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

오동도를아시나요
바다와동백꽃이연애하는섬
오동도를아시나요

나일찍이이마한복판에
동백꽃만한붉은점이있어
보는이마다부처되겠다,무당되겠다하거늘
부처도싫고,무당도싫고
그냥여자가되기를바라던
우리어머니는
오동도바다로날데려가
이마한복판에동백꽃따서바다에던졌지요

동백꽃은해풍에흔들리며
오동도바다위를떠돌다가
그래도부처가될것은부처가되고
무당이될것은무당이되고
끝내남은것은동백이되어
오동도가득히피어났지요

여름이되어도가을이되어도질줄을모르고
피처럼붉은사랑에빠져동백꽃은
오동도앞바다에사는
푸르고힘센누군가를부르고있지요

오동도를아시나요
바다와동백꽃이연애하는섬
오동도를아시나요

동백이야기.문정희/별이뜨면슬픔도향기롭다.(1992)


빵한쪽에쨈발라먹고나와
지금쨈속에있습니다
시간은벌써쨍쨍한대낮
여기는강남사거리
나는내살을만져봅니다
끈끈한쨈이묻어납니다
이름은사거리이지만
어디로도길이막힌
내생의한가운데
문득꿀벌처럼교통경찰이
쨈속을붕붕거리고다닙니다
희망을가져보지만
푸른등은오래켜지지않고
붉은신호앞에꼼짝없이멈춰선대낮
정지된인생들이
거기그렇게
뜻없이생을소비하고있습니다(2003)

이상한쨈문정희

(…중략….)

그많던여학생들은어디로갔을까
저높은빌딩의숲,국회의원도장관도의사도
교수도사업가도회사원도되지못하고
개밥의도토리처럼이리저리밀쳐져서
아직도생것으로굴러다닐까
크고넓은세상에끼지못하고
부엌과안방에갇혀있을까
그많던여학생들은어디로갔을까

-그많던여학생들은어디로갔을까

문정희/오라,거짓사랑아(2001)

결혼식에다녀왔다.잠깐짬이나서범어사엘들렀다.성보박물관에서는동산스님의친필이눈에띄었다."참고기다려라"는짧은문구였다.동산스님은의대생시절

"마음의병은누가고치는가?"라는뜻밖의질문을받고출가를결행했다.백용성스님의제자였고,성철스님의스승으로고승이었다.스님은바람에댓잎이서로부딪히는소리에깨달음을얻었다.나는대나무숲을우러러보았지만,혜안이없는까닭에사철창해(蒼海)같은대나무숲곁에우두망찰서있다그근처이제막붉은꽃망울을터뜨리는동백나무로시선을옮기고말았다.큰물덩어리인바다와바다표면에일어나는잔물결에대해생각했다.말하자면계절은잔물결같은것아니겠는가.혹은우리의소소한감정이란입춘을맞아한해만에터뜨리는동백꽃망울같은것아니겠는가(…중략….)주례사-문태준

사진·조선영상미디어김승완기자

고로쇠나무에등을기댔더니,어느순간서늘한손길/아,요녀석이네게지금氣를보내오는구나/고로쇠나무잎으로손부채를만들어/고로쇠나무의물을한모금먹었더니,뱃속이서늘해진다/요녀석이지금내뱃속을제세상으로만드는구나/머잖아내눈,내입,내귀에서도/푸른눈이트고,고로쇠나무의어린잎이하나둘돋아나겠구나/이봄엔아예나도고로쇠나무가되어/뿌리아래갇혀있던봄기운을/물관이터지도록타고오르는,이솟구치는노래를/전해주어야겠다/그리운이가등을기대면.박제천-입춘부(立春賦)

11 Comments

  1. 참나무.

    04/02/2010 at 00:40

    이상한일이지요
    역대신년음악회중가장와닿던동영상찾아보다
    엉뚱하게청담까지진도나가버리다니…

    어디로튈지모르는럭비공처럼
    빈소년합창단축구하는걸봐서인지…ㅎㅎ
    여튼못말리는짬뽕입니다…

    바쁘신분들은미리달력에표시해두세요
    3월16일초대시인은문정희.

    좋은일이항상우리를기다리는건아니더라구요

    마리아칼라스가리모델링중이라2월임준식클래식공감쉽니다

    여러가지이유는요담에…
    혹시기다리시는분들계실것같아…
       

  2. 아카시아향

    04/02/2010 at 07:16

    시낭송회가벌써다음달이네요.
    바로얼마전에문태준시인소개해주셨었던것같은데요.
    시절이하수상하니…;;

    오동도알기만할뿐아니라가본적도있어요.^^
    동백에대한기억은없지만요.

    위에발췌해주신문태준시인의말처럼
    계절만잔물결같은게아니라만사가…그저잔물결같다는생각이예요.
    그래도
    잔물결은수면만살짝건드리는정도에불과하니…그나마다행이구요.^^

    그나저나제목의연상(ing)는무슨뜻일까요?
    공사중이신건가요?
       

  3. 김선경 보나

    04/02/2010 at 07:55

    너무완숙해여유로운지휘자는오동도앞바다같고…
    소프라노는한떨기만개한동백꽃같습니다…
    그리고음악은문정희시인의멋진시한편이네요…   

  4. 참나무.

    04/02/2010 at 15:37

    네에작업중이었는데…이제사시간이나네요

    비엔나소년합창단의칼오르프’까르미나브라나’에맞춰축구공가지고노는
    신년음악회동영상올렸는데상태가안좋아지웠답니다.

    문정희시인사는곳이청담동이라사카가생각났고…
    캐슬린베틀원숙미돋보이는연주랑모습으로동백,
    다시문태준주례사…입춘까지나간겁니다
    끝말잇기처럼삼천포로계속빠진거지요…ㅎㅎ
       

  5. 참나무.

    04/02/2010 at 15:43

    ‘누가뭐래도’가첫제목이었어요사실은
    두예술가가가장원숙할때만난연주라
    역대빈필신년음악회중하나만꼽으라면단연코…!

    꽃피는춘삼월에우리만날거지요
    문정희시인팬들이많더라구요…^^
       

  6. 산성

    04/02/2010 at 22:17

    아래…박제천시인의시도참좋으네요
    특히나마지막한줄

    …그리운이가등을기대면…
       

  7. 참나무.

    04/02/2010 at 23:22

    이타행…헤피엔딩이라…ㅎㅎ

    어제아침엔마즈막의저고로쇠뽑는쇠파이프랑나란히있는동백이
    왜그리안찾아졌는지닷컴헤매다다른일이있어서리…

    굿모닝~~커피타입중~~^^

    죠아래조영남씨가외롭다해서…ㅎㅎ
       

  8. 산성

    04/02/2010 at 23:29

    그단새테헤란로까지나갔다왔습니다…

    새벽에…올려두신것봤어요…
    저는그렇게끌어오는것도힘들고.

    그날오프닝보면서내내생각했답니다.
    재미나는스토리가많았거든요…
    재주가없어옮기지도못하니…ㅉㅉ

    커피한잔이랑앉았습니다.
    마음이분주해지는때…명절…음.
       

  9. 참나무.

    04/02/2010 at 23:49

    커피타입-ㅎㅎ

    안타까워죽습니다제가
    전시회나음악회세미나등알기만하면늘참석하는편이었는데
    북경전소식도알았다면작년중국행진로도바뀌었을지도-반농담~
    오죽하면아~주옛날,저멀리’구성네거리’한국갤러리까지갔겠는지요
    그땐구성이어마어마하게먼지역이었는데…

    몇분은보셨을거에요…축구랑음악이랑절묘하던빈소년들…^^
       

  10. 06/02/2010 at 02:28

    그제읽고오늘다시읽어내리니…
    덤처럼’입춘부’가있네요.^^
    내일도모래도계속되었으면…^^

    시를읽노라면’그섬을아노라고’대답하고싶어집니다.
    한그루나무로등을내어주고도싶어져요.^^

       

  11. 참나무.

    06/02/2010 at 03:56

    네버엔딩포스팅으로계속나갈까요…ㅎㅎ
    그다음시는섬님의자작시어때요…^^
    늘시같은산문올리시잖아요…^^
    일토신가놀토실까…아들도점심먹고출근한다네요

    요즘은단한번에포스팅을할수가없네요
    지금도사진만올려두고…재밋는에피소드있는데…ㅎㅎ

    ‘아~~~기분좋았는데…’
    효리꿈꾸다잠깬아들아점차려줘야한답니다
    아누무시키철은언제들어장개갈까..,혼자구시렁대다가…ㅎㅎ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