없는날들…
참나무언니는여전히운치있는생활이십니다!
참나무.
09/11/2009 at 12:59
…한낮이지나면밤이오듯이우리의사랑도저물었네…
흐르는음악잠시끄고’이별의노래’듣구있었어요
수원시립…아쉽게3절은빼먹다니..잡아갈까부다..하고있었어요
문맥이안맞아고치면서…ㅎㅎ
조미료안넣은담백힌음식같지요…
무서록누가빌려갔는데..책도둑맞은거같아요..^^
봉쥬르님은무서록다읽으셧지요…혹시책안가지고계시나요
블로그초기에冊이란수필도올려놨을텐데…정말책같은冊
여튼좋치요모두다…
글올리셨나요..후딱가볼게요…^^
나무 숲
10/11/2009 at 14:35
안녕하세요?편안하시지요?
정말오랜만에글남기네요..^^
반가운수연산방,무서록..
제가가지고있는(범우사)무서록을찾아보니‘비맞는’으로되어있어요..^^
언제뵙고이런저런얘기도나누어야하는데학교안가는토요일오전에뵙기로해요..
미리연락드릴게요..^^
레오
10/11/2009 at 16:42
수연산방에서
예전처럼뭔소리하는겨??하지않고잘받던가요?^^
파초를한번보고싶네요
궁금해요(부탁해요)
옛날문주란인가누가노래도불렀던거같은데..
저녁의게임은서울서본게아니라서요~.
참나무.
10/11/2009 at 22:46
아…고마워요숲님^^
해방전의무서록엔오타인지’닿는’으로되어있다는지적이어서
검색하여드르륵한거괜히죄송하더라구요
잘계시지요..이렇게다녀가시다니…
언제출강하기전날연락주셔요~~
참나무.
10/11/2009 at 22:51
제기억으로문정선?또수와진(?)이런카수들이떠오르는데
문주란이었나요…죄송…연예인들에겐왜호칭이생략되는지원참나…ㅎㅎ
어젠하루죙일바깥에있어서글올릴시간이없었어요
(지금사진올리는중이니나중에행보올리겠지만서도…^^)
‘Thisisit’…본사람안본사람구별한다해서오늘볼까하는데
아들이내일부터출근이라어캐될지…;;
게임은서울어디서하는지알아보갔습네다아~~
summer moon
11/11/2009 at 00:14
참으로꼼꼼히읽고보시는분들이가끔있어요.^^
‘파초는없고화초는있다’는말에걸려서
혼자얼마나웃었는지요!ㅎㅎㅎ
잘지내고계시지요?
김진아
11/11/2009 at 05:51
…생각할때는적이한심하였다.
…비오는날다른화초들은입을담은듯..
…누웠으되듣는이의마음에까지비를뿌리고..
…누가마침큰걸하나구한다죠.
…우리의습관이라이제죽을운명엣파초니
…그러나무심코바람에너훌거리는파초를보고..
저도범우문고의무서록을가지고있습니다.
마이란님이보셨으면참좋아했을거예요.
[밤이오는것은날마다보면서도날마다모르는새다.
그러기때문에낮에서부터정좌하여기다려도본다.
닫힌문을그냥들어서는완연한밤걸음이있다.
벽에걸린사진에서어머님얼굴을데려가버리고
책상위에혼자끝까지눈을크게뜨던꽃송이도감겨버리고
나중에는나를심산에옮겨다놓는다.
그러면나는벌레우는소리를만나고이제찾아올꿈을기다리고
그리고이슥하여선닭우는소리를먼마을에듣기도한다.]
그의’밤’의맨끝줄을제가제일좋아하지요..
참나무님역시..최고세요.^^
초록정원
12/11/2009 at 03:58
저도범우사꺼가지고잇어요
원래는1941년에초판발행되었던책이었는데
1993년에발행했다하니
옮겨지는과정에서잘못되었을수도있겠다는생각이드네요.
파초어렸을때문정선의파초의꿈때문에눈여겨봤던기억있는데
요즘은잘못보겠네요.
그때는가사의의미가뭔지이해가안됐었거든요..^^
참나무.
12/11/2009 at 07:00
진아씨는정말신경안정제같으세요
진중하시고…
독서많이하시는분답게무서록지니고계시군요
참나무.
12/11/2009 at 07:03
맞는갑다요
문정선모습이생각나거든요아직…
노래는하낫도안기억나는데…;;
다시가사라도찾아봅시다어디..지금은이해가되려는지요…^^
가을하시느라얼마나바쁘셨을까요…
초정님맘보면손풍금님덩달아생각나요…^^
마이란
17/11/2009 at 01:02
요샌
박경리선생님의
김약국집딸들을다시읽는데요
어제읽은부분에서
용빈이김약국성수영감을
고고한파초같다고느끼는부분이떠오르네요.
전박경리선생님책을대할때마다
참나무님이생각나요.^^
한참뒤의포스트인데
문득생각나서그냥놓습니다.
여전히건강하게잘지내셔서뵙기참좋아요.^^
(제게있는무서록에도’맞는’으로되어있어요.)
참나무.
17/11/2009 at 03:35
오늘딴방에서낯익은사인보는순간울컥…;;
이렇게가끔와주는것만으로도고마워서
다른걱정있으면꼬옥알려주기꼬옥에방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