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청학동의 새벽 풍경과 삼성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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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벗들 – 섬진강 편지38- 김인호

고채목
야광나무
마가목나무
분비목까치박달나무
호랑버들나무산딸나무
거제수나무신갈나무개서어나무자작나무
서어나무물개암나무회잎나무들메나무나도밤나무
떡버들나무대패밥나무물들메나무졸참나무노린재나무
뽕잎피나무호랑버들나무왕괴불나무참회나무당단풍나무
굴참나무쇠물푸레나무참빗살나무황벽나무짝자개나무층층나무
싸리나무들메나무층층나무물푸레나무화엄사올벗나무소나무때죽나무

저 산의 푸름을 그리워하는 그대도 세상을 떠받치는 푸른 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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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에 잠이 깨어 바로 아랫 동서랑 새벽 산책을 할 때

제일 먼저 본 것이 숙소 앞의 산딸나무와 안개였다.

어느 해 국제화랑에서 본 이기봉 그림같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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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곤 서당–>

지리산 청학동에 간 이유는 결혼식 때문이었다

연차시연회도 결혼식 마치고 특별히 마련된 행사였고. . .

사적인 이야기라 블로그에 올리기도 그렇다 .

저녁 늦게까지 세시봉 수준의 음악회 비슷한 피로연까지 하고

숙소로 올 때는 캄캄해서 아무 것도 볼 수 없었지만 오가면서

우리가 제일 많이 본 것은 맨 위의 시에 나오는나무들도 아니고

서당 간판과 민박집, 팬션, 전깃줄. . .

그리고 안개.안개. 는개…


이기봉 _Wet_Psyche_3_106.2x300cm ( 출처- 국제갤러리)

그도 그럴 것이 등산화 신고 산중으로 깊이 들어간것도 아니고

삼성궁 모처에서 열린 결혼식이 주 목적이었으니

청학동어감만으로도 고전적 분위기만 생각한 게큰 불찰이었다.

아 물론 삼성궁 보는 것 만으로도 관광코스로는 좋았지만

가족 행사여서 개인행동도 할 수 없었다.

비가 자주와서 미끄러울까봐 더더욱

다행이 결혼식 등 중요행사때는 멎어줬다

오래 전 내 아이들 어릴 때 – 엄마가 악양에 있을 때

지리산 횡단보도 생겼다며 여행할 때 분위기랑은 많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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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인 일인지 아주 높은 곳에 있던 화장실 내부에

악양 풍경과 불일 폭포가 있었다. 사진이지만 반가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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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청학동 삼성궁 다녀오긴 해도 정확히 잘 모르겠다

이리저리 검색해보다 이호신 화백이 그림과 함께

월간 산에 기고한 여행기가 있어서 참고로 올려둔다.

저처럼 잘 모르는 분들과 가보실 분들을 위한 정보 차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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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산 이호신 화백의 여행기(… 중략….)

[지리산 하늘 아래] 삼신봉 기슭

이제 발길은 인근의 삼성궁으로 향한다. 시절 인연이 도래했는지, 삼성궁은 지난해 여름부터 화첩을 펼칠 기회가 있었다. 앞서 도인촌이 여러 서당과 훈장들이 조성한 마을이라면 삼성궁은 한풀선사(仙師)를 중심으로 수좌들에 의해 일사분란하게 운영된다. 소위 창시자가 생존하여 진행 중인 특수한 문화공간이다. 삼성궁은 낙남정맥의 시원이 되는 영신봉에서 흘러온 삼신봉을 주산으로 둥지를 틀었다. 천왕봉과 노고산을 양축으로 한 영신봉 산마루는 산신봉을 거쳐 김해의 신어산까지 흘러간다.

일년에 네 번 축제의 장이 열리는데 삼신천제(봄), 만하연(여름), 개천대제(가을), 만동연(겨울)이 그것이다. 지난해 만하연 때 별빛이 쏟아지는 마당에서 풍류를 즐긴 추억이 참으로 특별했다.

▲ 1. 삼성궁 만하연 축제(58×97cm) 2. 청학동 삼성궁(94×58cm) 3. 청학동 천제당(58×52cm)
고운 최치원의 난랑비서(鸞郞碑序)에 나오는 풍류도(風流道)를 공표하는 의지와 함께 신명나는 마당놀이가 지리산의 지축을 울렸으니…. 전국에서 논다 하는 소위 풍류도인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젓대와 장고, 검무와 춤사위, 구성진 소리 가락과 가사 또한 멋스러웠다. 애환과 환희, 태고의 먼 그리움과 만남, 통한과 해원, 무상의 세월이 지리산 밤하늘에 흐느끼듯 물결쳤다. 그 후 다시 찾은 개천대제(11월 1일)는 제일 큰굿으로 불타는 단풍 속에 혼불을 지피는 행사로 거행되었다.

삼성궁은 배달민족의 성전이라 하여 한배임(桓因), 한배웅(桓雄), 한배검(檀君) 및 역대 나라를 세운 태조 각 성씨의 시조 현인과 무장을 모신 곳이다. 옛 소도(蘇塗)를 복원한 삼성궁은‘배달민족 정통 도맥인 선도(仙道)의 맥을 이어 천지화랑(天地花郞)의 정신을 바탕으로 홍익인간(弘益人間), 이화세계(異化世界)를 실현하고자 하는 민족대화합의 터전’이라고 밝히고 있다.

큰굿은 열림소리로부터 헌화, 헌다에 이어 고천(삼신께 올리는 의식), 독경을 거쳐 선도무예와 해원상생춤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마고성으로 옮겨와 행사의 불꽃이 만개했다. 마고성은 태초의 생명, 생산의 신으로 불리는 마고할머니의 전설이 서린 공간으로 마고복본(麻姑複本), 원시반본(原始返本)을 통해 잃어가는 인간의 본성과 자연성을 회복하고 인류화합의 평화, 생명존중 사상을 교육하며 실현을 꿈꾸는 곳이다. 삼성궁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태초에 혼돈이 있었다. 어둠과 밝음이 분화되기 전 마고 삼신은 스스로 나투어 음양 자체에 머물며 마고산에 계셨다. 이를 땅의 어머니라 일컫는다. 함없는 함을 이루니 검달은 푸른 미르와 흰 호랑이를 낳고 배달은 주작과 현무를 낳았다. 음양과 사방위를 이루니 마고 삼신께서는 여덟 딸을 낳았다. 여덟 딸들은 여신이 되었고 전국에 땅의 어머니가 되었다. 이것이 인류의 시작이다.’

▲ 청학동 진주암터(화첩) / 장승가족(화첩)
지난 여름 삼성궁에서 한 주일을 머물 때 마고성 길목에서 마주친 장승 앞에서 쓴 추억의 그림일기가 새삼스럽다.

어둠 속을 파고들던 뿌리가 죽어서 하늘로 솟은 목장승가족! 풍화(風化)로 형체가 다해가는 비목(碑木) 앞에서 아득한 세월을 읽는다. 모두가 저렇게 돌아가는 것을, 하늘 향해 손짓하며 저마다 한번 웃다 가는 것을. <2009.6.27>

마고성 행사는 굿마당 쑥향로 연기가 하늘로 치솟는 가운데 모두가 흰 박달나무를 오색 끈줄로 당겨 세우는 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제례와 한풀선사의 고천의식이 있은 후 풍악이 곁들여졌다. 절정은 현묘(玄妙·선사의 부인)가 낭독한 긴 두루마리 영고사(靈告辭)였다.

“몹시 기뻐하는 마음으로 머리 숙여 삼신을 맞이하오니…(중략)…바라옵건데 은혜의 광명이 온 누리에 길이 비춰 주시옵소서 -단기 사천삼백사십이년 상달 상날 마고상 제천단에서.”

내용은 종교의식을 떠나 홍익인간과 인류 평화의 상생을 위한 발원으로 느껴졌다. 삼성궁은 신선도를 가르치며 화랑도 교육과 무예를 연마한다고 하며, 내무부로부터 문화시설지구로 고시(1997년 1월 24일)받은 곳이다.

기실 운명적으로 외롭게 40년간 돌탑을 쌓아 올리며 겨레의 정신문화를 위해 혼신을 쏟아부은 한 사내의 열정이 오롯이 담긴 곳이다. 그 주역이 한풀선사요, 삼성궁의 모태다. 하여 한 생애를 건 그의 노력과 숙원이 어떻게 뿌리 내리고 성숙되는지를 지켜볼 일이다. 바라건데 세상에 기여하는 또 다른 역사의 강이 되기를.

행사 이후 며칠을 더 지리산 품에 떠돌다가 길을 떠나려는데 폴폴 첫눈이 내린다. 서설(瑞雪)이다.

우러러보니 지리산은 이미 눈에 싸여 눈부시다. 황홀하다.
/ 필자 이호신 | 화가. 국토기행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삶,
그리고 문화유산의 중요성을 재발견하는 붓길을 이어왔다.
12회의 개인작품전과 함께 <길에서 쓴 그림일기>
<숲을 그리는 마음> <우리마을 그림순례> 등 12권의 저서를 냈다. 그의 작품은 대영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lhs1957@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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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Comments

  1. 네잎클로버

    24/05/2011 at 14:39

    청학동에 다녀오셨군요.

    덕분에 삼성궁에 대해 잘 알게 되었습니다.

    사진 속 새벽 안개가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며,
    참나무님과 함께 새벽 산책한 기분이 들게 하네요..

    블로그에 못다푸신 사적인 이야기는
    나중에 들려주시겠지요? ^^
       

  2. 산성

    24/05/2011 at 18:10

    잠이 오지 않아 다시 일어나 컴 앞에 정좌?
    양 한 마리 두 마리 하듯이
    저 詩에는 도대체 몇그루의 나무가…했다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세다보니
    왜 싸리 나무앞에 층층나무
    물푸레 나무 앞에 다시 층층나무?

    음 다시 자야겠어요.
    청학동 안개자락 이불 삼아…^^

       

  3. 참나무.

    24/05/2011 at 23:55

    …그래요
    혼자만 보기 아까운 풍광들 조금씩 풀어놓는 중입니다

    청학동 새벽에 본 산딸나무랑
    환한 날 서울숲 산딸나무는 비교가 아니되어 지금도 눈에 어른거립니다

    ‘안개속의 풍경’ 영화 속 나무도 당연히…^^
       

  4. 참나무.

    25/05/2011 at 00:03

    아니 새벽 3시가 넘도록…왜 잠을 못주무셨을까

    그나저나 김인호 시인 홈피에 다시 확인해봐도 층층나무는 둘인데요
    특별히 그 나무를 좋아해서인지
    지리산에 층층나무가 많아서인지
    시인께 편지라도 해보셔요
    – 전 죄없답니다.고대로 퍼왔으니…^^

    어제 저녁엔 씨내큡 다녀왔어요 ‘코파카바나’ 시사회
    가능하면 보셔요 – 강추합니다!   

  5. 김선경 보나

    25/05/2011 at 06:36

    지리산 청학동에 다녀오셨나요?

    ……………………..오래 전, 1990년도쯤에 다녀왔던 게 생각나네요.
    20년 전이군요… 잡지사에 있을 때 취재차…
    그때는 그야말로 첩첩산중, 오가는 관광객 하나 없는 시절이었습니다.
    버스가 오전에 한번 들어가고 오후에 한번 나오는 곳…
    아이들이 모두 남녀 할 것 없이 한복에 댕기머리 땋아 늘이고,
    서당 훈장님 찾아가서 소개해주는 집에서 이틀인가 묵고 왔지요…
    그때 훈장님이 40대였던 것 같은데…
    정말 작은 서당이었어요. 아이들이 열 명도 채 안되었던 것 같고…
    한여름에도 물이 차서 시냇물을 독에 담아 햇볕에 데워서 목욕한다는 곳…
    그 때도 안개가 많이 끼었었어요…
    저녁에 훈장님이 따라주시는 머루주 한 잔 마시고
    휘청거리며 숙소로 돌아왔던 기억이…
    떠나면서 나름의 숙박비를 드렸더니,
    너무 많이 준다며 손사래쳤던 곳.,..
    그 때 풍경이 어제 일처럼 눈앞에 펼쳐지네요.
    그리고 얼마 후, 훈장님께서 도포를 휘날리면서 서울에 오셨다며,
    제가 일하는 곳에 들르셨지요…^^

    요즘은 많이 변했군요.
    삼성당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6. 참나무.

    25/05/2011 at 09:05

    아…반가운 보나 님 오랜만이네요
    1990년 쯤 다녀오셨군요

    전 애들 어릴 때 그니까 제가 30대 초반 즈음이었으니
    그 때랑 비교하면 더 많이- 사실은 지나치게 발전된 모습이라 좀 아쉬웠습니다
    지리산은 영산이라했는데 그곳만큼은 좀 덜 변했으면 좋으련만

    이번 겨울 혹한으로 지리산 대나무는 모두 말라 죽었다더군요
    찻길 근처 보이는 대나무들도 모두 누우렇게 변해서 …;;

    삼성궁은 저도 첨이었어요
    입장료(성인 5,000원…) 일부는 하동군에 전해진다 했습니다
    귀한 기회였는데 자세히 볼 시간이 없어 아쉬웠어요.    

  7. 옛멋

    27/05/2011 at 09:46

    작년에 저곳을 산행을 마치고내려오니 입장료가 없더군요^^ 거꾸로 내려왔으니.. 좋은 곳에 다녀오셨군요? 전 가을에 다녀오면서 오는길에 홍시도 얻어먹고 왔습니다^^    

  8. 참나무.

    27/05/2011 at 11:40

    등산을 해야 제대로일텐데 말이지요
    특히 가을 지리산, 생각만 해도…

    저곳을 아신다니 괜히 더 반가운데요…^^    

  9. summer moon

    27/05/2011 at 20:32

    느낄 수 있을거 같아요
    싱그런 새벽의 모든걸…..   

  10. 참나무.

    27/05/2011 at 23:07

    이 날 새벽 거의 안개속 풍경이라는…

    다시 그리워지는데요…   

  11. 비풍초

    31/05/2011 at 10:21

    와… 말로만 듣던 곳.. 난 언제쯤 가볼 수 있을까나… ^^   

  12. 참나무.

    31/05/2011 at 21:40

    언제일진 몰라도 꼭 다녀오시길 기원합니다
    좋은 카메라로는 얼마나 찍을 게 많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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