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 붙어있는 아이들 사진 보며
‘애들 시집가는 거 보려면 몇 년을 더 살아야 되나’ 그럴 때가 더러 있다 멀리서 딸아이한테 전화라도 오는 날이나병원에라도 다녀오는 날이 그렇다
그런 남편 볼 때마다 내 아이들 어릴 때 엄마가 그랬던 기억이난다.
요즘처럼 수하시는 노인들 많으면그리도 사랑하던 손자결혼도 볼 수 있을텐데…
엄마는 섬진강 자락에 오래 살아서 같이 매화보러 다니던 때가
이맘 때 쯤이라 요즘 부쩍 더 자주 생각이 나나보다.
사람이 힘들고 어려울 때면 엄마 생각난다더니, 이 나이에 참…;;
허기사 박완서 선생도 얼마 전까지 그러셨으니 뭐…
긴 연휴지나고 어수선한 소식까지 더해서갑갑하던 차 어제 조간에 제주에선 벌써 매화가 피어 우산 쓰고 매화 보는 여자들 웃는 사진을봤다 언감생심, 이 판국에멀리 갈 꿈은 꾸지도 못하고 두 남자들 출근하기 무섭게 외출했다.
"시를 모르는 매화그림은 속되지요. 시적인 그림을 위해서라도 시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전시장 가운데에는 현장에서 그린 밑그림 화집과 매화 소재의 한 시 수십 편을
문 교수가 직접 초서로 옮겨 적은 책도 전시된다. 정철·한용운·서거정·이규보 등의 한시다.
문봉선 묵매화展
문매소식(問梅消息)
공아트스페이스 제2,3,4전시장
2011. 2. 9(수) ▶ 2011. 2. 27(일)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98-31 | 02-735-9938
2층에 처음 들어섰을 때 다갈색 바탕에 매화가별스럽게 긴장감이 있어보였다.
도록을 보니거친 광목에다 백매 청매 홍매노매(老梅)는특징에 맞춰
종이와 천, 모시 등에 서양 물감 과슈로 표현하였단다. 총68점의 묵매화가
작은 액자에서부터 한 벽을 다 차지하는 대작까지 2, 3, 4층에 걸려있다.
이번 전시는 문 교수가 지난 1991년부터 매년 2~3월 전남 순천 등지로 사생 여행을
다닌 결과물이다. 20년간 총 400~500점의 매화그림 중 고른 작품들이라 했다
( 1층은 진열장에서만 볼 수 있다 – 디카로 찍긴 했지만 유리 반사때문에…아래 슬라이드로 ? )
공부않고 가면 막막한 현대미술과는 달리수묵화는 아는 게 없어도 맘이 편안해져서 두어 번 더둘러봤다 끝나기 전에 한 번 더 가보고 싶다 – 참고로 무료다 아직 초기인데도 빨간 딱지가더러 붙어있어 맘이 불편하지도 않다 다만 최고은때문에 맘 한구석이 편칠못한 건 숨길 수 없어 어쩌나…
"중국 매화는 가지가 가늘고 연약하고, 일본 매화는 가지가 길고 나무 모양에 기상이 있으며, 한국 매화가 가장 아담하다" – 작가 노트에서
한국화가 문봉선(50. 홍익대 교수) 전시회는 예전에도 자주 다녔지만 전시장
전관, 온통 매화 그림은 이번이 처음이지싶다.
개인적으로 강조하고 싶은 건 작가가 처음으로 시도하는 *배채법背彩法이다
*은은한 달빛을 화폭 뒤에서 그리는것으로 예전에 윤두서 초상 때문에 알았다.
정면 얼굴만 보이지만 레이져로 비춰서 두루마기 입은상반신을본 적이 있어서
매화가 유명한 곳이라면 직접 찾아다니며 오감(五感)으로 체험한 것을 재해석한 심상을 화폭으로 옮긴 여러 종류의 매화들참 많이도 만났다.
기와 담장과 어우러진 매화. 우물곁 매화에다 설중매 등등…
후학들을 위한 ‘매보'(梅譜)도 만들어어느 가지에서순이 나며 꽃봉오리는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줄기 하나, 꽃잎 하나부터 그리는 법을 자세히 설명한 교본이란다.
더러는 붓이 아닌 손으로 꽃잎을 표현하는 시도도 했다 하고 벽에 걸린 그림 외에 20여년
동안 사생한 기록을 장소별로 묶은 화첩들도50여 권이나 전시되어 혀들 내두르게 했다.
경남 산청 지방의 ‘산청 삼매’ 김해의 와룡매 등 전국 방방곡곡 유명 매화와
중국 난징(南京)의 매화산일본의 매화 명소까지. 화력만큼 필력도 좋아
예전에 사군자에 관한 책도 집필한 걸로 알고 있다.
p.s
다녀온 후 그림찾으며 이곳 저곳다녀 생각나는 대로 썼지만 사적인 느낌이잘못 와전되어 누가 될까봐 작가 노트와 정민 교수의 추천서로 마무리합니다 나간 김에 다른 전시회 사진 일부도 남겨둡니다 사진은 엉망이지만 …
“그는 지난 20여년 간 이 산하 곳곳의 고매(古梅)와 명매(名梅)를 찾아 긴 시간을 헤맸다. 선운사와 광양 매화농원을 거쳐, 김해 농고와 지리산 단속사, 화엄사 구층암 등 이름난 매화가 있다는 곳이면 어디든 그의 발길이 가 닿았다. 급기야 봄날 중국 남경의 매화산 아래서 한 시절을 보냈고, 일본 오사카성 매원(梅園)과 후쿠오카의 신사, 사찰과 농원을 샅샅이 훑고 다녔다. 도록에 실린 것만 70점을 헤아리고, 그간의 자취가 고스란히 담긴 화첩(畵帖)이 50권을 넘는다. 동양 매화의 절창고조(絶唱高調)가 모두 그의 붓 끝에 있다 한들 허튼 말이 아니다… “무릇 글 공부든 그림 공부든 발로 해야 진짜 공부다. 문봉선의 그림은 만날 화보를 베끼며 책상물림의 손재주로 익힌 솜씨가 아니다. 쨍한 칼 바람이 불고 서릿발의 기상이 있다”
– 정 민 교수 (한양대 국문과)
작가노트 에서
………….
이리저리 천만 송이 눈에 띄지만 觸目橫斜千萬朶
마음에 드는 것은 두세 가지 뿐賞心只有兩三枝
이방응 李方膺은 시 한 구절로 묵매화의 구도와 조형의 어려움을 일갈했다.
하루 종일 매원梅園을 돌아다녀도 그림이 될 성 싶은 가지 하나 발견하기가
쉽지 않음을 필자는 중국 남경 매화산梅花山에서 여러 번 겪어보았기 때문이다.
결국 매화는 혹한을 견디고 피어난 강인한 생명력과 가지 끝에 달린
꽃 봉우리 한 두 개에서 높은 운치를 느낄 수 있을 것다.
이미지 출처 chosun.com http://img.seoul.co.kr http://www.artmail.co.kr http://blog.naver.com/artforlove/121344185
산성
11/02/2011 at 00:49
아니…얼마나 놀랐는지…말이 안나옵니다.
다시 많이 지우셨나 봐요.숫자 눈여겨 봤었는데…
아무튼 금새 열려
무슨 주문이라도 외워 맞춘 듯 합니다.
‘종’이란 시를 들려 드리려 했었는데…흠.
그제 인사동 나갔다가 전시소식은 들었어요.포스터로.
하루차이…아까워라 하며.
다시 나들이 삼아 나가지요.
아무튼 반가운 매화타령 맞습니다!!
참나무.
11/02/2011 at 01:01
나 조블 폐쇄할 뻔 했어요..엉엉
수정도 삭제도 아니되고…창피해서 할 수 없이 비공개로 했답니다
다행히 친절한 영자씨가 얼른 지워주셨네요…
다시 수정해야겠습니다..ㅠ.ㅜ
Hansa
11/02/2011 at 01:35
저도 마지막날 가볼 예정입니다. 참나무님.
문화백 오랜 팬이거든요..
뭔일 있으셨나요?? 참나무님
douky
11/02/2011 at 01:39
바야흐로… 매화철인가 봅니다.
작년엔 매화보러 나섰었는데… 올해는…
그런데… 정말 무슨 일이??
(오늘 포스트 글씨체가 참 예쁩니다.. 그럴려고 하다 보니…)
김진아
11/02/2011 at 02:11
조블 폐쇄하실 생각까지 하셨다니…깜짝 놀랬어요.
무슨 일이신지…???
참나무.
11/02/2011 at 11:07
정일근 시인 종…접수했습니다 산성 님
늘 고마워서 어쩌지요…꾸벅…(_ _)*
한사님은 멋진 묵매화 한 작품 이상 소장하고 계신 듯 합니다..^^
귀한 전시회리 저도 한 번 더 가보려구요
덕희 님 작년 탐매 기행 생각납니다, 올해는 안가시나요
빽빽한 글씨 제가 힘들어 한 번 해봤는데 맑은 고딕체 랍니다…^^
새벽부터 한 소동 했답니다.
제 블로그에 제가 못들어와서 수정할 게 많은 데 안타깝더라구요
민폐끼칠가봐 잠시 비공개 해뒀는데 운영자께서 빨리 고처주셨답니다
진이 빠져 좀 쉬다 들왔네요 다녀가신 분 들께 죄송합니다아…^^*
레오
11/02/2011 at 12:55
총기가 대단하신.. 이런 표현 실례일까요?참나무님~^^
알려주신곳을 가보니 2005년이던데..
그곳에 저 대문 작품은 없던데 제가 못찾았는지..
박충흠 작가 작품인가요??
궁금….
호주에 자라목이 유명해서 그 상징적인 작품인가보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너무 멋지더군요 제 키보다 더 큰 작품이구요
참나무.
11/02/2011 at 13:04
아…제가 사는 데 별로 도움 안되는 일에만 가끔 총기가 발동한답니다…^^
박충흠 작가는 금속공예가구요 환기 미술관 2층에서 바깥으로 보면
금속으로 원을 조각해서 세워둔 작품이 있는 데 최근엔 안가봐서 잘 모르겠구요
대문 작품은 환기 미술관 입구에서 본관 올라가는 왼쪽 정원에 있는 작품인데
현재스코어 작가 이름 기억이 안납니다…벌써 2005년도군요
바쁘신 분이 그까지 다녀오시다니…은근히 집요하시다…^^
조만간 평창동 가나아트 갈 때 확인해봐야 제쏙도 씨원하겠습니다아~~
그 때까지만 기다려주셔요…^^
참나무.
11/02/2011 at 13:08
http://blog.chosun.com/web_file/blog/147/9147/1/8.jpg
ㅎㅎ google로 검색하니 제 포스팅이 나오네요..
그 해에 예술가 상을 타신 모양입니다..ㅎㅎ
揖按
12/02/2011 at 05:51
옛날에 기생들 이름에 꽃 이름이 많이 붙었지만,
그 중에서 매화 이름이 붙은 기생은 왠지 기품이 있어 보이고
자색이 더 화려하고 고왔으리라 생각해 봅니다.
일지매는 남자였지만…
내 고향 집에도 홍매화 백매화가 오래 된 쌍매당 ( 사랑채 이름 )이 있고,
정자 마다 매화는 꼭 있으니
옛날 권세가 아닌 선비들이 마음의 벗으로 삼았기 때문일까요.
참나무.
12/02/2011 at 12:07
정말 고향집 그리우시겠네요
사랑채에다 쌍매당이란 현판까지 달아놓으셨나봐요
매화타령 나오면…아니 읍안 님 아이디 뵈올 때도
전 ‘매창유문’ 이 자동으로 떠오른답니다
무척 좋아하시던…^^
오늘도 다녀왔답니다. 이유가 좀 있어서…^^
목적은 부암동 모처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