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북받치어 가슴이 꽉 차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종종 있다. 고요한 때 찌르르찌르르 우는 여치의 소리를 들을 때도 그렇고, 추석을 앞두고 차오르는 달을 바라볼 때도 그렇다. 기대 없이 있다 누군가로부터 마음이 근중하게 실린 선물을 받을 때도 그렇다. 감나무 아래에서 혼자 쪼그려 울고 있을 때 슬며시 다가와 들썩이는 내 어깨에 올려놓던 누나의 작은 손으로부터도 나는 뭉클한 것을 느꼈었다.
살고 아파하고 이동하고 있으므로 우리는 이 뭉클한 순간을 더러 만난다. 그저께 내게 뭉클한 순간이 있었다. 그것은 아버지의 손으로부터였다. 내 아버지는 올해로 연세가 일흔 둘. 평생을 농사 짓는 일을 해온 분이다. 한 마을에서 사셨고, 당신의 낮과 밤은 논과 밭과 산을 떠나신 적이 없었다. (평생을 한 곳에서만 살아온 분들이 또 얼마나 많은가!) 젊었을 적엔 나뭇동을 팔러 지게에 지고 김천 장터까지 이십 리를 걸어 다녔던 분. 셀 수 없을 정도로 상여를 메고 묘혈을 팠던 분. 아주 여럿의 송아지를 받아냈던 분.
근년에 아버지는 시력을 많이 잃고 말았다. 당신에게 이제 세상은 흐릿하고 좁아진 시야 속에 있을 뿐이다. 그저께도 병원엘 다녀가시느라 시골에서 서울로 오셨는데 여름 포도 농사를 짓느라 얼굴이 옻처럼 검게 탔고 흰 머리카락은 부쩍 늘었다. 낯선 공간에서는 어머니가 늘 손을 잡고 다니는데 그날은 내가 아버지의 손을 잡고 병원 여기저기를 다니고 있었다. 주춤주춤하는 아버지를 손으로 슬쩍슬쩍 끌어당기면서 다니는데 순간 뭉클한 것이 가슴에 꽉 차올랐다. 아버지에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때가 닥칠 것이라는 생각을 지금껏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이다. 삽질과 곡괭이질과 낫질이 일품이었던, 일꾼 중에서도 한몫 단단히 하는 상일꾼이었던 분이 아버지였기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건장했고, 계속 건장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 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내가 목격한 것은 허물어지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몸이었다. 끝도 모르고 흘러가고 흘러가는 삶의 시간을 나는 보았다.
어떤 부름에 뭉클해지기도 한다. 나는 “밥 먹자” 부르는 소리에 더러 뭉클해진다. 그리고 이 부름을 잃고 싶지 않다. 늙은 어머니가 마루에 서서 “밥 먹자”며 부르는 그런 원뢰(遠雷) 같은 목소리 말이다.
미당 서정주 시인의 산문을 보면, 미당도 마음속에서의 뭉클한 공명에 대해 적고 있다. 미당은 “니야까(리어카) 뒤에다 붙어가는 국민학교도 못 가는 아이의 찢어진 고무신 사이 흙탕물이 스며드는 것을 보고 뒤따라가는 때”에 딱한 마음에서 뭉클함이 있었다고 썼고, “극도로 가난한 사십 총각인 어떤 내 시의 후배가 꼭 한 개의 사과를 반질반질하게 그의 손바닥으로 닦은 듯 닦아가지고 와서 머뭇머뭇 내 책상머리에 얹어 놓고 있을 때” 뭉클한 공명이 있었다고 썼다. 뭉클함이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눈물과 배려와 연민이 남아 있다는 얘기다. 가슴 안쪽이 딱딱하게 굳지 않아서 누군가 들고 가는 한 양동이의 물처럼 출렁출렁한다는 얘기다. 지핀 불처럼 가슴이 따뜻하다는 얘기다. 이 가을 우리는 또 무엇을 만나서 또 어느 때에 뭉클해져 속울음을 울게 될 것인가.
– 문태준 시인 ‘삶의 향기’ 뭉클한 순간 – 9월17일자중앙일보 에서
출처;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4462768<–
1.
음악회장 가는 길에
지난 화요일 음악회 가려고 지인의 차를 타고 달리던 때 였다
왼쪽으로 턴 하는데갑자기 ‘탁!’ 하는 순간
빨간차가곁을 스치며직진을 해버렸다
순식간에 생긴 일이라 운전하는 지인은 잠시 머뭇했지만
내려서따지지 않고 턴 방향으로 그냥 계속 달리는것이었다.
– 상황을 살펴야하지 않겠냐… 내가 말하자
– 가벼운 접촉사고 같은 데 그냥 제가손해보고 말지요 뭐… 하는 거다
길에서 기다리는 또다른 회원 두 명도 픽업을 해야 해서
내렸으면 음악회는 포기해야했을 것이다.
그 다음날 차수리 하러 가려는데경찰서에서전화가 왔고
내용은 뺑소니차 고발 건이었단다.
탁 지고 지나간 차에 탄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병원에 입원했고
운전한 사람도 어디가 많이 아프다며 신고를 했다는얘기였다
경찰서에서는 형사 고발 건이라며 첨엔 죄인다루듯 하다
전혀 고의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충분히 설명했고
신분도 확실하자 그 뒤에는호칭도’사모님’으로 바뀌었지만
병원엔 가 보고 합의를 해야 하더란다
예상한대로 다쳤다는 사람들은 교통사고 전문 병원 같았고
누워있는 순진해 보이는 처녀(?)는 위로하느라 손을 잡으려 하자
꼼짝도 못하겠다며 손도 못잡게 엄살을 부렸고
운전자라는 어머니(?)는 어쩔거냐며협박을 하고
전화하면서도"…하는거 봐가며… "중언부언말을 흐리고…
말로만 듣던 자해공갈단에 걸려든 것이다
대학병원에선 단 하루 정도의 진단이지만
입원한 병원에서는 한달 진단서를 끊은 상태,
칼자루 든 사람은 고소인이라 그들오 어쩔 수없다는 것이었다
정말이지 이런 악법이 왜 아직 사라지지않는 것일까
시 낭송회 끝마치고 오는데 어쩌면 내가 증인으로 출두할 지도 모르니
경찰서에 출두전화와도 ‘언니 놀라지 말’ 라며…긴 통화를 한 것이다
거짓말이 어렵지 내가 겪은 일 고대~~로 말하는 기 뭐 어려운 일이겠냐…
떨지않고 잘 말하겠으니 안심하라 했지만 기분이 여엉 그랬다.
집에 와 남편에게자초지종을 얘기했더니
‘이상한 병원’에선멀쩡하게 출퇴근하는 환자들이
얼마나 많은 세상인데 .., 하며 안타까워 했고…
2. 수영장에서
1개월 시한부 진단을 받은 사람 둘 중
1개월… 1개월… 노심초사 걱정하던 사람은 딱 1개월 살다 죽었고
‘아직’ 할일이 있어 절~~대 못죽겠다 하는 사람은
몇 개월을 더 살다 죽었는지 회생했는지,,,뒷 얘기는 기억이 안난다.
수영장에서 턴을 하다 발을 심하게 다쳤다
벽에 붙어서서 수영은 않고 수다뜨는 사람들 피하려다
벽을 치고 나가려던 오른쪽 발이 미끌어지면서
턱으로 가 닿아발가락을 꼽친거다.
그러고도 병원 갈 생각은 않고 ‘별 일 없겠지 …’
미련떨면서 수영도 하고볼 일 다 보고
맘속으론 중요한 일 끝날 때까지
내 발가락 절대 아프면 안된다최면을 걸고 다녔나보다.
14일 음악회와 16일 청담 시 낭송회…
급한 불 다 끈 때문인지 오늘 아침에 일어나보니
가운데 발가락 부분과 발등 앞부분이퉁퉁부어올라 있는 거디었다.
그간 싸돌아 다니면서 발 부분이 몰똑잖아 편한 슬리퍼 신고 다녔는데
어제 시 낭송회 때는 그래도 모시기 어려운 시인 오시는 데
정장 구두를 신어야 할 것 같아 긴 시간 신고 있은 탓이었나…
아무래도 걱정되어 오늘은 일찍 병원에 갔더니 의사샘은
X레이 먼저 찍어보고 얘기하자며 방사선실 앞에서 기다리라 했다
마침 펼치지도 않는 중앙일보가보이길래
첫 장을 열어보니 반가운 문태준 시인의 글이…
신문 쪼가리 한 면 읽는 동안에도 손전화로 문자랑 전화가 무수히 온다.
간략한 문자 우선 답이라도 보내고
(문자에 야간 난 주로 ^^*♥… 이런 거지만…^^)
중요한 전화는 대충 받느라 문태준 시인의
저 짧은 글 한 편을 다 못읽고 집에와서 찾아 본 거다.
아직 기능을 익히지 못한 낯설은 손전화는
뭘 잘 못건디리면 지 혼자 T.V뉴스도해쌌고
게임 뭐하겠냐 묻기도 하고…나원참…;;
P.S:
아…X레이 결과;
발가락 뼈에 금이가진 않았지만 심한 충격과 근육 염증 때문이랍니다
많이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다리높히 처들고 있어라네요
지금도 다리를책상아래 있는 컴 본체에 올려두고 타닥거립니다.
약 사흘분 처방지 들고 단골 약방에 가서
– 오랜만이지요 삼개월간 여행다녀왔어요 (의리없이 다른 약방에 안갔어요~~)
– 저희야 손님들 얼굴 자주 안 보는 게 좋은 일이지요…하며 활짝 반깁디다.
다친 내력 이러구 저러구 하니 온찜질 자주 하며 무리하지말랍니다
약봉지 안에 든 따끈한 쌍화차가
훈훈한 약사님 마음처럼 전해지는 오전을 잘 보냈네요
바쁜 추석연후 동안 운전 조심하시고
혹 자해공갈단 피해 같은 거입지마시라고급히…
아직 증인 출두 하라는 전화는 안왔습니다
올개 추석은 간략하게 지내도 잡아갈 사람 없지 싶네요
기제사도곧 다가오는 데’아주 간단히…’ 하라며
님편도 돈을 조금만 주고 나갔거든요
글 올리는 중에 남편이 점심 먹으러 들와서이제사 엔터를…
청담 시낭송회 후기는조만간 글 잘쓰는 사람들이 올릴겁니다
김진아
17/09/2010 at 08:08
계속 지나친 요구를 한다면 역으로 자해공갈단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심이..
교통사고에 대한 상담을 어디에서 하는 걸로 아는데요,
아무쪼록 잘 마무리 되셨으면 합니다.
저희 남편도 택시할때, 서있는 차에 그냥 자기 몸으로 부딪히곤 신고를 하더라구요.
그런 일을 겪은지라..차 안에서도 바깥을 유심히 살피게 되고,
신경을 바짝 쓰게 되죠.
어떤 사고든 혹여 혼자라면 일단 차 안에서 나오지 마시고,
경찰에 먼저 연락후 대처하시는 것이 안전하다고 해요.
…대파 한단에 5천원까지 올랐어요.
ㅜㅜ
참나무.
17/09/2010 at 13:36
진아씨는 참 대단하세요
전 이런 현실적인 일에 굉장히 어둡답니다
지인과 저는 사람이 어쩌면 이렇게 악랄할 수 있을까
이런식으로 살아가야하는 방법 밖에 없을까.
그런 얘기만 했답니다
여태까지 전화는 없네요
그나저나 추석 물가 장난아니지요
파 한단에 5천원이라구요..세상에나…!
네잎클로버
17/09/2010 at 17:14
에구, 자해공갈단 사건에 발가락까지 다치시고…ㅠㅠ;
추석과 기제사 준비하시려면
가만히 쉬지도 못하시겠지만,
찜질 자주 하시고 조심조심 관리 잘하셔서
얼른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늦은 밤 참나무님 댁에 와서
좋았던 그날 저녁의 시 낭송회 후기도
한꺼번에 잘 보고 갑니다. ^^
산성
17/09/2010 at 21:21
힘든 사람들 만나
제법 골치 아프시겠지만
그만하기 다행…범사에 감사…가
정답같아 보입니다.
어젯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4중추돌사고 목격
길이 많~이 복잡했었지요.
다친 사람들 없어 보여
그야말로 그나마 다행…
진심을 읽혀(!)
일이 잘 해결되었으면 합니다..
참나무.
17/09/2010 at 22:40
우리 참 좋았지요…아이 픽업하러 가는 뒷모습도 고와 한참 보고있었어요
얼마나 든든한지요 맘을 탁 놓아도 되는…말 하지않아도 통하는 분이라…
조심하겠습니다. 명절 준비 잘하시구요…^^
참나무.
18/09/2010 at 00:34
맞아요…범사에 감사하는 일
그 사람들 위해 기도하는 걸 깜빡 했네요
이리 일깨워주셔서 얼마나 고마운지…
잊지않으려고 대문에다 박아뒀습니다
잘 해결되리라 믿습니다 꼭!
술래
18/09/2010 at 01:26
.그런 사람들이 없는 세상은 얼마나 좋을까요?
저희 남편도 아들 공항에서 픽업해서 올때 다른 사람이 남편 차를 받았다는데
자기가 오히려 화내고 경찰 부르고 난리도 아니었대요.
저희도 어떻게 해결날지 기다리는 중이예요.
제 딸은 사고 당하고 대충 치료 받고 끝내더니 그때 다친 팔목이 아파서
잘 못쓰고 있다고 하고…
참나무님,
사실대로 증언하는거는 쉽더라고요.
전 오토바이가 제 차를 박아 상대방이 다치는 사고가 났었는데
그 사람이 소송을 해서 일년을 끌었거든요.
상대방 변호사 의 2시간 반에 걸친 심문 선서까지 하면서 당하는데 (변호사가 어찌나 약게 질문을 여러가지로 하는지요. 걸려들기를 바라면서…)
그때 제가 사실대로 말할땐 자신감이 생긴다는것을 깨달았어요.
발가락이 잘 낫기를 빌어요.
산성님 여기서 보여서 넘 반갑습니다.
참나무.
18/09/2010 at 01:36
그래서 오늘은 수영안가고 이 시간에 있답니다…다리를 이상한 자세로 하고…^^
다리 아프니 다리아픈 친구 생각이 많이 나네요…;;
아 이런 사고가 비일비제하다는 거 젇 이번에 첨 알았답니다
악법도 법이라니…참…
거리의 무법자 오토바이랑 사고나면 어렵다던데…
일년이나요…!
따님 좋은 소식없나요..이런 거 물으면 결례라지만 궁금합니다…
고운 할머니 또 한 분 생각하면서…^^
그곳은 추석이라도 평소랑 별반 다를 게 없지요
오늘까지만 한가하지 싶네요…
佳人
18/09/2010 at 11:20
저라면 반사적으로 뛰쳐나왔을 듯 한데
얼마나 음악을 사랑하셨으면….^^
그런데 지금 이 시간은
자해공갈단에 동정(?)이 갑니다.
누구는 좋아하는 취미를 위해 또 배려지심으로 기꺼이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는데
누구는 돈을 위해 목숨을 불사하고 사건을 만들고…..
참나무님이 전화를 받지 않을 상황정리가 속히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발도 빨리 나으시구요.
감동과 함께 사시는 삶이 부럽구요~~~^^
겨울비
19/09/2010 at 00:41
다리 높이 올려놓고 쉬시라는 처방에도 소용없이 풍월당에 다녀오시고…
심해지면 어쩌시려구요.
저 아이 중간시험 끝나면 토요일 꼭 한 번 풍월당 가고 싶어요.
하우스콘서트도 마리아칼라스도 제 추억의 아름다운 페이지입니다.
고발 사건은 잘 처리 될 거라 생각해요.
더 작은 일들도 진위를 가려 벌을 주기도 하던데요.
참나무.
19/09/2010 at 15:46
발에 신경 쓸 시간이 없을 정도로 오늘 아니 어제는 계속 바빴네요
기도 많이 해드리세요 동정이 가시면…^^
우린 그런 삶 아닌 거 감사하게 생각하구요
몸살나셨지요,…일선에서 제일 수고를 많이 하시는 거 우리 다 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