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작가를 만나다]강유정과 첫 시집 ‘상처적 체질’ 낸 류근

경향신문5월3일기사인터뷰기사<–

[작가,작가를만나다]강유정과첫시집‘상처적체질’낸류근

강유정|문학평론가

ㆍ“나는트로트통속연애시인”

“어떻게지내시나요?‘요즘,술마시고뭐그렇게삽니다.’”시인의첫시집<상처적체질>(문학과지성사)에는‘시인의근황’이라는작품이있다.‘모처럼우연히만난유명시인에게/요즘어떻게지내세요,라고묻자/그는일행들에게농담이나건넬뿐/내쪽으로는눈길조차주지않았다’.시인은슬그머니부아가치밀어,‘유명시인이되면묻는말에대답안하고그러는건가보지?’라며딴죽을건다.

하지만딴죽은공격이아닌상처가되어시집한권못낸초라한등단시인의가슴에남았다.그상처와흉터,자조와유머가쌓여시인의첫시집이마련되었다.하여,<상처적체질>(문학과지성)은시인류근이데뷔이후18년간쌓아온상처다.

류근의시집에실린시들은인용부호를떼고문장속에넣어도자연스럽게구어체로읽힌다.술마시고,부아가나고,연애도하고슬퍼하는한명의생활적시인이다가온다.독자는시집을읽으면서한시인의사생활을엿볼수있다.시인은‘괜한걸물었다가/괜히상처받는이버릇’을지니고있다.시인과생활인은이질문에서나뉜다.생활인은괜한걸묻긴하지만상처받진않는다.그런데,시인은괜한걸물었다며상처를받고또그것을체질로만든다.


문학평론가강유정(오른쪽)과류근시인이서울신사동가로수길의한카페에서
류시인의<상처적체질>에대해이야기를나눴다.강씨는류시인의시에대해
“웃기고슬픈일상의풍경이들어차있다”고평가했다.|정지윤기자


뻔뻔해지기어려운체질,그럼에도불구하고살아가야하니공황장애니폐소공포니이름도복잡한질병들이그를엄습했다.생활인으로살던류근이어느날갑자기비행기를못타고,갑갑한공간을견딜수없었다.결국오진으로판명되었지만오진이정답을가르쳐주었다.시를쓰지않아서,그래서질병이생겼다는정답말이다.부랴부랴,다시시인으로돌아왔다.중학교2학년시절부터막연하게나마가지고있었던‘시인’이라는장래희망에구체적인징표하나를달아준셈이다.

요즘은연애시가드문데,류근의시집에는연애와이별,상처투성이다.류근시인은자신을이별의천재라고소개한다.죽을때까지연애를꿈꾼다는그는자칭,‘삼류트로트통속시인’이다.그런데,그통속의세계가만만치않다.80년대시를배워서90년대를살아오다보니너무나무거운것들에염증이났다고한다.시가너무어려워진세상,시쓰기가어려웠던세상,시인조차시읽기힘든세상,그래서류근은읽히는시를선택했다.“통속했으면좋겠다.나는트로트통속연애시인이다.”시인은말한다.

그러고보니홍상수영화에나오는통속적인물하고닮았다.시인은부정하지않는다.애인이랑홍상수영화보는것은세상에서가장창피한일이라는말도덧붙인다.아이를낳고난이후에는사랑한다는말을쓰기가더어려워졌다.증여와모성애조차사후적으로만들어지는데감히누군가를사랑하는것이가능할까,라며말끝을흐린다.

그런데왜그렇게연애하려고애쓰느냐고묻는다.그랬더니류근은쓸쓸하기짝이없지만,사랑에구원이있지않을까끊임없이기대한다고대답한다.끊임없이상처받고,끊임없이그리워하는것,그리고그는이를일컬어삼류라고지칭한다.

그러면당신이생각하는삼류란도대체뭔가물으니,자신의진짜열정이현실에서저속하게깨지는것이라고말한다.촌스럽게깨지는것,가슴속에있는진짜영혼이어울리지않는현실에부딪혀깨지는것,그래서진짜삶을살지못하고자기의지와무관한삶을끊임없이살아내야하는것이,그것이삼류인것같다고대답해준다.듣고보니,말하는당신도,듣고있는나도,모두삼류가맞다.

“시인이문재는자신에게고아의식이있다고하던데,저에게는서자의식이있는듯싶어요.누군가에게안주하기어렵고,마음속어딘가에멀리떨어져있는것을늘꿈꾸죠.하지만이바람은늘헛되게끝나요.결국상처가되리라는것도알지만,그래도또꿈꾸죠.”

그래서시인의첫시집표제작은<상처적체질>이되었나보다.최근뜨거운논쟁의중심이된시와정치에대해서는어떻게생각하는지물었다.남진우표현에따르자면시가은퇴의시기를놓친불우한연예인이된건아닐까,죽는사람도없는동네에장의사만난립하는각축처럼보인다고목소리를높인다.하지만,이런말을덧붙인다.유사이래지금처럼대중들에게시가사랑받았던적있을까?블로그,카페,온갖개인미디어들이시를필요로한다.사람들이각자,자발적으로시를선택해자신의‘홈’에가져다놓는일,그것은참고무적인일이다.대중들은시를원하는데시인이시를주지못한다.난,대중들과같이갔으면좋겠다.문화재답사훈련을통해안목을길러가듯이시역시도그렇게훈련하면되지않을까?반걸음쯤대중앞에서서,대중과함께시를이끌고나가는것.

아마도,그것이바로류근시인이말하는통속인가보다.연애에실패하고아내의무릎에누워다시또연애할힘을얻는그웃지못할희극을살아가는것(‘가족의힘’).그래서이지극한통속안에서‘도망간여자붙잡는법’을창안하고,‘과거를()하는능력’을연마하는것.이웃기고슬픈일상의풍경,류근의시에는이런삶이들어차있다.

■시인류근

경북문경에서태어나충북충주에서자랐다.중앙대문예창작학과·동대학원졸업.1992년문화일보신춘문예시가당선되었다.

■문학평론가강유정

서울출생.고려대국어교육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2005년경향신문·조선일보에문학평론이,동아일보에영화평론이당선되어등단했다.

출처<–

13 Comments

  1. 佳人

    03/05/2010 at 09:41

    본문스크랩으로요…^^   

  2. 참나무.

    03/05/2010 at 10:14

    <시인의말>

    진정한지옥은내가이별에왔는데

    약속한사람이끝내오지않는것이다.

    사랑한다고그립다고말할수있는사람이존재하지않는것이다.

    2010년4월감성마을慕月堂에서

    -류근

    ————
    출간소식을듣고시인의말이제일궁금했지요   

  3. 도토리

    03/05/2010 at 10:35

    상처적체질..
    그말이맘에들어요.
    그제목으로시집을낸시인도맘에들어요…..^^*

    (음악은약간무거운느낌..^^)
       

  4. 산성

    03/05/2010 at 13:52

    언젠가다시류근시인만나게되면
    저삼류란말,좀금지시키고싶어요…

    통속(通俗)하면…
    다삼류라해야할까요…

    삼류란의미가너무삼류처럼다가와서
    아깝고,또아까워서말이지요.

    천하의서정시인을…안타까워하는
    삼류독자가…^^
       

  5. 참나무.

    03/05/2010 at 13:55

    음악말씀하시니지난달11시음악회송영훈씨말이생각나네요
    그날’연주듣고도감동이오지않으면따로렛슨을해주겠노라’던…^^
    차이콥스키랑라흐마니노흐곡들이었거든요…

    19세기감성으로20세기를살았다는라흐마니노흐대표작이라해도과언이아닐정도로
    대중들의사랑을많이받아통속적이기까지하다는2번교향곡,그중에서도백미라는
    3악장입니다.

    교향곡1번이비평가들로부터혹독한비난을받자신경쇠약과노이로제에걸리고…
    이후1번은’연주불가’토록했던일화를남기지요

    그러다그유명한다알박사의’암시요법’으로완치한후
    피협2번을발표…그곡은다알박사에게헌정도하고…

    그이후결혼…교향곡2번과3번을남기지요
    다아는애기지만특히좋아하는연주라…여러번올렸을겁니다

       

  6. 참나무.

    03/05/2010 at 14:07

    아이구참통속3류해싸서
    지금라흐마니노흐로장광설을풀었는데…;;

    위악적(?)이라할까시니컬하다할까
    인터뷰기사에잘찝은것같기도하고…
    본문에도거론된’가족의힘’..;;

    류근시인귀가건질거리겠어요…기회되면좀따져보셔요…

    전시를잘몰라3류도못됩니다요산성님…^^
       

  7. 참나무.

    03/05/2010 at 14:10

    아참그리고은방울꽃찍은거좀올려주세요

    오늘은빵점이어도용감하게대문에까지올리는절위해서요…;;   

  8. 참나무.

    03/05/2010 at 15:09

    하로는한갓진들가에서불을쪼이고하로는웃목에안자서밤을잔냉물을마셔도생각나는것.니도그랜나.별이떨어질까잠도몬자고홍수가질까비를보지못하고손을못잡아꿈에서도손을그리던것.세월가고호시절오만마카이모든걸시로쓰고말것을.왜그리혼자실망하고득의해쓸꼬.이보다생의성찬이다시내게오겐는고.시안보고도시인류근의맴을알아보리.류근만보고도시를알리.이갓잖은봄속에똑똑한진실.류근이들려준인생의불변.외로움.시집살돈엄써시인이오며가며쥐어주만보리.그래도이미알리.류근의시.통신에만와따카만보테아자씨

    ————
    독자의견에보테아자씨글이있네요…?   

  9. 참나무.

    03/05/2010 at 16:20

    류근에게

    시인이여
    바다가
    허연웃음을베어물고
    떠나는겨울

    지금쯤그대가
    나이테도없이썩은등걸로
    풀썩
    쓰러진들어떠리

    뻘밭에살면
    누구든
    본디모습비쳐볼재간없고
    그대는농게처럼
    옆걸음을치면서
    자조의시를쓰고있지만

    문득
    술잔에떨어지는
    서옹의흰눈썹한올

    눈길한번에
    한하늘이깨지는소리
    듣고있거늘

    -李外秀
       

  10. 산성

    03/05/2010 at 23:29

    본인의말아니더라도
    강유정씨가이미분석해줘서이해하지만
    그래도안타까워서말입니다.

    ‘그대는농게처럼
    옆걸음치면서자조의詩를쓰고있지만’

    …이정답같습니다^^

    옮겨놓아주셔서감사드려요.
       

  11. 참나무.

    04/05/2010 at 01:07

    강유정씨미인에다똑~~소리나는사람같지요
    (그래서시인이인터뷰이후목이안돌아간다그랬던가요…ㅎㅎㅎ)

    오늘전시회하나볼게있어서쪼매시간이납니다   

  12. 초록정원

    05/05/2010 at 11:40

    전..

    작년에도못보았던,시가자란듯한가닥가닥새치가
    너무멋지시던걸요..^^

    근데벨루미인도아니구만고개까지..ㅎㅎㅎ
    그런데써놓은것도보니뭐벨루네요.

    눈길한번에
    한하늘이깨지는소리
    듣고있거늘

    햐~
    전에읽긴했지만
    비로소정답이네~합니다.
    서늘하다싶어지는시인의눈빛..
    한하늘깨어지고도남습죠..네네..^^

       

  13. 참나무.

    05/05/2010 at 13:35

    신문사진저정도면(다시넷으로옮겨…)저정도면출중한인물아닌지요

    전비자에필요하다고다시여권사진급히찍었더니
    꼭동남아에한국시집온각시어멈같더라니까요…ㅎㅎ
    만5천원이나해서다시찍을수도없고…;;

    힘을실어주는격외옹시..최고의극찬맞지요..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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