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전생의 집은 인사동이었을까
이상하게 그곳에만 가면
없던 기운도 샘솟고 머리는 맑아진다
전시장 다니면 일부러 알리고픈 전시가 꼭 있다
지금 인사동 라 메르 1층에 전시 중인 류시호 전이 그랬다.
주인공인 화백은 마침 출타중이어도
데스크에 않아있던 분이 아주 친절하게 소개를 해 준다
예정에 없던 전시였다.
우키요에 전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가
그 근처에 있을 것 같은 예감 하나로 갔는데
실패해서 간 김에 들린 전시였다.
전시장 내부가 차악 갈아앉은 수묵화인데 모두 중국 진경산수다
특이한 점은 그림에 따라 낙관이 한 가운데에 있는 작품이 신선했고
또 시선을 끈 그림은 확대경이 붙어있는 그림이다
아주 작은 그림 속 풍경을 드려다 볼 수 있는 . . .
세겹으로 접힌 한 장의 리플랫에도
설명 하나 없다- 심지어 날짜조차…^^
모두 수묵화만 앞 위로 빽빽하다 ㅡ그 점도 맘에 든다
현학적인 소개글이 없다는 거지
추상화가 아닌 경우엔
작품 감상에 외려 방해될 때도 더러 있으니
우키요에 전과 도시樂을 본 후
조계사 방향으로 걸어나오면 녹야원이 있고
조계종에서 운영하는 발우공양이 있다
난 좀 쉬고 싶어 아이스크림 하나를 먹기로 한다
같은 건물 안 오른쪽에 위치한 찻집이라
들어가 쉬기도 좋다만 시간 아끼려고
들고 나와서 자작나무 곁으로 갈 꿍꿍이였다.
윤동주- 편지가 새겨진 벤치에서 녹차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옛날 우정국이 있는 이 곳은 눈 오시는 날 오면 더 좋은데. . .
대관령, 인제 등지의 자작나무에 기 죽어
다신 안찍기로 했지만
사람의 맘이 수시로 변하니, 나원참…ㅎㅎ
윤동주 -편지,
누이에게 보내는 그기막힌 편지를
허연 대낮에
아이스 크림처럼 삼키는 기분이라니
그리고 다시 사간동으로 향한다
지난 번 인사동 이야기에서 허탕친 거 다시 볼 심산으로
갤러리 현대 사간동 신관, 목가구 전시장에 들어서니
안보고 넘겼으면 후회막급 일 뻔 했다
조선조 가구의 여백이 전하는 고아함과
소박한아름다움이 고스란히 전해지니
어지러웠던 마음이
제자리로 돌아와 정돈된 기운이 느껴졌다
좀체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묵묵한 사람을 닮은
반닫이들만 모인 것도 좋았다
화려한 평양반닫이, 지나치에큰 전라도 반닫이
멋을 잔뜩 부린 *박천 반닫이도 안보였다
(일명 숭숭이 반닫이- 무쇠 장식이 숭숭 뚤렸다고)
우리나라 내로라 하는 예술가들 소장품도 섞여있다니
일차 걸른 안목의목가구들 아니겠는지
유럽의 유명한 컬렉터들이 조선조 목가구 하나 없으면
선 안에 못든단 말을 어디서 들었더라?
디스프레이 조차 예사롭지않다
석파란(대원군,이하응)이 걸린 한 쪽 벽을
맞은 편
사방탁자 곁에서 바라보는 운치라니…!
전시장 내엔 목조각을 직접 하는 분처럼 보이는
어떤 아주머님 한 분만 이음새 부분을
꼼꼼히 오래오래 보고 계셨다.
나는 다시 나와 본관에 들러 궁금하던
나프탈랜으로 만든 시계<–가 어떻게녹아흘러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두가헌 가기 전에 먼저 들렀다
언제나처럼 1층 돌고 지하로 내려와
천천히 본 후 엘리베이터로 2층으로 올라가서
다시 엘리베이터로 1층까지 내려와
아트 삽에 잠깐 들러 새로나온 손수건이라도 있나
찾아보고 나오는 게 고정 코스다
호박과 도트 무늬가 먼저 떠오르는 야요이 쿠사마
그녀의 작품과 삶에 대한 타큐 필름 I Love Me
.
수많은 열쇠들을 열심히 보고 있는 한 여자도
풍경 속 작품이 되어 살짝 디카를 꺼내었다
지난 번에 찍은 같은 자리에서 그대로 디카를 들이댄다
뭐가 다른 지 나중에 비교해 보는 재미도 솔솔하거든…
사간동 두가헌은 아주 작은 갤러리지만
맞은 편 와인가게 드려다 보는 재미도 있어서
지난 번엔 조각 머리가 잘려서 다시…^^
ㅡ바닥의 저 수조도 돌조각전에서 만난 작품으로 기억되어 동시에 담으려다
( 상당한 고가였지 아마? 숫자는 기억나지않아도 )
사진 촬영은 금지지만 꼭 필요한 건 살짝살짝 찍었다
구질한 설명보다는 사진 한방이면 끝이니까 ㅡ좀 이기적이긴 해도
두가헌 1,2층은 소품들 위주였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서안, 필통.
나주반 해주반 등등
그리고오~~~ 쉬잇
눈이 번쩍 했다
손 벌벌 떨며 살짝 찍은 이우환 작품
그냥 평면에 가운데 한 쪽만 살짝 긁어낸 흔적이 있는 테라코타
바로 곁엔 고비. 사방탁자. 문갑. 책장등 조선조 가구가 있는
방안 풍경을 그린 한 뼘 겨우 넘는 그림인데
‘가질 수 없는너’ 였기에뚫어지게 바라만 보다 왔다…^^
그리고 철문으로 나와 처음으로 가 본 기무사 뒷길로 빠져나왔다
그러면서 음흉한 결심 하나를 해 본다
추석 다음 다음 날이니 오늘 같은날은 아마 사람들이 없겠지?
고정코스 중에 꼭 스치는 떡볶이 가게가 하나 있는데
첨엔 예사롭게 보다가 갈 때마다 사람들이 가게 앞
좁은 벤치에오종종 앉아 있는 걸 발견하곤 했다
그 맛이 어떤지 궁금하지만 바삐 다니니
기다릴 시간도 그 보단 용기도 없어서
매 번 그냥 지나치기만 했거든
그런데 예상은 빗나갔다
예전과 다름없이 또 기다리는 사람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거다
괜히 중요한 일이 있어 지나가는 사람처럼
거침없이 걸으면서 요담엔 나도 꼭! 해 본다
ㅡ갈수록 호기심이 더 생겨서…^^
그 곳을 지나쳐 나오면 히든 스페이스 갤러리
그래서 이 곳도 여러 번 찍게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윤보선로에서 가회동으로 진로를 돌린거다
한마디로 old & new 가 공존하는 가회동도
제법 낯선 곳이 많이 생겼다
더 테라피 라 쓰인간판 옆에는 무료로족욕 할 수 있는
테마 카페도보였다 – 물론 차는 마셔야겠지만
날씨가 좀 더 쌀쌀해질 때
친구들과 나란히 차 마시며 발관리?
장면을 그려보니 재미도 있겠다 싶다.
아참 아라리오 그 희안한 전시회 소식이 빠져버렸네
순서가 뒤바꼈지만 그냥…
갤러리 입구에서 1층 전시장을 들어가려는데
유리창 안에서 어떤 청년이 축구공을
도로에 인접한 유리벽에다 펑펑차댄다.
마치 축구 연습 하는 것 처럼…?
1층엔 머리 대신 큰 돌이 올려진 사람들 5명이 앉아 있는 조각인데
축구 공이 "펑펑" 할 때마다 겁이 더럭났다
혹시 저 돌 머리가 떨어지지나 않을까 싶어서. . .^^
왜 저러지? 하도 이상해서
ㅡ2층은 올라갈 수 없냐,
데스크 직원들께 물었더니 무시하고 지나가란다
혹 공이 나에게 날라 올까봐
힐끔 힐끔 눈치 보면서도기어이 2층에도 올라갔다
2층은 개구리 소리가 들리는 스크린이 돌아가고 있었고
벽쪽으로 긴 벤치가 있어서 숨을 좀 가다듬어야 했다…ㅎㅎ
그런 후 데스크 직원에게 물어봤다( 호기심을 도저히 숨길 수 없어서)
ㅡ저…혹시 축구공 차는 것도 일종의 퍼포먼스인가요?
그렇다네 !
ㅡ 많이 피곤할텐데 . . .교대하는 사람은?
몇 명 더 있단다.
길가던 사람들이 모두 진열장에 부딪치는
축구공을 쳐다보며 의아한 표정을 짓는 그 자체도
작품의 일부란 뜻인지, 알 수가 있어야지
자세한 설명은 귀찮아서 집에 가서 읽기로 했는데
아직 못읽었다.
작가는 중국사람ㅡ이름까지펑펑도는
순 위엔 펑유 (Sun Yuan & Peng Yu) 부부 공독작이란다?
전시명; 少年, 少年 / 10월 9일까지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 지
궁금하신 분은 가보시길…ㅎㅎ
아라리오 갤러리 옥상에서 바라 본 정독도서관과
내려다 본 비밀의 정원. . .
인사동 비밀의 정원( 나 만의. . .) 에서 시작하여
화동 비밀의 정원까지ㅡ 꽤 긴 산책이었다
그렇허고 집에 와서 발바닥에 파스 붙이고
자알 잤더니 명절 후유중이 싸악 가셔버렸다
여튼 전생에 인사동이 고향이었는지 살던 집이었는지
한 바퀴 돌고 나면 힘이 불쑥불쑥 생기는
이 현상을 뭐라 설명하면될까
그나저나 어제 하루 나들이 1,2,3,4편까지 길어져버려 어쩌나
참나무.
15/09/2011 at 20:39
변하는 사람 마음처럼… 녹아내리는 나프탈렌 작품의 매력)
곽아람 기자 기사는 길어서 링크만 남깁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9/13/2011091301364.html
summer moon
15/09/2011 at 21:42
아마 전생에 참나무님이 인사동 주인마님이셨을지도 몰라요,
곳곳에 손길이 머물렀고 정성들여 가꿨던….^^
올려주신 많은 전시들…
보고 감상할 것이 얼마나 많은지 엄청 행복해져요 !!!^^
다른 전시들도 모두 흥미롭지만
가장 먼저 보고싶은건( 갈수만 있다면 !ㅠㅠ)
류시호 작품들이에요
사진으로봐도 한번에 마음에 들어요.
목가구 전시품들 중엔 갖고 싶은 작품들도 보이구요.^^
커피 만들어가지고 와서 다시 천천히 감상해야겠어요.
Thank You !!!!^^
참나무.
15/09/2011 at 21:54
저 오늘 아침 아주 많이 행복한 이유 아시지요
그림 많이 그리세요
꼭 서울서 전시회 할 날 기다립니다 …!!!
사진 크기도 줄이고
슬라이드도 많이 없앴어요…넘 길어서^^
도토리
16/09/2011 at 06:34
어제 .. 답글 달려다가 정전되어 그냥 갔어요..
오늘 다시 펼쳐보니 마아니 달라지셨습니다..
비밀의 화원- 내가 그리워하는…-보여주셔서 감사하구요.
그 누구보다도
인사동과 가장 친분 있으신 최강 1인자 이십니다…^^*
참나무.
16/09/2011 at 08:23
네에~~아시는 분이 몇 분 아니되어 다시 줄였고
새로 발견한 ‘비원’ 편집하여 올렸어요
늘 쫒기듯 다니는 거 싫어서
이젠 새로운 비원을 자주 이용하려고
언제 인사동 나들이 함 해야지요…^^
쥴리아스
16/09/2011 at 11:55
추석 후에 갑자기 톤이 바뀌셨네요…그래도 지금은 뭔가 안정을 찾아가고 계시는듯합니다…
참나무.
16/09/2011 at 13:19
…이번 추석戰이 좀 힘이 많이 들었나봐요.
인사동 바람 쐬고온 이후 지금은 원상복귀했습니다
관심 고맙습니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