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정리 3. 아름다운 집, 따뜻한 사람

立冬을전후하여 뭔가를 정리하고 싶었다

집안 곳곳, 장이랑 서랍장

어지러이 찍어둔 사진 폴드까지…

시월 어느 날 블로그에서 만난 따듯한 이의 초대에 응한 일

얼마 전에 다녀온 살롱 음악회의 감흥

거의 매일 다니는 서울숲의 이런 저런 풍광들도

나목만 있을 겨울에 찾아보면 좋지않을까 하고…

첫 만남인데도 오래 알았던 사람처럼 연신 미소를 띄며

점심을 집에서 준비하다 시간이 되어 마중을 나왔다 했다

그녀의 작업실은 말 그대로 예술과 생활이 공존하는 곳이었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그냥 있는 게 없는 듯.

남새밭에서 뜯어온 싱싱한 샐러드랑

온갖 향이 나던 해묵은 소스와 젖갈

거피한 들깨죽,순한 도토리묵, 벌집을 넣어 담근 심심한 게장에다

‘떡 만들기 쉬워요’ 라며 농사지은 콩으로 뚝딱 만들었다는 떡 하며

종가집 요리 비법,

이런 제목으로 책을 내어도 관심 가지기 충분할 것같다

정현종 시집이 무심한 듯 던저져 있던 욕실 풍경

나무 문의 창호에 그린 나리 그림과

애틋한 손잡이 ㅡ는 예감대로 사연이 있었다

직접홈질한 광목 수건은 왜그리 정겨운지…!

거실 곳곳의 풍경은 지금 생각해도 아련히 그립네…

지금은 독일에 가 있는 그녀,

돌아오면 꼭 다시 본가에도 초청하겠다 그랬고

나는 주저없이 달려갈 것같다

돌아와 고맙다는 전화는 하면서 나는 그랬다

잔잔한 그림과 무념 무상의 조각들

직접 디자인 했다는 금속공예 솜씨도 예사롭지않고

종가집 대를 이을 음식솜씨까지 출중했지만

무엇보다 맘이 따뜻하여 더 좋았다고. . .

땅콩 녹두…엄마생각나서 참지못하는패랭이

– 보라색 저 꽃 이름을 또 잊었다

그 날저녁엔 또 김수연(v), 벤 킴(p)의 쇼케이스도 한 건 있었다

늦은 시간이라 택시타고 허러럭 달려가간

독일에서 태어나 그 곳에서 자라고 공부했다는 김수연은

한국말 잘 한다고 질문시간에 어느 분이

그녀의 부모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같이 출연한 벤 킴 역시 ‘누나…는 정말 우수하’다며 거들었다

비슷한 환경의 그는 한국말로 하다가도

어느 결에 영어가 마구 튀어나왔거든

말 그대로 하루를 꽉 채운 시월의 어느 멋진 날

기억해 두고싶어서

6 Comments

  1. 마이란

    10/11/2011 at 00:54

    그림들..
    그릇..
    대문, 떡, 부엌…

    저는 가보지 못했지만
    뉘 댁에 다녀오셨는지는 알겠어요.
    루시아… 윤금숙님.
    맞지요? ^^

    안팎으로 참 고운 분,
    저도 가끔 그립습니다..

       

  2. summer moon

    10/11/2011 at 01:42

    ‘아름다운집, 따뜻한 사람’
    사진들 속에 담긴 모든 것들이 글 제목과 어찌나 똑같은지요!
    정말 아름다워요!!!

    이런 아름다움을 소중하게 간직해주는 참나무님과의 인연이
    저는 누군지 모르지만….그분께도 아주 특별하게 여겨질거 같구요.   

  3. 참나무.

    10/11/2011 at 02:41

    퀴즈도 안냈는데…칫…ㅎㅎ

    내년에 귀국하면 화랑을 열 예정이라데요
    조곤조곤 얘기도 잘 하시고 …
    첼로님이랑 돌아가기 전 날 통화한 얘기 등 등
    한마디로 고운 분이데요

    몇 해전부터 초청은 받았는데 전화 통화만 몇 번 하다가
    이번에 잠깐 귀국하여 떠나면 오래 못 만날 것같아
    참 많이 바쁜 중인데도 ‘불구하고’ 다녀왔답니다

    인터넷 인연도 무시못한다 했지요   

  4. 참나무.

    10/11/2011 at 02:45

    달님이 인터넷 하기 전인지?
    예전에 조선 블로거였지요
    달님 만나면 아마 금방 통하고 친해질 것입니다
    사람 좋아하는 분이니 기회되면 같이 가볼 수도 있지요…^^   

  5. 도토리

    10/11/2011 at 03:16

    한 말 또하고또하고또하는 심장 안 좋은 환자랑 근 한시간을 상담하고 나니 머리가 지끈입니다.
    사색하며, 느끼며…참나무님처럼 이렇게 살아야하는데
    마음이 가난하여, 강팍하여 힘 든 사람이 참 많습니다.
    숨 좀 쉬고.. 마음을 가라앉혀야
    이 아름다운 글들이 내 속 안에 스며들지 싶습니다.
    ……
       

  6. 참나무.

    10/11/2011 at 07:15

    후유~~~저도 방금 특강 마치고 왔습니다
    사적인 자리라면 할 말 참 많습니다만

    어떤 환자분인지 충분히 짐작이 갑니다
    그냥 음악 틀어놓고 좀 쉬셔요
    저도 그래야겠습니다 밥할 때까지…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