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신 유안진 이른 봄날씨처럼 만약 그대와 내가 임이며 – 빈 가슴 채울 한마디, 1991
자화상유 안 진
한 오십년 살고 보니 수리부헝이 울어대는 이 겨울도 한 밤중, 뒷뜰 얼음 밭을 치달리 는 눈바람에, 마음 헹구는 바람의 연인, 가슴속 용광로에 불지피 는 황홀한 거짓말을, 오오 미쳐볼 뿐 대책 없는 불쌍한 희망을, 내 몫으로 오늘 몫으로 사랑하여 흐르는 일 삭아질수록 새우젓갈 맛나듯이, 때얼룩에 쩔을수록 인생다워지듯이, 산다는 것도 사랑한다는 것도, 때 묻히고 더럽혀지며, 허상에 넋을 잃어 진실을 놓치며, 죄업에 혼이 빠져 정직을 못 가리며, 어디론가 쉬지 않고 흘러가는 것이다 나란히 누웠어도 서로 다른 꿈을 꾸며, 끊임없이 떠나고 떠도는 것이다, 멀리 멀리 떠나갈수록, 가슴이 그득히 채워지는 것이다, 갈 데까지 갔다가는 돌아오기도 하는 것이다, 하늘과 땅만이 살 곳은 아니다, 허공이 오히려 더 살만한 곳이며, 흐르고 떠도는 것이 오히려 사랑하는 것이다 돌아보지 않으리
– 유심 2004 여름호
南山길 유안진 찬비 뿌리는 가을날에는 홀린 듯이 이끌리는 밤길 문득 멈추고 주소도 사모치거라 인연 비록 엇갈린 길목이었다 해도 * Dmitri Shostakovich Romance Song Young Hoon(Cello), Hong Soh Yu(Piano) A Live Recording of 206th The House Concer |
산성
25/02/2011 at 23:20
詩를 읽다 보면 궁금해지는 것.
어느 세월 쯤…에서야 이 시가 왔을까.
시인에게.
빈 가슴 채울
그리움 한 줄기…면
괜찮지 않습니까
새 한마리, 늦게사 발견했습니다^^
겨울비
25/02/2011 at 23:32
제 안에 들어왔다 나가신 것만 같이 뽑아내신 시들…
제 자화상은 쓸 것도 없겠습니다.
저는 오늘 내일 식물들과 보내야 하니
좋은 시들 또 오면 까페에도 부탁드립니다.
오늘 이진명시인의 아침시도 좋던데요.
참나무.
26/02/2011 at 02:03
새 한마리..설명않아도 찾으셨군요 – 손 덥썩…^^
이만하면 깨끗한 녹음이라 아끼는 음원이랍니다
연주끝나고 우레와 같은 소리 속에 제 박수도 섞여있어서 아마…^^
참나무.
26/02/2011 at 02:03
제 자화상은 사진으로 다 공개되었네요
잠깐 제 앞에 왔다 포르르 날아가버린 까치 한 마리와
다시는 꽃 피울 수 없는 아마릴리스…저 긴 잎파리들…
조인스 닷컴 부러 찾는 수고 줄여주셔서 더 고마워요
오늘 아침 이상국시인의 변명.
‘…내성으로 뭉친 염결한 주체…’ 에 밑줄그었습니다
이진명 시인 아니면 廉潔, 이런 단어를 어디서 만날지…
도토리
26/02/2011 at 02:36
새 한마리가 흐린 하늘에 희망처럼 앉아있군요.
후후.. 저도 찾았습니다…^^*
揖按
26/02/2011 at 03:27
시와 음악으로
삶이 아름다와지고 마음이 편안해 지는,
그래서 누구를 사랑할 수 있는 마음도 우러나는
참 행복한 사람들 …
항상 할 일이 많아 긴장하는 사람은 행복하지 않은 것일까….
산성
26/02/2011 at 05:46
흠, 저~기 홀로 앉은 새
아무래도
그동안 날아온 길
그 길 위에 앉아 있는 듯… 합니다.
수상한 숫자^^
참나무.
26/02/2011 at 06:31
날아갈까봐 문도 못열고 찍어 더 흐릿하네요
‘…희망처럼이라…용기를 얻어봅니다…도토리 님
2년의 공백 , 당분간은 바쁘겠지만
한가한 시간이면 이곳 정든 가족들 더 그립겠다… 싶네요
*
남의 떡은 더 크게 보여서는 아닐까요 읍안 님
"사람은 행복하기로 마음 먹은만큼 행복하다"…링컨의 어록이 갑자기…^^
*
글쎄요 한참을 앉아있길래 텔레파시 왕창 보내긴 했는데
다시 왔으면 좋겠지만…%%
그래요…이젠 2000 그만 집착해야겠어요
잡기들 숫자 올라가는 게 괜히 부끄럽더라구요
글 지우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어서
종소리 이젠 맘놓고 울려주소서…^^
산성
26/02/2011 at 07:04
종이 울리는 것은
제 몸을 때려가면서까지 울리는 것은
가 닿고 싶은 곳이 있기 때문이다
둥근 소리의 몸을 굴려
조금이라도 더 멀리 가려는 것은
이목구비를 모두 잃고도
나팔꽃 같은 귀를 열어 맞아주는
그 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앞선 소리의 생이 다하려 하면
뒤를 따라온 소리가 밀어주며
조용히 가 닿는 그곳
커다란 소리의 몸이 구르고 굴러
맑은 이슬 한 방울로 맺히는 그곳.
‘종’ 정일근
머나먼 길….2000회.
감사의 마음으로…!!
참나무.
26/02/2011 at 07:38
잡문을 2000 여개나 올렸으면서도 제대로 종 한 번 못울렸는데
저야말로 감사한 마음으로 받습니다
이 귀한 시를…다시…^^*
빚이 늘었네 하려다 ‘은혜’로 바꾸면서
아들이 토요일이라 이제사 나가네요…
네잎클로버
26/02/2011 at 15:03
참나무님께서 올리실 때마다 새삼 가슴을 적시며
너무 좋은 곡이예요.
올려주신 유안진 시인의 시들도 좋구요.
특히 서신…
포스팅 수 2000..! 대단하세요.
덕분에 저희들은 좋은 소식과 정보 듣습니다.
저도 감사드리며..
역시 산성님께서 먼저 발견하셔서 축하해주시고..,
두 분의 정 나눔.. 아름다워요~ ^^
참나무.
26/02/2011 at 21:38
고백하자면 2000회 서너 번은 지났답니다…;;
로스트로포비치 로망스도 몇 번 올렸지만
이번 음원은 실황이라…
청담시낭송회 덕분에 또 유안진 시인의 시들을
다시 들추어 보는 시간이 있어 좋답니다
근데 네잎 님 글 올린 시간이…?
밤을 하얗게 새운 건 아니신지…@.@
참나무.
26/02/2011 at 21:52
혹시 자화상이 실린 시집 소장하신 분 계신가요
틀린 부분이 있어서 궁금해지네요
(산다는 것도 사랑한다는 것도, 때 묻히고 더럽혀지며, 허상에 넋을 잃어 진실을 놓치며, 죄업에 혼이 빠져 정직을 못 가리며, 어디론가 쉬지 않고 흘러가는 것이다)
——————————–
…산다는 것도 사랑한다는 것도 진실보다 허상에 더 감동하며
정직보다 죄업에 더 집착하여 어디론가 쉬지 않고 흘러가는 것이다
——————————–
아니면 시인께 직접 확인해 볼 일입니다….?
— 줄친부분인지
( ) 부분인지…
시인들이 가끔은 고치기도 하여 시집마다 다른 부분이 있더라구요
마이란
27/02/2011 at 01:10
저는 이 분의 ‘시’보다 ‘산문’을 먼저 접했나봐요.
갓 스물쯤 되었을 때
마치 영화의 ‘트로이 카’ 처럼
유안진, 신달자, 이향아… 의 산문집이
친구들 사이에 자주 건너다녔거든요.
그때 친구들 사이에 가장 인기있었던 글이
유안진 선생님의 ‘지란지교를 꿈꾸며’ 였어요.
그 친구들 중 세 명은
아직까지도 정말 ‘지란지교’같은 친구들로 남아있고요.
청담의 시 낭송회,
가보진 못하지만 마음으로 함께합니다.
어쩐지 청담의 시 모임이 끝나면
제대로 봄일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
참나무.
27/02/2011 at 03:14
맞아요 대부분 사람들은 유안진, 지란지교 동시에 떠올릴걸요
트로이카 친구들 지금까지 …아주 잘한일이네…해요
언젠가 한 번은 아다리되리라 믿습니다
사카에 짜안 나타나는 일
교회다녀왔어요 좀 전에…
울동네 교회이야기 언젠간 한 번 풀어놓겠습니다
삼일절 예배 미리 보는 교회가 몇 군데나될지 전 잘 모릅니다만
꽃꽂이 앞에 거룩한 태극기도 버티고 있고
독립선언문을 부목사님이 낭독했답니다 – 그것도 전문을
그리고 모두 일어서서 애국가 4절까지- 이민시험도 아닌데말이지요…^^
그러느라 막판에 부르는 주기도문은 빼시더라구요
재밌는 이야기 한가지는 요담에…ㅎㅎ
마이란
27/02/2011 at 06:07
그 詩, 찾아 읽었어요. 참나무님. ^^
제목으로 검색했는데 유안진.. 이라고 나와서
이 시, 맞구나. 했지요.
근데 시인께선 정말 춘천엔 안 가보셨나봐요.
봄에 춘천에 가셨더라면
시 속의 ‘진달래’가 아마도 ‘개나리’였을꺼라 생각하며
혼자 웃었어요. 고맙습니다. ^^
근데 그 교회 참 특이하네요.
독립선언문 전문을 낭독하시다니!!
괜히 뿌듯해질라 그럽니다.^^
아. 그러고보니 저도 영월 금마리 생각나네요.
올해도 삼일절 기념행사 열리겠구나..
그 조각상 만든 사람은 삼일절이 언젠지도 모르고 지나갈텐데.. 하며.. ^^
summer moon
27/02/2011 at 06:24
아, 어쩌면 !!!!
유안진님의 詩들도 그렇고
참나무님 사진들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고
……
그냥 온 몸에서 ‘싸우려던’ 못된 기운이 다 빠져나가는거 같아요
그래서 그냥 한곳에 머물러 있고 싶은….
참나무.
27/02/2011 at 13:26
인터넷에 떠다니는 시들 엉터리가 많아 옮기다 실수할까봐서…^^
특히 行은 지맘대로라서 조심스러워서서
작금의 한국교회들 병폐…문제 많다고
그 당시 삼일 운동 정신을 기리자~~ 그런 취지겠지요
삼일운동 정신이 인도 중국 터키로 번져나갔다고 …메모않아 다 잊어 죄송…^^
( 영월 금마리..기억해뒀다가
하이에나씨 작품 찾아 인증삿이라도 올리고싶어라…^^)
참나무.
27/02/2011 at 14:00
1+1 = 과로사
2+2=덧니
덧니+덧니=드라큘라
처럼 처럼 처럼
정답은 정답이 아니니까
?표를 앞세우고 무모했던 한때도
왜 없었겠나만
초보적인 것에 조차도
물음표가 없어졌다
사는 데는 초보면 충분하니까
물을 필요가 없어졌으니까
정답은 없으니까
정답이 아니어야 정답이니까
– 유안진. 넌센스
*
이런 재밌는 넌센스같은 시도 있답니다
(혹시 찾아보니 오타낸걸 그대로 드르륵한 게 여러 개 찾아지네요
시집 옆에 두고 오타 확인했어요 행도 바꾸고…;;)
사진은 빼주셔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